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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된 친노가 죽일놈? 486 강경파들이 당붕괴 사단


입력 2014.10.09 09:51 수정 2014.10.09 09:55        김지영 기자

7.30 패배후 친노계 분열 강경파 참여는 일부만

"노통 만난적도 없는데..." 절반이 '친노' 낙인

지난 2010년 1월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승계한 핵심 친노그룹이 주축이된 국민참여당 창당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끝없는 악재에 도무지 볕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이 그렇다. 7.30 재보궐선거 참패에 이어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가 퇴진했고, 세월호 특별법 협상과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과정에서는 당이 해체 위기까지 내몰렸다. 새 비대위가 출범했지만 수습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여기에 모든 악재의 원흉으로 친노(친노무현)계가 지목되고 있다. 민심을 외면한 강경투쟁으로 당 지지지도를 떨어뜨린 것도 친노이고, 지도부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당대표 퇴진운동을 주도한 것도 친노이다. 친노는 또 당내 계파주의의 뿌리이자 핵심이다. 친노만 사라지면 새정치연합은 평화로울 듯하다.

이제는 신임 원내대표 선거를 놓고도 계파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윤근 정책위의장에 대한 추대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이종걸 의원의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원내대표 선거가 친노대 비노(비노무현) 대결로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사실상 반노(반노무현) 결사체인 구당구국(救黨救國) 모임도 결성됐다.

강경파 중 상당수는 486, 친노계는 계파 내 비주류만 일부 참여

그렇다면 한쪽의 주장처럼 새정치연합의 모든 악재가 친노계의 패권주의에서 기인한 것일까. 자칭 중립을 표방하는 의원들의 말을 빌리자면 7.30 재보선 이후 친노계는 계파가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존재감이 없었다. 오히려 당이 위기에 닥칠 때마다 친노계는 집단보다 각 의원들의 개별 활동이 두드러졌다.

먼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둘러싸고 새정치연합이 장외투쟁에 나섰을 때, 박영선 전 원내대표로 하여금 장외투쟁을 압박한 세력으로 친노 강경파가 지목됐다. 실제 친노계의 수장격인 문재인 의원은 단원고 희생자인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오 씨의 단식투쟁에 동조하며 새정치연합 장외투쟁의 선봉에 섰다.

하지만 문 의원의 개인의 활동을 계파의 활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친노로 분류되는 민홍철 의원과 백군기 의원은 당시 당내 온건파 의원 13명과 함께 당의 장외투쟁 중단을 촉구하는 연판장에 서명했다. 또 단식투쟁에 동조했던 인사에는 486계로 분류되는 정청래 의원과 김재윤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결과적으로 당의 장외투쟁을 이끌었던 쪽은 특정 계파가 아닌 강경파였다. 흔히 강경파라고 하면 친노계 초선의원들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과 486계 의원들의 비중이 높다.

또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에 대한 비대위원장 영입 철회를 촉구했던 의원들은 계파를 가리지 않는다. 이들 중 한 명인 정청래 의원은 자신과 같은 의견을 가진 의원이 100여명에 이른다고 주장했었다. 반대로 박 전 원내대표와 사전에 의견을 조율했던 문 의원은 당내 의원들의 동의를 전제로 조건부 찬성했다.

이밖에 박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던 쪽도 전적으로 친노계로 몰기에는 무리가 있다. 박 전 원내대표가 칩거를 끝내고 당무에 복귀했던 지난달 17일까지 박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던 19명 중 상당수는 이분법상 친노계와 민평련계였다. 이들 중 친노계의 핵심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문재인 의원, 참여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의원과 한명숙 의원 등 친노계 핵심 인사들은 등원을 촉구하거나 강경투쟁에 불참했다.

“노무현 대통령과 만난 적도 없는데...” 이분법적 분류에 절반 ‘친노’ 낙인

일반적인 언론 분류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내에서 친노 혹은 범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는 현직 의원의 절반에 달한다. 언론에서 계파를 분류하는 기준은 크게 참여정부에서 입각 여부와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맡았던 직책, 문 의원과 관계, 친노계 핵심 및 원로 인사들과 친분 등이다.

하지만 19대 국회의원 총선거 때 비례대표로 당선된 대다수의 초선의원은 이들 기준과 상관없이 친노로 분류되고 있다. 당시 비례대표 공천권을 쥐고 있던 당대표가 친노계 원로인 한명숙 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친노가 아님에도 친노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인물이 청년비례대표인 김광진 의원과 장하나 의원이다.

