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여당이 적이라고? 이제는 ‘우리’라는 울타리 넓혀야 할 때
한국에 임시 체류하고 있는 미국 국적 동포입니다. 데일리안에 지난 8월 21일 게재된 '유족대표 "새누리는 적, 야당 빠져라 박영선 “…”'기사를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 사건에 대하여 몇 가지 생각해 온 점들이 있어 이렇게 유족 여러분께 드리는 글의 형식을 빌려 올리게 됐습니다.
참고하시고 혹 현 어려운 시국을 벗어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필자 주 >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께
무엇보다도 먼저, 삼가 말로 적절하게 표현할 수 없는 조의와 심심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시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늘 공평하지 않으며 모든 일이 항상 순리적으로 일어나고 모든 것이 완전하고 만족할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의 죽음만 해도 그렇습니다. 각 사람의 인생과의 고별이 순리적으로, 즉 나이가 드신 분들부터 차례로 세상을 떠남이 우리가 보통 기대하는 바이지만, 그리고 그렇게 윗 사람부터 소천하여도 우리 인간은 정을 먹고 사는 동물인지라 슬프고 애석해 함이 늘 도가 넘음이 인지상정입니다.
하물며 전혀 예기치도 않았던, 나이가 젊거나 어린 사람이, 그 인생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어떠한 연고로든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리는 아연실색하고 망연자실하게 됩니다. 특별히 자식을 먼저 보내는 부모의 마음은 직접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도저히 동감은 커녕 공감하기도 어려운 애사(哀事) 중에 애사입니다.
그러한 뜻에서 이 글을 쓰는 의도에 조금이라도 여러분의 슬픔과 비애를 희석시키거나 훼손코저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이제 세월호 참사가 있은지 넉달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여러분들은 얼굴에 정말 단 한 순간이라도 진정한 기쁨과 웃음이 결여된 시간이었을 줄 압니다. 스스로의 그 뼈를 깎는 듯한 아픔에서 나음과 치유를 받아야 할 때가 이미 오래 지났다고 사료됩니다.
감히 주제넘게도, 더군다나 대한민국 시민이 아닌 외국국적동포로서 이런 말씀을 드림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위 ‘세월호 특별법’ 제정으로 대한민국 정치가 묶여 있음은 모든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된 이유가 허다하고 간단하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책임이 있음도 간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계속적인 책임 공방과 내가, 우리가 원하는 완전한 법안만을 끝까지 고수하기에는 이제 여러분들을 포함하여 많은 국민들의 몸과 마음이 지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상황이 상황이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모두 숨을 죽이고 할 말을 아끼는 것처럼도 보입니다. 이런 시기에 말 한 번 잘못 발언 했다가는 봇물이 터지는 듯,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원성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인지, 저도 이런 글을 쓰기에 앞서 주저함이 적지 않았음이 또한 사실입니다.
저의 소견으로는,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우리”라는 개념의 넓이와 테두리를 넓혀야 할 때가 아닌가 여겨집니다. 여당은 우리의 적이며 야당만이 우리 편이 되어 주리라 여겼는데, 그 기대를 스스로 저버린 그들도 이제는 우리 편이 되지 못하기에 우리가 직접 나서겠다… 민주주의의 기본, 의회정치에서는 무언가 모순내지는 아쉬움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야당도 우리의 대변인이요 여당도 국민이 선출한 우리의 (비록 ‘나의 대변인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변인임을 우리는 부정 할 수 없습니다.
또 국민의 대변인들은 이러한 재난을 당리를 위해서, 또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사건을 다루어서는 값도 없이 이유도 없이 죽어간 영혼들을 모독하는 범죄 행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여서는 아니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감히 말씀드리고저 하는 것은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들도 이제는 “우리”라는 울타리를 넓혀, 더 넒은 시야와 안목으로 모든 일을 보아 주시기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불쌍한 영혼들도 우리 모두의 가족이며, 구조된 학생들도 우리이고 단원고 학생들도 우리이자 대한민국 모든 학생이, 아니 모든 국민이 다 ‘우리’입니다.
이러한 참사가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극도의 힘과 애를 쓰는 여러분의 수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또 이 세월호 참사가 왜, 어떻게, 무슨 연고로 일어났는지 그 정황과 사실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파헤치고자 하는 여러분의 심중도 우리 모두 잘 이해합니다.
지금 현재의 국민의 정서와 분위기 아래 그 누구도 이 일을 적당히 조사하거나 가릴 수 있는 것 가리고 넘어가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국회의원이나, 검사나 법조계 사람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여당이 지명한 사람들은 조사 과정에서 반드시, 무책임하게, 적당히 넘어갈 것이라 가정하는 것, 야당과 ‘우리’가 지명한 사람들만이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만족하게 처리할 것이라는 예기나 기대 또한 형평성을 잃고 있지는 아니한지요? 검사의 숫자와 출신과 성향의 조합이 지금의 정서와 상황으로서는 더 이상 그렇게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저는 봅니다.
그 이외에도 세월호 사건과 연관되어 다른 많고 많은 문제들이 시급한 결정을 기다리며 산적해 있습니다. 또 다른 민생을 위한 의제들도 많이 밀려 있습니다.
어떤 의원은 세월호 특별법이 민생이 아니고 무엇이냐 했는데 분명 그 범주 안에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며 다른 중요한 의제들도 산더미 같이 쌓여 있지만 지금 특별법 제정의 지연 여파로 오랜 기간 동안 움직이지 않고 묶여 있습니다.
‘자신들’ 만을 - 좁은 의미의 ‘우리’ 만을 내세우며 홀로 의존하고 믿지 말고 이제는 큰 울타리 속의 ‘우리’를 믿어 줄 때인 듯 합니다. 국민을 믿으며 국민이 선출한 의원들도 믿어 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내가 지지하는 당에 속하지 아니한 모든 의원들로부터 내가 맡길 수 있는 모든 신뢰를 빼앗을 정도로의 유치하고 초보적인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봅니다. 제가 보기에 현 시국으로서는 상호 신뢰의 길이 앞으로 국민들 간의 상호 더 큰 신뢰를 쌓는 성숙함으로 나아가는 바람직한 길이요, 어쩌면 그 길이 국민이 더 원하는 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과거의 아픔과 사람들의 크고 작은 실수와 이 나라의 부조리와 아직도 잔존하는 부정부패를 딛고 더 성숙된 미래를 향해 전진해 나가는 시각이 되지 않았나 사료되어, 어쩌면 언급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이렇게 일언함이 혹 외람될는지 모르나, 다시 한 번 너그러이 이해하며 혜람해 주시고 귀 기울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글/바이런 김 LA 거주 미국국적 동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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