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시복미사 때 세월호 단식농성장은..."강제철거, 없다"
유가족대책위·방준위 "광화문서 단식 중인 유가족, 미사에 함께 참여토록 검토 중"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4.16 특별법을 제정하라!"
11일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는 광화문 광장 한 복판. 단원고 세월호 희생자인 유민이의 아버지 김영오 씨는 29일째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단식투쟁을 벌이며 광화문 광장을 지키고 있었다.
이 단식농성장 한켠에는 ‘국민이 참여하는 단식농성’,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영화인준비모임’ 등도 단식 농성에 동참하고 있었다.
하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16일 시청일대부터 광화문 광장에 이르는 지역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벌일 예정이기 때문에 이 같은 세월호 가족들의 단식농성장이 철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세월호유가족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유가족들의 단식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 당일까지였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의 지연, 유가족들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은 특별법의 여야 합의 등에 의해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가족대책위는 광화문 광장에서 계속 단식농성을 벌일 것이라는 입장이다.
유가족대책위 관계자는 “일부 유가족들의 지속적인 단식농성이 걱정돼 단식을 중단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유민이 아버지의 경우에는 이런 말을 듣지 않는다”라면서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때까지 단식농성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시복미사 진행으로 우리 단식농성장 철수 여부에 대해서는 천주교 측과 지속적으로 얘기하고 있다”면서 “큰 행사를 우리가 방해할 수는 없지만 가톨릭 측에서 우리의 상황과 종교적 특성까지 감안해서 판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교황방한준비위원회 측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강제철거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지속적으로 유가족들과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시복미사 일정까지 유가족들이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면 그들이 소지하고 있는 물품 가운데, 교황에게 위험이 될 수 있을만한 물품만 반출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방준위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유가족들의 단식농성장을 강제철거할 생각은 없다. 다만 16일 미사 때까지 그분들이 그 자리에 계속 계실 경우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미사에 가지고 들어 올 수 없는 물품들을 방출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재 단식농성장 제자리에서 미사를 함께 드리게 하는 쪽으로 얘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금속제품이나 투척이 가능한 플라스틱 용기 등은 미사에 반입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명선 유가족대책위 부위원장도 “16일 시복미사에 유가족들이 함께 참석할 것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라면서 “단식농성장에 그대로 있을 예정인데, 방준위 측에서 미사장 안에서 따로 장소를 마련해 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부위원장은 “일단 광화문 단식에 참여하고 있는 유가족들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면서 “지속적으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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