특히 박 전 원내대표는 정동영 상임고문의 열린우리당 당의장 시절 영입됐음에도 정동영계가 와해된 뒤부터 줄곧 친노로 분류되고 있다. 박 전 원내대표는 일부 친노계 의원들과 친분을 유지하고 있기는 하나, 19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전까지 안민석 의원 등 486계 의원들의 지원을 받아왔다.

일부 언론의 분류대로 박 전 원내대표가 친노계이고, 박 전 원내대표 퇴진운동을 주도한 것도 친노계라면, 친노계 의원들이 자신들과 같은 계파의 원내대표를 몰아내는 데에 앞장섰다는 말이 된다. 최소한 계파가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집단이라면 박 전 원내대표와 강경파 중 한 쪽은 친노계가 아니어야 한다.

이 같은 상황적 어폐는 언론이 편의에 따라 모든 새정치연합 의원들을 자의적으로 구분하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계파에도 소속되지 않은 의원들은 의도치 않게 특정 계파에 소속됐다. 이와 관련, 한 초선의원은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난 적도 없는데, 언론에서 친노라고 부르더라”고 토로했다.

범친노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우 의장 측 관계자는 “무슨 기준으로 친노라고 하는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비노가 아니니 친노라고 구분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서는 친노로 분류되는 의원들 중 실제 친노계는 절반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개인별, 계파별 목적 위해 당내 모든 문제에 친노 프레임 덧씌워

이처럼 계파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당내 모든 문제가 친노계의 문제인 것처럼 매도되는 데에는 당권 재탈환을 노리는 구(舊)당권파와 비주류 의원들의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노 프레임은 비노 세력 결집을 도모하고, 특정 인물을 고립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먼저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을 거부하고 박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종용했던 주체는 일반적으로 친노 강경파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비주류 의원들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특히 강경파 의원들을 이끌었던 유승희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에 대한 개인적 앙금으로 퇴진운동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의원들에 따르면 유 의원은 박 전 원내대표의 취임과 함께 4년간 몸 담았던 당 여성위원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여성의무공천자에 대한 추천권과 막대한 예산집행권을 잃었다.

486계로 분류되는 진성준 의원은 전략기획위원장이라는 당직을 유지한 채 강경파 모임에 참여, 임명권자인 박 전 원내대표의 퇴진을 촉구했다. 초선의원 중 대표적인 강경파인 진 의원은 당 지도부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면서도 뒤로는 서울 강서을 지역위원장 출마를 위해 지역구에 사무소를 개소했다.

이밖에 구(舊)당권파에 속하는 호남계 의원들은 기득권 유지를 목적으로 박 전 원내대표 퇴진운동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 시절 추진했던 공천개혁이 오픈프라이머리에 초점이 맞춰졌던 점을 고려하면, 박 전 원내대표의 장기집권은 호남의 기득권을 약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 목적에 의한 이들의 행보에 의도적으로 친노 프레임이 덧씌워졌다. 주체는 원외 인사들과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지낸 추미애 의원, 온건파 모임인 민집모(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 소속으로 김한길 전 대표의 최측근인 노웅래·주승용·이종걸 의원 등이 결성한 이른바 구당구국 모임으로 추정된다.

이들 대부분은 구당권파 출신 인물들로, 이미 오래 전부터 친노계를 당내 적폐로 규정하고 투쟁을 전개해왔다. 결과적으로는 과거 당권을 잡았던 세력이 비노계 결집을 통한 재집권을 위해 당내 모든 문제를 친노계의 탓으로 돌렸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의 계파 분류표는 좋은 수단이 됐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하면 자신이 왜 친노계인지도 모르고 욕을 먹는 의원들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2012년이라면 모를까, 현재의 새정치연합은 계파주의가 아닌 당 자체의 문제가 아닐까.

한편, 원혜영 당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6일 국회 출입기자단과 오찬 자리에서 “계파주의를 척결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계파의 성격과 규모, 실체가 명확하지 않다. 오죽하면 ‘유령을 상대로 싸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오히려 최대 계파라는 친노가 존재감이 없고 민집모의 활동이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원 위원장은 이어 “나 같은 경우에는 친노라고 분류해줘서 고맙기까지 하다”며 “계파주의가 정말 문제라면 실체가 어떤 것인지 파악하고, 제대로 진단부터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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