서초동 삼성 사옥 시위대 함성은 사라졌지만...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입력 2014.06.30 17:17  수정 2014.06.30 19:44

<이강미의 재계산책>을지로위원회 등 제3자 개입 더이상 없어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간 협상이 이뤄진 후 첫 출근인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서초타운 앞 시위대는 사라졌지만 그들이 남기고 간 쓰레기와 낙서 등은 그대로 방치돼 있어 그간 이곳이 얼마나 시위농성으로 몸살을 앓아왔는지 여실시 보여주고 있다. ⓒ데일리안=이강미 기자
지난 28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협력사간 ‘협상타결’이 이뤄진 후 첫 출근인 30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타운 앞. 수백명의 노상시위대는 사라졌지만, 어지럽게 널려있는 쓰레기와 낙서 등 시위잔해는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간 얼마나 삼성전자 서초타운 앞이 얼마나 시위농성에 시달려왔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른 아침부터 삼성전자가 별도의 용역업체로부터 고용한 10여명의 비정규직 직원들은 시위대가 버리고 간 쓰레기와 삼성생명빌딩 유리창에 너저분하게 붙어있는 포스터 자국을 없애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시위노동자 따로, 이들이 버리고간 쓰레기치우는 노동자 따로인 셈이다.

같은시각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노사 단체협약 협상이 최종 타결된 것에 대해 재빠른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노사협약 타결은 그동안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이 노동조합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원식 을지로위원회(乙을 지키는 길) 위원장도 "직접적 계열사뿐 아니라 협력사에서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에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개선하겠다는 내용으로 노사 합의를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데일리안 산업부/이강미 부장
그러나 이는 새정치민주연합과 을지로위원회가 잘못판단한 것이다. 이번 협상 타결의 주최는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가 아닌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에 대한 원청사업자의 책임성을 확인한 것이란 박영선 원내대표의 말은 거리가 멀다. 오히려 이번 협상타결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직원들의 고용주가 삼성전자나 삼성전자서비스와는 무관하다는 점만 입증이 된 셈이다.

그동안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의 개입은 이같은 진실왜곡으로 문제해결은 커녕 사태만 점점 키워왔던 게 사실이다.

이들은 자살한 노동자들을 앞세워 반삼성투쟁을 주도하는데 앞장섰다. 지난해 자살한 협력업체 직원 최모씨와 지난 5월 운명을 달리한 염모씨 등을 빌미로 ‘노동열사’ 로 치켜세우면서 사태를 극한으로 몰아부쳤다. 특히 이들은 사자를 저세상으로 보내는 엄숙한 인륜지대사마저 대기업을 향한 노동투쟁의 희생양으로 전락시켰다. 이들은 오로지 삼성에 노조를 설립하는데 혈안이 된 나머지 시신마저 노조설립을 위한 도구로 이용했던 것이다.

사실 노조투쟁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노조원과 비노조원들 사이에서는 이번 금속노조의 무기한 투쟁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비정규직법이 합법화됐기 된지 오래이기 때문이다. 김영삼 정부시절, 세계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새누리당의 전신)이 1996년 12월 비정규직의 내용이 포함된 노동법을 통과시켰고, 이후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근로자 파견근무 등.이러한 배경으로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면서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앞세워 이를 확대시켰던 것이다.

얼마 전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A씨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비정규직을 대량으로 양산한 장본인들이 바로 정치권인데, 이제 와서 화살을 기업으로 돌린다”며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씨는 “노동자편이라 자처하는 새정치연합이라면, 국회에 가서 비정규직법과 하도급법을 개정하라”면서 “법은 그대로 두고 기업만 바꾸라고하면 기업 입장도 난처할 것”이라고 지적했었다.

A씨가 이렇게까지 말한 것은 은수미 의원(새정치민주연합) 등을 비롯한 정치권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별도로 고용한 용업업체 한 직원이 30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서초타운 앞에서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의 시위대들이 남기고 포스터를 떼는 등 청소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데일리안 이강미 기자
실제 은수미 의원 등 을지로위원회는 지난해 6월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사 사장들을 ‘바지사장’으로 몰아세우면서 삼성전자서비스 사태에 직접 개입했다. 이에 협력업체 사장들은 호소문을 통해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스트레스로 인한 건강악화 등을 알렸지만 정작 이들의 목소리에는 외면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 3곳이 결국 폐업을 하게 됐고, 여기에 근무했던 수리기사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문제해결은 커녕 ‘파업-폐업-투쟁’의 악순환만 계속돼 왔고, ‘반삼성’ ‘반기업’ 정서만 부추켰다.

이처럼 을지로위원회의 그간 행보를 되돌아볼 때 ‘을’을 지킨다는 명분하에 대기업을 상대로 ‘수퍼갑질’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마저 들정도다.

어쨌든 이번 협상타결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사간 사태는 일단락됐다.

이제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백혈병 문제해결을 남겨두고 있다. 양측은 지난달 말부터 모처럼 ‘부드러운 분위기’에서 백혈병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를 재개했다. 양측은 7월부터 월 2회씩 피해자 가족 보상을 우선으로 한 대화협상을 갖기로 했다. 재계와 삼성 안팎에서는 이번 대화재개로 7년간 이어져온 백혈병 문제가 하루속히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제 3자인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난데없는 개입으로 ‘또다른 갈등’이 유발되진 않을까하는 점 때문이다.

이제 을지로위원회 등 직접 관계가 없는 제3자 개입으로 인한 악순환의 고리는 끊어버려야 한다. 정치권은 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의 말처럼 "이제와서 자신들의 잘못을 기업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한다. 을지로위원회는 더이상 '대기업 사냥질'을 멈춰야 한다. ‘을’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면서 오히려 이를 빌미로 자신들의 이익챙기기에 급급하진 않았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더 이상 삼성전자 서초사옥 주변이 원정시위로 몸살을 앓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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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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