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드 벼랑’ 양궁 오진혁 “이렇게 뒤집긴 처음”
남자 양궁 리커브 결승에 선 오진혁(33)은 한 세트만 더 빼앗기면 금메달을 놓치는 벼랑 끝에 몰렸다.
리커브 양궁 개인전은 세트제로 진행된다. 세트당 총 3발씩 쏴 합산점수로 승부를 가린다. 세트에서 승리하면 2점, 무승부면 1점, 패하면 0점을 부여한다. 총 5세트 진행하고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슛오프를 통해 승자를 가린다.
평소와 달리 10점 과녁을 비껴가 맴돌기만 하는 오진혁의 화살과 달리 중국 용지웨이는 2세트까지 6발 가운데 1발만 9점에 걸렸을 뿐, 나머지 모두 10점에 꽂혔다. 2012 런던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에게 걸었던 기대가 꺼지기 일보직전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함성이 한 차례 양궁장을 덮은 뒤 3세트 첫 발에서 오진혁은 10점을 쐈다. 관중들의 함성과 오진혁의 반격의 기운을 느낀 듯, 용지웨이는 갑자기 흔들려 화살이 8점에 꽂혔다.
오진혁은 이 틈을 파고들어 연거푸 10점을 쏘며 30점 만점으로 엔드를 마쳤고, 용지웨이는 나머지 2발도 9점과 10점을 쏘는데 만족했다.
4세트에서도 용지웨이는 10점 없이 9점만 3발 쐈고, 오진혁은 9점 2발에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명중시켜 마침내 세트스코어 4-4 동률을 만들었다.
마지막 5세트, 두 발을 10점, 9점에 꽂아 용지웨이에 1점 앞선 오진혁은 마지막 화살을 8점에 쐈다. 용지웨이가 10점을 쏘면 오진혁은 은메달이 되고, 9점이면 동점으로 6세트로 이어지는 숨죽인 순간이었다.
이런 부담스러운 분위기에 눌린 탓인지 용지웨이는 그만 8점을 쏘고 말았다. 오진혁의 27-26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고개를 숙이고 숨죽이며 용지웨이의 화살을 지켜보던 오진혁은 두 팔을 들어 올리고 포효하며 팬들의 환호에 감격했다.
마지막 화살에 대해서는 “매우 집중하고 쐈는데 8점에 들어가서 ‘아 이렇게 또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상대가 8점을 쐈다”면서 “이렇게 뒤집어 보긴 처음이다”며 웃었다.
남자 개인전 4강에 홀로 올라간 오진혁이 금메달을 획득, 한국 양궁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리커브 금 3개와 컴파운드 금 2개를 따냈다. 한국 양궁 전체적으로는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노골드 위기에 놓였던 남자 양궁은 오진혁의 전례 없는 역전으로 자존심을 지키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더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이 든 대회였다”고 진땀을 닦은 오진혁의 메시지가 다음 대회에서는 어떤 메아리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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