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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잠못드는 밤' 재보선따라 정치운명이...


입력 2014.07.30 09:34 수정 2014.07.30 10:45        김지영 기자

자기 사람 공천도 못시키고 공천 잡음 책임만

"잇속 챙긴 김한길에 '거수기' 역할만" 눈총

지난 11일 오전 김한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7.30 재보궐선거가 당일로 다가왔다.

6.4 지방선거에 이은 무리한 전략공천으로 지도부 문책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선거 결과에 따라 안 대표의 당내 입지에도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가장 가시적인 위협은 조기 전당대회다. 안 대표가 임기를 7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불명예 퇴진을 당한다면 차기 대권 행보에도 빨간불이 켜진다.

이런 가운데, 당 일각에서는 구(舊)당권파와 친노(친노무현)계를 중심으로 벌써부터 조기 전당대회와 지도부 퇴진운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혹여 새정치연합이 재보선에서 만족할만한 성적표를 거두더라도 전략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간 갈등으로, 차기 당권을 둘러싼 내홍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에게 이번 재보선은 사실상 정치생명 최대의 위기다. 안 대표는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윤장현 현 광주시장을 전략공천했고, 시도당 차원에서는 안 대표 측 공천관리위원들이 ‘함량미달’ 후보들에 대한 단수공천을 요구하면서 잡음을 일으켰다. 당연히 당내에서는 비판여론이 빗발쳤다.

당시 안 대표를 살린 것은 선거 결과와 당내외 환경이었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새정치연합이 충청권을 싹쓸이하고, 지방선거 직후 세월호·재보선 국면이 이어지면서 당내 지도부 퇴진 요구는 자연스럽게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전략공천지인 광주와 경기 안산에서의 승리도 지도부의 당권 유지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당 지도부의 독단적인 정당 운영을 둘러싸고 그간 억눌렸던 갈등들이 재보선 종료와 함께 표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권 유지 위한 마지노선 8석, 현실적으로 어려워

안 대표가 정치적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의석은 최소 8석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전체 15개 선거구 중 새정치연합이 후보를 공천한 곳은 14곳이다. 이 가운데 5곳은 본래 새정치연합의 지역구였다. 통합진보당의 지역구였던 전남 순천·곡성까지 더하면 기존 야권의 지역구는 모두 6곳이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지방선거 직후 정치권 관계자들은 10대 5 정도로 새정치연합이 우세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으나, 공천파동을 겪으면서 야권 우세 지역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새정치연합이 8석을 얻으려면 광주 광산을과 전남 3개 선거구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4석을 추가 확보해야 하는데, 수도권에서 새정치연합의 승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지역은 수원병(팔달)과 수원정(영통), 평택을 등 3곳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들 지역도 우세가 아닌 경합지역으로 분류된다.

새누리당 후보의 우세 속에서 경합지역으로 분류되는 경기 김포와 충남 서산·태안, 대전 대덕에서도 새정치연합 후보가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이 7석 이하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친다면 당내에서 조기 전당대회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현 지도부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이고, 전당대회를 여는 데에 통상 3~4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안 대표가 남은 임기를 마저 수행할 가능성도 있으나, 지도부 교체를 전제로 전당대회준비위원회가 구성되기라도 한다면 그 자체만으로 안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돼 불명예 퇴진할 경우에는 향후 당내 입지도 불분명해진다.

권은희, 박광온 얻은 김한길과 달리 '거수기' 오명만

혹여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8석 이상을 얻더라도 안 대표의 앞날에는 ‘먹구름’이 가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당 지도부에 대립각을 세워오던 구당권파 의원들과 친노계 인사들이 광주 광산을에서 서울 동작을로 이어진 재보선 공천 실패의 책임을 물어 지도부 흔들기에 나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대표에게는 박광온(수원병)과 권은희(광산을)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자신이 전략공천한 두 후보가 원내 입성에 성공한다면, 당장은 지도부에서 물러나더라도 큰 손해는 아니다. 권 후보를 통해 광주지역 의원들을 견제하면서 호남에 자신의 세력기반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이용섭 전 의원을 압도적인 표차로 누르고 당대표로 당선됐던 만큼, 현재 확보하고 있는 세력만으로도 재기를 노려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 두 명이 자신의 측근으로 합류한다면 김 대표의 당내 영향력은 지금보다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안 대표는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얻은 것이 없다. 자신의 측근을 한 명도 후보로 내세우지 못했고, 오히려 김 대표의 ‘거수기’라는 오명만 얻었다. 여기에 안 대표가 총력으로 지원하던 기동민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노회찬 후보에게 단일후보 자리를 양보하고 동작을 후보직을 사퇴했다.

특히 안 대표는 당내 절반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안 대표의 원내 측근은 송호창 의원이 유일하다. 결과적으로 지도부 퇴진이 현실화한다면 안 대표가 차기 당권에 도전하기 위한 방법은 앞으로도 김 대표와 손을 잡는 것밖에 남지 않는다.

한편, 당내 일각에서는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현 지도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 재선의원은 “다음 전당대회가 내년 3월인데, 지금 조기 전당대회를 해서 뭘 하겠느냐”며 “7.30 재보선이 끝나고 자성하면서 고칠 것은 고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고, 그러는 것이 훨씬 낫다. 김 대표는 그렇다 치더라도 안 대표는 대표가 된 지 이제 4개월밖에 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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