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는 메시-네이마르-수아레즈로 구성된 이른바 'MSN 라인'을 구축했다. ⓒ 게티이미지
지난 시즌 FC바르셀로나는 상당히 어수선했다.
네이마르의 이면 계약 논란을 시작으로 FIFA의 이적시장 참여 금지, 전 바르셀로나 감독 빌라노바의 별세까지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최정상을 지켜왔던 바르셀로나는 슈페르코파 하나만 차지하고 시즌을 접었다.
지난 시즌의 성적은 바르셀로나가 챔피언이 아닌 다시 도전자의 입장으로 돌아왔다는 사실만 팬들에게 확인시켜줬다. 절치부심한 바르셀로나는 팀의 레전드 루이스 엔리케 감독 선임을 시작으로 ‘EPL 득점왕’ 수아레즈를 비롯해 라키티치, 마티유 등 공수 양면에 걸쳐 많은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정상 탈환을 예고했다.
공포의 남미 3톱
게임에서나 가능할 법한 조합이 탄생했다. 이른바 ‘MSN' 라인이다.
역사상 최고의 선수인 메시,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눈부신 활약을 선보인 수아레즈, 브라질의 축구 천재 네이마르가 그 주인공이다.
수비수라고 가정하고 이들을 막는다고 상상해보자. 메시가 공을 몰고 들어오고 있고, 양 옆에는 네이마르와 수아레즈가 함께 쇄도해 들어오고 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 3명의 특급을 막는다는 것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고 경기 도중 화장실에 가고 싶어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3명의 공존이 가능할까.
지난 시즌 네이마르는 측면을 중심으로 활동했지만 올 시즌은 좀 더 중앙에 위치해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수아레즈도 네이마르와 마찬가지로 측면으로 빠지는 것이 아닌 중앙에 위치해 득점에 치중할 전망이다. 이렇게 네이마르와 수아레즈를 전방에 투톱처럼 세운다면 메시는 처진 위치에서 팀의 전반적인 공격을 정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전방의 윙 포워드들이 중앙으로 들어가면서 좁아진 공격의 너비는 좌우 풀백인 알바와 알베스의 오버래핑을 통해 상쇄하고, 네이마르와 수아레즈는 공격의 깊이를 더할 수 있다. 이때 분산된 수비들 사이로 생기는 중앙 공간은 메시의 차지가 된다.
새로운 활력소 가세한 미드필더진
지난 시즌 중원에서 사비의 부진은 바르셀로나의 추락 원인 중 하나였다. 중원에서 사비의 플레이가 활기를 잃자 바르셀로나의 패싱 플레이는 단조로워졌고 상대의 강한 압박을 뚫지 못했다. 지난 6년간 사비는 유로대회, 월드컵 등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면서 수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쳤고, 지난 시즌 결국 체력적으로 지친 모습을 드러냈다.
바르셀로나는 노쇠화 기미를 보이는 사비를 대신 해 세비야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라키티치를 데려왔다. 라키티치는 프리메라리가 2경기에서 팀에 순조롭게 잘 녹아들면서 사비 대체자로서 감독의 신임을 얻었다. 특히, 자신의 장기인 중·장거리 패스를 활용한 스루패스는 침투에 능한 팀 동료들을 만나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라키티치는 수비 가담도 적극적인 편이다. 가로채기, 태클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이타적인 플레이로 공수 양면에 걸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다만, 바르셀로나가 수비할 때, 좀 더 조직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는 확실한 움직임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로 곧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개편된 수비진, 리더는 누가?
지난 시즌 주장 푸욜이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하면서 바르셀로나의 수비는 상당히 불안했다.
특히, 상대의 역습과 공중볼 다툼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내며 많은 실점을 했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엔리케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골키퍼를 비롯해 마티유, 베르마엘렌, 더글라스를 차례대로 영입하면서 수비진 강화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마티유는 발렌시아에서 뛸 당시 왼쪽 풀백부터 왼쪽 미드필더, 중앙 수비까지 소화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수비수로 힘과 높이를 겸비했다. 마티유의 힘과 높이는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공격과 수비, 상대팀의 크로스 공격에 대한 방어, 힘이 좋은 상대편 공격수에 대한 방어 등 그간 바르셀로나 수비진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적생인 베르마엘렌도 기본적으로 측면 수비와 중앙 수비를 모두 소화할 수 있고 패싱 능력이 좋아 뒤에서 부터 시작되는 바르셀로나의 축구 스타일에 적합한 자원이다. 하지만 현재 바르셀로나 수비진에는 푸욜의 은퇴와 발데스의 이적으로 인한 리더의 공백을 책임질 만 한 수비수가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올 시즌 가장 큰 불안요소다.
어찌됐든 바르셀로나는 엔리케 감독을 선임하면서 무너진 팀의 철학을 다졌고 수아레즈, 라키티치, 마티유 등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동력이 될 만한 선수들을 데려왔다. 그래서 올 시즌은 바르셀로나에 상당히 중요하고 새로운 기점이 될 수 있다.
비록 수아레즈의 징계로 인해 완전한 팀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푸욜과 사비로 대표되는 한 시대가 끝나고 메시와 수아레즈, 네이마르를 중심으로 한 새 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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