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족, 재합의 '또' 반대 '휘둘리는' 새정연
새정연, 의총 5시간동안 재합의안 추인 결론 못내
유가족 "여당 2명 추천을 동의로? 4명 모두 야당 몫"
여야는 19일 기나긴 논의 끝에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세월호 유가족들이 재합의 결과에 재차 반발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은 오후 11시 현재까지 의원총회에서 좀처럼 추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1차 합의안을 유가족 반대에 밀려 파기한 새정치연합이 또다시 유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쳐 쩔쩔 매고 있는 모양새다.
이완구 새누리당-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을 갖고 핵심 쟁점인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에 대해 국회 몫 위원 4명 가운데 여당 몫 위원 2명을 세월호 사고 유족과 야당의 사전 동의를 받아 추천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유가족에게 특검추천권을 부여한 것으로 유가족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게 전달한 ‘여당 몫의 특검추천권을 야당 몫으로 돌린다’는 가이드라인이 최대한 반영된 셈이다.
또 진상조사위원회 추천 비율은 1차 합의안의 여야 몫 각 5명, 대법원장과 변협회장 몫 각 2명, 유가족 몫 3명을 그대로 유지했다. 진상조사위원회에서 특검 임명을 두차례 연장할 것을 요구할 경우 본회의에서 의결토록 했다.
이-박 원내대표는 ‘해당 합의안은 양당 의원총회에서 추인하는 즉시 발효한다’고 단서를 달았고 즉각 의원총회를 통해 추인 작업에 돌입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지만 “합의안이 추인되지 않으면 나는 원내대표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배수의 진을 쳤고, 김 대표의 “어렵게 합의본 내용을 추인해주는 게 여당으로서 할 일”이라는 지원사격 속에 결국 의원총회 시작 30여분 만에 추인을 이끌어냈다.
문제는 새정치연합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부터 의원총회를 갖고 추인을 이끌어내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지만 유가족들의 반대에 부딪혀 5시간 가까이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의원총회 초반에는 ‘그래도 추인을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분위기가 강했지만, 의원총회 도중 발생한 유가족들의 재합의안 반대 기자회견 이후 기류가 변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대책위원회는 긴급 대책회의를 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유가족들은 여야가 합의한 특별법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재협상을 요구한다”며 “특검 추천위원 2명을 여당이 추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명선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여당 추천 2인에 대해 야당과 유가족 동의를 받겠다고 했는데 우리가 거부하면 여당은 계속 재추천할 것”이라며 “이처럼 거부와 재추천이 반복되면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 부위원장은 이어 “특히 여당 추천 인사를 유가족들이 거부할 경우 ‘진상규명을 유가족들이 오히려 막고 있다’는 식의 여론몰이에 이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늘 아침 김무성 대표를 만나 특검을 할 경우 추천위원 4인을 야당 몫으로 해달라는 내용 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애초 수사권과 기소권을 요구했지만 여야가 특검 쪽으로 협의한다고 하니 추천 권한이라도 요구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의 기자회견 이후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다수의 의원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이 동의하지 않고서는 재합의안을 추인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특히 당내 초·재선 강경파 모임인 ‘더좋은 미래’ 소속 의원들이 ‘절대 불가’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결국 재합의안에 대한 추인을 보류하고 유가족들의 동의를 구한 뒤 추인 여부를 재논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미 가이드라인을 밝혔기에 그 내용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힌 가족대책위가 가족총회에서 ‘반대 입장’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박 원내대표는 20일 유가족들과 만나 재합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예정이지만 결과에 따라 재합의안이 또다시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어렵게 이끌어낸 재합의안인만큼 새정치연합의 결단을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를 위해 그야말로 간도 쓸개도 다 빼준다는 심정으로 양보했다”며 “새누리당은 최후의 순간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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