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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깎는 이동국’ 레전드 시계 여전히 진행형


입력 2014.08.07 09:57 수정 2014.08.07 11:57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나이 들수록 진화하는 슛 감각, 하루하루가 새 역사

트레이드마크 발리슛 여전 ‘발리 깎는 노인’ 별명도

이동국의 전북 축구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며 수많은 전설을 써나가고 있다. ⓒ 전북 현대

‘라이언 킹’ 이동국(35·전북 현대)은 전북 축구를 상징하는 스타 중 스타다.

전북이 고향도 아니고, 전북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것도 아니지만 전북 축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가 바로 이동국이다. 과거 박성배, 김도훈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있기는 했지만, 팀 내에서 이룬 업적이나 팬들의 지지 등 모든 면에서 이동국과 비교하긴 어렵다.

전북은 프로 구단도 늦게 출범했거니와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전북 버팔로가 약체 이미지가 워낙 짙어 축구 불모지중의 한곳이었다. 축구팬들의 성원은 여느 지역 못지않았지만 상위권 질주-우승 경쟁 등의 단어는 아주 먼 이야기로만 여겨졌었다.

그런 전북축구의 이미지가 변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중반 당시 국가대표 코치를 맡고 있던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뒤부터다. 당시 최강희 감독은 감독 경험이 전혀 없는 초보였다.

때문에 팬들은 데뷔 초반 그에게 전혀 믿음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최강희 감독은 조금씩 자신의 스타일을 팀에 녹여내며 전북축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후 전북은 리그 우승은 물론, 국제 대회에서도 선전하며 약체 이미지를 벗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구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최강희 감독은 여전히 전북을 이끌고 있으며 어느새 그에게는 청나라 시대 강희제(康熙帝)의 한자어가 최강희의 이름과 같다고 해서 ‘강희대제’라는 별명이 붙었다. 전북 도민들에게는 ‘봉동이장’이라고까지 불리고 있다.

이동국은 최강희 사단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2009 시즌부터 전북 멤버로 합류한 이동국은 당시 큰 위기에 빠져있었다. 학창시절부터 초특급 유망주로 꼽히며 국가대표-프리미어리그 입단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지만 여러 가지 불운으로 인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내며 한물간 퇴물 취급을 받았다. 전 소속팀이었던 성남 일화 천마가 선뜻 이동국을 내준 이유다.

이동국과 전북의 만남은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이동국은 이전 몇 시즌 간 부진했던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펄펄 날았다. 2009년 5월 2일 제주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매 경기 팀의 공격을 이끌었다. 결국 이동국은 총 20골을 뽑아내며 2009 시즌 득점왕에 오른 것은 물론 전북의 창단 첫 우승까지 만들어냈다. 완벽한 부활이었다.

이후에도 이동국은 전북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의 키 플레이어로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월드컵과는 큰 인연이 없었지만 K리그 역대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작성하는 등 국내 리그에서만큼은 나이를 잊은 ‘새로운 전설’을 보여주고 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어시스트에 눈을 떠 전천후 공격수로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이동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슛은 날아오는 공이 땅에 닿기 전에 발로 차는 ‘발리 슛(volley shoot)’이다. 신인시절부터 하체 힘이 유달리 강했던 그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자세를 잡고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이 탁월하다. 2004년 독일과의 평가전에서 180도 회전해 터뜨린 발리슛은 골문을 지켰던 세계적인 골키퍼 올리버 칸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발리슛은 뛰어난 운동감각이 받쳐줘야 한다. 때문에 나이 먹은 노장들보다는 한창때 젊은 선수들에게서 멋진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이동국의 발리슛은 오히려 나이를 먹을수록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슈팅 전 불필요한 동작을 줄이고 공을 발등에 정확하게 얹는 ‘임팩트’에 요령이 붙었기 때문이다.

노련하게 흐름을 읽고 날아오는 공의 슛 타이밍을 포착하는 능력은 여전히 국내 최고다. 30대 중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하체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 관계로 몸의 균형이 잘 잡혀있는 것이 비결이다.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는 문학작품 ‘방망이 깎는 노인’을 응용한 ‘00깎는 노인’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스포츠 선수로서 노장임에도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들에게 붙는 극찬으로 미 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 팀 던컨에게 ‘플레이오프 깎는 노인’, 프로야구 LG 트윈스 이병규에게 ‘안타 깎는 노인’등의 애칭이 붙는 것들이 대표적 예다. 최근 이동국에게는 발리슛의 노장 달인이라는 의미에서 ‘발리 깎는 노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다.

이동국의 나이를 잊은 활약은 현재 진행형이다.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수원과의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홈경기에서 전반 23분과 후반 22분 골을 넣으며 전북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북 역시 리그 선두를 유지하고 있다. 전북의 전설로 거듭난 이동국의 무한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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