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은 박주영 비난 공격, 그리고 베어벡 일갈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09.07 16:41  수정 2014.09.07 16:46

베어벡 "태극전사 조금만 못해도 혹독한 비난"

아스날 떠난 박주영 향해 무분별한 악플 공격

박주영을 향한 악플러들의 공격이 도를 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대표팀 사령탑에서 물러나면 나는 당장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들은(악플러는) 태극전사가 조금만 못하면 혹독하게 비난을 가한다.”

핌 베어벡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2007년 퇴임 기자회견서 작심하고 한 말이다.

베어벡 감독은 최근에도 비슷한 말을 했다. 베어벡은 판 마르바이크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와 협상에 들어가자 “한국에서 축구대표팀은 ‘공공의 재산’이다. 전 국민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네덜란드 감독시절을 생각하면 안 된다.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다. 베어벡의 말대로 한국에서 축구대표팀은 사실상 공공의 재산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서 너무도 쉽게 축구인들에게 비난을 가한다는 점이다.

김호곤 감독은 올림픽대표 시절(2002~2004) 악플러들의 공격으로 감독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큰 상처를 받았다. 허정무 감독도 2000년 올림픽 당시 가족사에 대한 모욕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2010남아공월드컵서 사상 첫 원정 16강을 견인하고도 연임을 포기한 이유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들끓었던 악플러들의 비아냥거림 때문이었다.

선수들은 더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군 태극전사조차 비난 세례를 받기 일쑤였다. 박지성은 세계적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하고도 일부 악플러들에 의해 ‘벤치성’으로 불렸고, 급기야 안정환은 관중으로부터 심한 모욕을 받아 축구에 회의감이 들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악플러들은 조금의 실수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최근 박주영에 대한 무분별한 인신공격은 정도를 넘어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오해가 오해를 낳고 악성 루머가 사실처럼 왜곡돼 악플러들은 가열 차게 박주영을 몰아붙이고 있다. 무엇보다 박주영 본인이 입을 다물면서 오해는 더 커졌다.

박주영은 한때 영웅이었다. 한국 축구팬들에게 값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행복을 안겨다 줬다. 특히 광복절을 앞둔 지난 2012년 8월 11일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는 결승골로 한일전 승리를 이끌었다. 일본 수비진 4명을 허수아비로 만든 박주영 골에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축구팬들은 박주영에게 당시 인기 있던 드라마 ‘각시탈’ 별명까지 지어줄 정도였다.

거기까지였다. 아스날에서 방출된 이후 박주영은 미운 오리 신세가 됐다. 현재 무적신세로 어려운 상황에 처했지만 온라인에서 그를 격려하는 메시지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브라질월드컵 이후 매도당하는 모습이다. 사실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 대부분이 부진했다. 대한축구협회의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축구팬들은 유독 박주영과 그를 발탁한 홍명보 감독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다.

박주영의 아스날행 선택을 실수로 보기도 어렵다. 보다 큰 무대에서 뛰고 싶은 바람은 모든 선수들이 갖는 꿈이자 목표다. 그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부름에 아스날 유니폼을 입었고, 결과는 아쉽게도 실패였다. 그뿐이다. 유럽 또는 빅클럽에 입단해 성공하면 좋겠지만 실패하는 선수들도 수두룩하다.

아스날에서 실패했다고 그의 축구인생이 끝난 것도 아니다. 박주영은 아직 젊다. 아르센 벵거 감독도 박주영을 향해 “팀 사정으로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미안하다. 그는 매우 성실하고 과묵한 선수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직 자유이적의 기회가 있다는 점이 희망이라면 희망이다.

박주영은 조용한 선수다. 아프면 아프다, 괴로우면 괴롭다고 말하는 타입이 아니다. 속으로 고통을 움켜쥐는 선수다.

지금도 많은 태극전사와 축구 지도자들이 악플러들의 무분별한 공격에 속병을 앓고 있다. 유명인 또는 국가대표라는 이유만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자세한 내막도 모른 채 소문으로만 선수들을 깎아내리려 하고 있다.

베어벡 감독은 “한국선수들이 목표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악플러들은)태극전사를 범죄자보다 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정확한 진단이다. 악플러들은 한국축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주영, 그리고 태극전사들을 통해 축구가 재미있고 행복한 순간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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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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