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한 송가연 '떡밥 매치' 논란 정리하다

데일리안 스포츠 = 임재훈 객원 칼럼니스트

입력 2014.08.26 08:59  수정 2014.08.27 14:52

윤형빈·송가연 이용한 상업적 행보에 불만 제기

단체 생존 위한 불가피한 선택..실력 입증 여부 관건

송가연은 자신의 데뷔전을 둘러싼 수많은 논란에 대해 의연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 데일리안 이상우 객원기자

여성 종합 격투 파이터 송가연(20·팀원)이 데뷔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의연한 심경을 밝혔다.

송가연은 지난 17일 '로드FC 017' 스페셜 매치에서 에미 야마모토를 상대로 1라운드 2분 22초 만에 '레프리 스톱' TKO 승리를 거두고 프로 파이터로서 첫 승을 신고했다.

하지만 스포츠팬들 사이에서는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우선 송가연 데뷔전 상대인 야마모토가 전문 격투기 선수가 아닌 자녀를 둔 주부 파이터로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로 알려지면서 이른바 '떡밥 매치' 논란이 일었다.

이에 송가연은 24일 방송된 SBS '일요일이 좋다-룸메이트(이하 룸메이트)'에서 "나는 종합격투기를 한 지 1년이 조금 넘은 반면 에미 야마모토 선수는 4년째 종합격투기 훈련을 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어릴 때부터 운동을 했는데 너무 쉬운 상대랑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태권도만 15년 한 선수가 와서 싸우면 그 선수가 더 잘해야 하는데 그건 또 아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야마모토가 결코 약한 상대가 아님을 에둘러 설명한 것.

이어 "사람들 말에 개의치 않는다. 그런 말이 들리지도 않는다"며 의연한 자세를 나타냈다.

송가연의 데뷔전을 둘러싼 논란은 사실 이뿐이 아니다.

신인 선수의 데뷔전을 이날의 메인이벤트였던 권아솔의 로드FC 타이틀전 뒤에 배치, 사실상의 메인이벤트로 만들어 준 로드FC의 결정도 논란거리였다. 게다가 '룸메이트' 제작진이 멤버들이 체육관을 찾아 송가연을 응원하는 장면을 그대로 촬영한 것은 물론 송가연의 승리 직후 출연진이 옥타곤에 올라와 축하 메시지를 전하는 장면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마디로 송가연을 인기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로드FC의 마케팅용 선수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앞서 경기를 치른 수많은 파이터들을 연예인들의 들러리로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이와 같은 논란들이 로드FC가 하나의 스포츠 비즈니스 모델로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 기꺼이 감수해야 할 문제였는지도 모른다.

로드FC 정문홍 대표 역시 한 인터뷰에서 "감수할 것은 감수하겠다"며 "로드FC의 최정상급 1-2명의 파이터에게는 UFC보다 2배 많은 파이트머니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개그맨 윤형빈을 선수로 키워 로드FC의 메인이벤터로 세운다거나 연예인들을 추가적으로 옥타곤에 세우는 일, 그리고 로드FC의 라운드걸인 '로드걸’을 미디어에 최대한 많이 노출시키는 등 로드FC의 미디어 친화적 행보에 대한 답변이었다.

로드 FC 정문홍 대표(왼쪽)는 사업 확장을 위해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 로드 FC

여기서 윤형빈의 데뷔전에 대해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로드FC 정문홍 대표는 개그맨 윤형빈이 데뷔전에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TKO승을 거둔 직후 인터뷰에서 "질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그 경기를 두고 또 여기저기서 약한 상대를 붙였다는 지적이 일었지만 사실은 윤형빈 보다 한두 레벨 수준이 높은 선수를 붙였다는 것.

실제로 윤형빈은 경기 초반 상대 일본 선수에게 큰 펀치를 두 차례 정도 허용했지만 기적적으로 이를 극복해냈고, 이후 공격을 하러 들어오는 상대를 정확히 노리고 있다가 오른손 카운터펀치로 한 순간에 경기를 뒤엎어버렸다.

로드FC가 윤형빈을 선수로 키운 것이 결코 장난이 아니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사업상 미디어와 친하게 지내되 거짓말은 하지 않겠다는 로드FC의 입장을 단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로드FC는 과거 일본의 K-1, 프라이드에 견줄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격투 스포츠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현재는 이런저런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최대한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고 많은 이슈를 생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둘러보면 현재 대한민국에서 격투 스포츠로서 나름대로 미디어의 주목을 받는 토종 스포츠는 사실상 로드FC가 유일하다. 지금 한국에서 '팔리는’ 격투 스포츠 콘텐츠는 WWE 프로레슬링과 세계 최대 종합 격투 스포츠 브랜드인 UFC 정도다.

한국의 프로복싱은 여러 미디어의 지원에도 메이저기구 세계 챔피언 한 명 배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흥행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한국의 프로레슬링은 그야말로 지리멸렬인 상태다.

종합 격투 스포츠 분야에서도 로드FC에 앞서 흥행 사업에 도전했거나 현재 도전 중인 토종 격투 스포츠 브랜드들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들에 비한다면 로드FC는 자체적으로 선수들을 키워 UFC에 보낼 수 있을 정도로 전반적인 선수들의 기량 수준도 높을 뿐만 아니라 흥행 자체를 일반 미디어, 특히 지상파 방송의 관심으로 끌고 가는데 까지 성공했다는 점에서 분명 평가 받을 만하다.

이와 같은 로드FC의 중요한 성과의 중심에 송가연이 당당한 일원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한국의 론다 로우지'를 꿈꾼다는 송가연이 앞으로 프로 파이터로서 성장하는 문제는 별개의 문제다. 데뷔전에서 약한 상대를 골라 경기를 치렀다는 논란이 빚어진 만큼 다음 상대는 좀 더 레벨이 높은 선수를 상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송가연의 기량에 문제가 있다면 밑천은 금방 드러나게 될 것이다. 송가연 앞에 놓인 냉정하지만 당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송가연 역시 충분히 감수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룸메이트’에서 송가연이 "사람들 말에 개의치 않는다"고 한 말은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매우 영리하고 현명한 말이었다. 팬들에게 자신은 물론 자신이 속한 로드FC의 현재의 입장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서 '앞으로 좀 더 지켜봐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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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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