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에 철판깔고 '방탄국회' 손잡은 여야의원들
재석 223명 가운데 찬성 73, 반대 118, 기권 8, 무효 24표로 부결
새정연에서도 이탈표 "방탄국회 없다더니 여야 합심해 페포동의안 부결"
‘철도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송광호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면서, 여야는 또다시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민생법안 처리는 뒷전이었던 국회가 ‘제 식구 감싸기’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여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3일 오후 본회의에서 송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에 대해 무기명 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석 223명 가운데 찬성 73표, 반대 118표, 기권 8표, 무효 24표로 부결시켰다. 현역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지난 2012년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이후 2년 2개월만이다.
표결 직전까지만 해도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동안 여야는 선거 때마다 ‘특권 내려놓기’를 강조하면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최우선으로 내세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더 이상 제 식구 감싸기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왔다.
결과적으로 이날 송 의원 체포동의안이 무산되면서 이 같은 정치권의 장담은 ‘새빨간 거짓말’로 전략했다. 국민과의 약속을 번번이 파기하는 국회의 고질병을 또다시 드러낸 것이라는 비판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본회의장에는 새누리당 127명, 새정치연합 96명으로 총 223명의 의원이 투표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이 반대표에 몰표를 던질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에서도 반대표가 일부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특정 정당이 아닌 정치권 전체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서도 이탈표가 발생한 것 같다. 결국 여야가 합심해서 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세월호 특별법으로 야단을 떨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결국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이 돼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 소장은 “체포동의안 부결이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인지 여의도 정치인들은 냉철하게 한번 자기점검을 해보고, 성찰을 해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야, 반성보다 책임공방과 해명부터
하지만 국회는 자기반성보다는 책임 공방부터 시작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두 얼굴을 보여준 한 사례”라고 날을 세웠고, 유은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방탄국회는 없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조직적으로 자기당 의원 구하기, 방탄국회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데 국민이 국회를 어떻게 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김무성 대표는 “의원들 각자가 판단한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고 할 말이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으며, 김현숙 원내대변인은 “당론으로 감싸는 것은 전혀 없었다. 야당도 상당수 참여했을 것으로 추측이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추석 민심이 크게 출렁일 것을 우려하면서도 “체포동의안 발부는 검찰의 지나친 수사”라는 반발의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쇄신 성향이 강한 한 초선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추석을 앞둔 상황에서 민심의 이반이 우려되지만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적절치 못했다는 의견이 내부적으로 컸다”며 “송 의원이 정상적으로 출두한다고 했고 증거인멸 위험도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체포하는 것은 검찰이 권력을 너무 과하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중진 의원도 “국회가 할 일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제 식구 감싸기’ 비판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면서도 “체포동의안을 봤는데 뇌물수수혐의인지, 정치자금법 위반인지는 논란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정치자금법 위반 성격이 강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민생법안 처리 등 국회의 기능이 멈춘 상황에서 발생한 방탄국회를 두고, 국민들이 과연 검찰의 무리수로 평가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