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메달 3개' 손연재, 작은 차이가 명품 만든다
선보인 완벽 연기에 비해 다소 점수 낮아
심판진 눈에만 보이는 미세한 실수 줄여야
손연재(20)가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에서 3개의 동메달을 획득하는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손연재는 11일(한국시각) 오전 불가리아 소피아에서 막을 내린 ‘2014 FIG 던디 월드컵’ 종목별 결선에서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후프에서 17.900점을 받아 첫 동메달을 따낸 손연재는 볼 결선에서도 17.700점을 받아 역시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 밖에 결선에 올랐던 곤봉(17.750점)은 4위, 리본(17.450점)은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날 열린 개인종합에서 리본 17.600점, 후프 17.550점, 볼 17.750점, 곤봉 17.350점 등 합계 70.250점으로 동메달을 목에 건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개인종합 메달과 함께 전 종목 결선 진출, 그리고 2개의 종목별 메달을 획득하면서 총 3개의 메달을 수확했다.
지난해 4월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 이후 10개 대회 연속 국제대회 메달 행진을 이어갔고, 올 시즌 출전한 6개 대회 모두 메달을 수확하는 기복 없는 실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손연재의 메달 획득 여부만큼이나 관심이 모아졌던 중국의 덩센유에와의 맞대결에서도 완승했다. 덩센유에는 오는 9월 개막하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손연재와 개인종합 금메달을 놓고 경쟁을 펼칠 우승후보 가운데 한 명이라 맞대결 결과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덩센유에의 기량이 최근 일취월장하고 있다는 점이 손연재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덩센유에가 아직은 손연재를 넘어서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전날 열린 개인종합에서 손연재가 4개 종목 합계 70.250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한 반면 덩센유에는 68.150점을 받아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손연재가 메달을 따낸 후프와 볼에서 덩센유에는 각각 17.200점, 17.350점으로 5위와 4위에 올랐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손연재에게 인천아시안게임이 세계선수권대회보다 더 큰 비중이 큰 대회다. 다음 달 초와 말에 각각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가 개최되고 손연재 역시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지만 이들 대회 모두 손연재에게는 그저 인천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라는 의미를 띤 대회라 할 수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리듬체조 사상 개인 최고 성적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리듬체조 사상 최초로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우승과 단체전 메달 획득이라는 성과가 지닌 상징적인 의미가 그 보다 훨씬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연재에게 가장 위협이 될 선수를 상대로 손연재가 권위 있는 국제대회에서 완승을 거뒀다는 사실은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손연재는 아시안게임 개인종합 금메달 획득이라는 당면과제에 대한 부담을 떨치고 심리적인 여유와 자신감을 갖는데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둔 손연재에게 필요한 것은 부상 예방 등 컨디션 관리와 종목별 점수를 17점대 중반 내지 후반으로 유지할 수 있는 꾸준함이다. 특히, 종목별 점수를 17점대 중반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일반 팬들의 눈에는 잘 띄지 않으면서 전문가들의 눈에는 보이는 미세한 작은 실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던디 월드컵 리본 종목 결선 경기를 되짚어 보면 손연재는 육안으로 보기에 뚜렷한 실수를 찾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보기에는 18점에 가까운 점수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갖기에 충분한 연기였다. 하지만 실제 나온 점수는 17.450점으로 다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기 초반 도입부에 몸을 회전하다 미세하게 밸런스를 잃는 모습이 노출됐기 때문이다.
다른 종목에서도 손연재는 전반적으로 화려하고 난이도 높은 연기를 펼치기는 하나 심판진 눈에만 포착될 수 있는 미세한 실수들을 범하면서 기대했던 고득점을 올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손연재가 이번 대회에서 덩센유에를 이겼다고는 하나 ‘메인이벤트’인 인천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덩센유에에게 다시 완승을 거두리란 보장을 하기는 어렵다. 그 정도로 둘의 기량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손연재는 인천아시안게임까지 남은 기간 종목별 점수를 0.2-0.3점 정도를 올릴 수 있어야 덩센유에에게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점수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연기 과정에서의 미세한 실수를 줄이는 훈련을 반복하는 것이다. 실제로 손연재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 훈련 과정에서 실수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카피의 의미가 지금 손연재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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