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치료도 못받는 민간잠수사들 "우리 고통은 누가..."
<세월호 100일 출구가 안보인다⑤-민간잠수사 괴담>
"돈벌러 진도 갔다" 욕만…받은 수당도 국제기준 미달
세월호 참사 2주째였던 4월 30일 새벽. 맹골수도 사고 지점에 정박해있던 바지선 사다리로 수색작업을 막 마친 잠수사의 손이 올라왔다. 오리발과 허리춤에 두르고 있던 무게추를 풀어 동료 잠수사에게 넘기고 홀로 사다리를 오르려다 팔에 힘이 풀렸다. 동료 세 명의 도움을 받아 겨우 바지선에 다시 올라탔다.
사고 초기 해경과 함께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을 전담했던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의 바지선 언딘 리베로의 풍경이다. 작업을 마치면 쉴 곳도 마땅치 않았다. 바지선 위에 설치된 컨테이너에서 불편하게 눈을 붙인 뒤, 바닷바람을 쐬며 끼니를 때웠다. 이렇게 매일 40여명의 잠수사들이 차고 컴컴한 바다에 뛰어들었다.
해군과 해경, 민간으로 구성된 합동구조팀에서 실제 수색작업에 투입된 민간잠수사는 100여명. 이들 중 2명이 숨지고, 23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색작업 중 질소 중독으로 인한 잠수병이 원인이었다. 공무원 신분인 정부 구조팀과 달리 이들은 신분도, 수입도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목숨을 담보로 물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에게 돌아간 것은 “돈 벌려고 진도에 갔다”, “시신 1구당 500만원씩 받는다”는 등의 근거 없는 비방뿐이었다. 실제로 수당을 받은 민간잠수사는 100여명. 사고 초기 수색작업에 투입돼 명단에서 누락됐거나 육지에서 대기하던 대다수의 민간잠수사들은 아무런 대가도 받지 못하고 현장에서 철수했다.
수당을 받은 잠수사들도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가령 3일만 현장에 투입되고 나머지 날은 육지에서 대기했다고 한다면, 투입을 기다리며 팽목항에 2개월을 머물렀다고 해도 수당은 3일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민간잠수사들을 둘러싼 오해와 괴담은 세월호 참사 100일이 더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세월호 참사 100일, 민간잠수사들 전원 일당 98만원씩 받았나?
사고 직후 실종자 수색작업에 자원한 민간잠수사는 줄잡아 500명 정도다. 한국구조연합회 등 27개 구난단체 소속 잠수사들은 물론, 다이버 자격증을 지닌 일반인들도 몰렸다. 초기 수색작업에는 민간잠수사들이 대거 투입됐다. 세월호 선체와 바지선을 연결하는 가이드라인 작업도 이들의 몫이었다.
당시 27개 구난단체 대표를 맡았던 정동남 한국구조연합회 회장은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처음 4일 동안은 우리가 작업을 했다. 가이드라인 두 개를 연결하고, 시신 1구를 인양했다”며 “수백명이 몰려 내가 선발을 했다. 서해 해경청장 입조 하에 실제 작업에 투입시킬 인원을 꾸렸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전체 민간잠수부 중 수색작업에 투입됐던 인원은 20% 정도다. 나머지 인원은 구조 경험이 없거나 잠수 능력이 부족해 투입에 부적합했다. 현장에 투입된 잠수사들은 언딘 리베로가 정박해 합동구조팀의 수상기지로 활용되기 전까지 수색을 위한 사전작업과 실종자 수색작업을 도맡아 했다.
이후 언딘에 수색·구조작업 전권이 넘어가면서 자원봉사 형태로 참여했던 민간잠수사들은 대부분 현장에 철수했다.
하지만 이때까지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민간잠수사들은 관련 수당을 일체 지급받지 못했다. 언딘에 소속되거나 언딘에서 모집한 인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해경에서 명단 자체가 관리되지 않은 것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민간잠수사들에 대해 1일 수난구호비용을 98만원으로 책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100여명의 민간잠수사들이 총액 13억여원, 1인 평균 1300여만원의 수당을 지급받았다.
