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새로운 운영체제(OS) 개발을 위해 뭉친 타이젠 연합 홈페이지.ⓒ타이젠 홈페이지 캡처
삼성전자의 '꿈' 독자 운영체제(OS)로 가는 길이 순탄치 않다.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OS '타이젠(Tizen)'이 3년째 뚜렷한 결과물 없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 이대로 사장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5일 삼성전자와 업계에 따르면 '타이젠' OS를 적용한 제품들이 잇따라 출시가 연기되면서 이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먼저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개하기로 한 스마트폰 '삼성Z' 출시 행사가 돌연 취소됐다. '삼성Z'는 삼성전자의 자체 OS '타이젠'을 탑재한 첫 스마트폰으로 지난달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회의에서 처음 공개된 바 있다.
러시아는 '타이젠'의 전신인 바다 OS를 적용한 스마트폰이 큰 인기를 끌었던 시장인 점을 바탕으로 첫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기에 적당한 국가로 선정됐다. 또 개발자의 인건비가 낮아 타이젠용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에도 용이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또 다시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전자 측은 "아직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하기에 적합한 생태계가 아직 조성되지 않아 출시를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용자에게 확실한 앱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기가 왔을 때 시장에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타이젠 연합은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프랑스 오랑주텔레콤과 일본 NTT도코모가 연내 타이젠 스마트폰을 출시한다고 밝혔으나 단 한 제품도 나오지 못했다. 이어 올해 1월에도 NTT도코모도 출시를 번복하기도 했다.
올해 출시될 예정이었던 타이젠TV 역시 내년초로 출시를 연기하기도 했다.
왜 타이젠인가
삼성전자가 지난 10일 출시하기로 했던 타이젠 스마트폰 '삼성Z'. ⓒ삼성전자
타이젠은 삼성전자와 인텔, 화웨이, NTT도코모 등 총 12개사로 이루어진 '타이젠 연합'이 개발한 OS다. 차세대 웹 표준 기술인 HTML5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구글의 안드로이드에 비해 확장성과 호환성 측면에서 장점을 갖는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타이젠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기존 모바일 시장에서 탈안드로이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글의 OS 안드로이드 전세계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78.4%에 이른다. 또 OS를 거머쥔 구글이 구글스토어를 바탕으로 콘텐츠 시장을 잠식하는 동시에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하드웨어 시장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 됐다.
삼성전자와 관련 업체들은 이 같은 구글의 이른바 '갑질'을 우려해 대체 OS인 타이젠 개발에 나서게 된 것이다.
기기 제조사로서의 한계 역시 삼성전자가 타이젠에 몰두하게 된 이유다. 전세계 전자·IT 업계에서 생태계 형성이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잡은 만큼 애플처럼 OS를 통해 독자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향후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주요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미국의 유력매체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내세워 삼성을 맹추격하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통한 새로운 이익 모델 구축이 삼성에 절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타이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이같은 타이젠의 성공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입장이다.
영국 제너레이터리서치의 앤드류 슈 수석 분석가는 "이미 수포로 돌아간 프로젝트"라고 혹평을 내놓았으며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6월 보고서에서 2017년 타이젠 스마트폰의 시장 점유율이 2.9%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타이젠 개발자 컨퍼런스에는 600여명의 개발자들이 참석해 같은 시기 열린 애플의 개발자 컨퍼런스에 6000여명의 개발자가 몰린 것과는 상반된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에서는 타이젠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앱 생태계 확보가 선행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앱이 확보된 상태에서 OS가 제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삼성의 회사 조직 문화 역시 앱 개발에 유리한 유연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현재 국내 앱이 유통되는 모바일 콘텐츠 시장만 살펴봐도 지난해 구글플레이 스토어가 49%, 애플 앱스토어가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의 삼성 앱스 등 국내 업체들의 앱 점유율을 10%수준에 머무르는 상태다.
구글과의 관계 역시 정리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타이젠이 자리잡을 때까지 안드로이드-타이젠 투트랙 전략을 사용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최근 잇따라 출시한 웨어러블 기기 역시 안드로이드와 타이젠을 번갈아가며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행보가 타이젠을 제대로 육성하기에 힘이 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도 일고 있다. 또 삼성전자가 업계에 타이젠에 대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타이젠에 집중해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외부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반응하기 보다는 향후 타이젠이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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