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도 김무성도 '나는 친박이다' 홍문종은 'X'
<새누리 전대 경선 TV토론회>계파 둘러싸고 논쟁
홍 "모두 하나가 돼야 해서 친박 아니라고 했다"
새누리당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하는 7·14 전당대회에 출마한 각 후보들은 9일 MBC ‘100분 토론’에 나란히 출연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특히 이날 토론회는 대표와 최고위원을 포함한 5석 가운데, 일찌감치 양강구도를 형성한 서청원-김무성 의원과 당연직 여성최고위원이 확정된 김을동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2석을 둘러싼 후보들의 치열한 신경전이 압권이었다.
홍문종 “주변사람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김태호 “주변사람부터 희생정신 보여야”
‘친박계’의 홍문종 후보와 ‘비박계’의 김태호 후보는 진영논리와 당내 계파 갈등을 두고 날카로운 말을 주고받았다.
시작은 홍 후보였다. 그는 김 후보를 향해 “(선거에) 떨어져 본 적 없나. 그런 사람이 어떻게 7·30 재보궐선거를 치를 수 있겠는가”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선거에서 떨어져 본 적은 없지만 치열한 경선을 통해서 도지사에 당선됐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김해 봉하마을에서 승리를 했다”며 “결국 승리를 위한 가장 큰 근본은 절박성인데, 새누리당은 절박성이 사라졌다”고 반박했다.
홍 후보도 즉시 되받아쳤다. 그는 “절박함보다 더 절망적인 수도권의 상황을 인식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총선이나 정권재창출이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어 “(김 후보는) 계속 당이 진영논리 때문에 문제가 많다고 했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정치권 전체가 진영논리로 문제가 있다고 했다. 당 내부의 진영논리라고는 말하지 않았다”고 응수했다. 오히려 당내 기득권 세력인 친박계를 겨냥해 “친박과 비박 프레임은 결국 자기들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쪽으로 국민에게 비쳐지고 있다”고 공세를 펼쳤다.
홍 후보가 “(당의 중심이 아닌) 주변에 있는 사람이 더 적극적으로 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반박하자 김 후보는 재차 “오히려 대통령 주변에 있는 분들이 자기 팔과 다리를 자르는 희생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친박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이름으로 빛을 보려는 것은 없어져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김태호 “국가대개조 위해 개헌 불가피하다”는 질문에 서청원-김무성은...
김태호 후보는 또 양강체제를 형성한 서청원-김무성 후보와 개헌의 필요성과 시기를 두고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았다.
김태호 후보는 우선 서 후보를 향해 “통일, 국제, 경제적 여건의 많은 변화에 대해 유연성 있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헌법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치가 고장이 났는데 낡은 구조의 정치가 결과적으로 우리 미래의 발목을 잡아가고 있다”고 개헌을 주장했다.
서 후보는 “개헌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한번 수리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금년은 국가개조와 경제 일으키는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개헌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반대했다. 이어 “내년쯤 당에서 논의를 시작해서 오는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공약으로 내걸어야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무성 후보는 같은 질문에 대해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집중된 과도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4년 중임제를 지지하는 의견이 3분의 2를 넘는다고 한다”며 “이를(개헌)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후보도 ‘30초 발언 찬스’를 통해 “지금 개헌을 추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통령은 국정 운영 등 현안 때문에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 공감대를 넓혀가는 작업을 하고, (개헌의) 내용은 분권형 권력구조가 맞다”고 힘을 실었다.
유일한 원외후보 박창달, 서청원-김무성과 1대1 토론에서 공천 두고 날선 공방
이와 함께 이번 전당대회 출마자 가운데 유일하게 원외인사인 박창달 후보는 이날 토론회에서 서청원-김무성 후보와 1대1 토론을 통해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박 후보는 우선 김 후보를 향해 “공교롭게 이번에 전당대회에 출마한 분들 중 4분이 당을 탈당한 적이 있다”며 “탈당은 해당 행위가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18대 총선에서 김 후보가 친이계의 공천학살로 인해 공천에서 떨어진 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후보는 “당시 친박좌장이라는 이유로 공천학살을 당했는데, 나는 무소속으로 출마해서 60%의 지지를 받았고,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6.5%의 지지를 받았다”며 “당에서 부당한 공천을 해서 그런 것이지 당에 충성을 다 바친 사람들이 그런 일을 당한 것은 해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당행위라면 어떻게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의 입당을 받아들이는가”라고 반문한 뒤 “오히려 잘못된 공천으로 당의 분열을 가져온 것”이라고 받아쳤다.
박 후보는 두 번째 ‘1대1 토론’에서는 서 후보와 공천 방식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박 후보가 “앞으로 당 대표가 되면 당 공천에 대해 지금처럼 (상향식 공천으로) 하겠는가”라고 질문하자 서 후보는 “권력에 의해 공천되는 시대는 지났다. 당권과 국민경선으로 가서 완벽하게 당원과 국민이 참여하는 공천제도가 확정되지 않으면 이제는 우리 당이 설 곳이 없다”고 답했다.
박 후보가 재차 “앞으로 전략공천은 없다고 보면 되는가”라고 파고들자 서 의원은 “그렇게 해야 한다. 앞으로는 상향식 공천제도가 정착돼야 한다”고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이인제 “비서실장은 대통령 의지 전달하는 자리, 언제든지 대통령이 해임 가능”
아울러 토론 중반부 진행된 사회자의 질문에 OX로 답하는 코너에서는 평소 현안에 대한 후보들의 생각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나는 친박이다’라는 질문에 서청원-김무성-김을동-김영우-박창달 후보는 ‘O’ 푯말을 들었다. 이인제-홍문종 후보는 ‘X’ 푯말을 들었고 김상민-김태호 후보는 중립을 주장했다.
홍 후보는 “다 하나가 돼야 한다는 뜻에서 ‘친박’, ‘원박’, ‘돌박’ 등을 쓰지 말자는 뜻에서 친박이 아니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후보는 “당이 비박, 친박 프레임에 갇혀 있는데, 그 틀 속에서 득을 보겠다는 기득권 논리로 비춰지고 있다”며 “계파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 국민을 사랑하는 ‘국사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거듭된 인사실패에 대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사퇴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김영우-김상민-김태호-박창달 후보가 ‘O’를 들었고 이인제-김을동-홍문종 의원은 ‘X’를 들었다. 김무성-서청원 후보는 ‘중립’을 표했다.
이 후보는 “비서실장은 독자적 지위나 권한을 가진 것이 아니고 대통령의 의지를 전달하는 지위에 불과하다”며 “본인은 자기 책임이 있다고 했지만 책임이 있으면 대통령이 책임을 추궁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은 (김 실장을) 언제든지 해임시킬 수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국회 선진화법을 폐기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김을동-김상민 후보만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나머지 후보들은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김을동 후보는 “국회 선진화법이 여당을 발목잡고 모든 것이 소통되지 않는 (문제가) 있지만 일단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됐고 아직까지 그것에 대한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당장 폐기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김상민 후보는 “국민들이 싫어했던 것이 폭력국회”라면서 “선진화법을 통해 국회가 그나마 폭력국회로부터 회복됐는데 이것을 다시 폐지하면 폭력국회로 돌아갈 수 있고 그러면 정치에 대한 불신도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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