정 회장은 “정부 자체에서 자원봉사자 관리에 대한 기준도 없고, 돈을 준다든지 그런 내용도 없었다. 돈을 준다고 했으면 우리 단체는 안 왔겠지만, 아무튼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면서 “나 역시도 아무런 대가를 안 받았다. 준다고 해도 받을 수도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받았다는 소리를 못 들어봤다”고 말했다.
심지어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한 해군 특수부대 장교 출신 잠수사는 장비를 운용하던 중 손가락 3개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음에도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딘 측 잠수사들 받은 수당도 국제기준 미달…심리치료 지원은 아직
언딘, 구호단체 연합과 별개로 수색작업을 진행했던 알파잠수기술공사 측 민간잠수사들도 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이종인 알파 대표는 “우린 처음부터 자원봉사였다. 그렇기 때문에 잠수사들에 대한 작업수당을 해경에서 청구하라고 한 적도 없었다”면서 “우리 같은 경우에는 해경 측에서 연락이 와서 장비 사용료와 이동경비, 이런 것들만 청구됐다, 우리 잠수사들의 인건비나 이런 건 전혀 지급받지 않아다”고 밝혔다.
현재 세월호 실종자 수색·구조작업에 자원했던 민간잠수사들은 대부분 생업으로 돌아간 상태다. 이 대표는 “어차피 자원봉사자들은 사람 구해보겠다고 현장에서 며칠이고 있던 것이기 때문에 일당을 기대하고 할 것도 없다”며 “생계에 지장이야 있겠지만, 그 사람들 입장에선 그런 생각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언딘 측 잠수사들이 일각의 주장처럼 수천만원씩 챙겨간 것도 아니다. 수색작업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아봐야 하루 4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민간잠수사들은 육지와 바지선을 오가며 교대근무를 했다. 따라서 민간잠수사 1인의 현장 투입기간은 짧게는 3~4일에서 길게는 1개월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이들이 받은 수당은 국제구난협회(ISU) 기준단가(1230달러)에도 30만원(일당) 가량 모자란 액수다. 초기 작업인력과 알파 측 잠수사들과 달리 언딘 측 잠수사들은 대부분 물 속에서 시신을 수습했다.
김윤상 언딘 대표는 “보상과 관련해선 우리가 정부에 ISU 기준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요구해 98만원이란 액수가 책정됐다”면서 “수색작업에 참여한 잠수사들의 경우 많게는 수십 구의 시신을 봤다. 잠수병 등 몸에 생긴 병도 문제지만 트라우마가 상당해 국가에서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잠수사들이 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정부에 강력히 요구했으나 심리치료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들었다”며 “몸이 아픈 것과 별개로 심리치료와 정신과치료를 받아야 한다. 안산 쪽에 트라우마 센터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아직까진 치료가 안 되는 걸로 안다. 앞으로 해주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특히 김 대표는 해경과 유착관계 등 언딘을 둘러싸고 제기되고 있는 논란과 관련해 “우린 우리대로 싸우고 어떻게든 하겠지만 잠수사들은 아니다. 진짜 그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현재까지 사고 해역에는 30명 내외의 민간잠수사가 남아있다.
지난 10일 사고대책본부가 수색 업체를 언딘과 88수중개발에서 88수중개발 단독으로 바꾸고, 잠수 방식을 언딘의 ‘표면공기공급' 방식에서 88수중개발의 ‘나이트록스’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언딘 측 민간잠수사들은 언딘 리베로와 함께 사고 해역에서 전원 철수했다.
사고대책본부 관계자는 “나이트록스 방식은 굉장히 고난이도의 잠수 방식이다. 다른 방식으로 잠수하던 민간잠수사들이 계속 수색작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현재 남아있는 잠수사들은 대부분 88 소속이거나 88에서 모집한 잠수사들이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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