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전쟁? 우윤근 "정기국회 중 개헌특위 구성"
당선 기자간담회서 "200명 넘게 찬성, 청와대 반대로 안할 수 없어"
9일 새정치민주연합의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윤근 원내대표가 대대적인 개헌전쟁을 예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청에서 치러진 원내대표 보궐선거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개헌은 언론보도도 있었지만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이 같은 마당에 여야를 떠나서 대표가 의원들의 뜻을 반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어 “내가 개헌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는데, 거기에 155명의 의원이 있다. 과반의 의원이 찬성하는데 청와대가 반대한다고 (논의를 미루는) 그건 상상하기 어렵다”며 “개헌특별위원회에 반드시 의원들의 뜻을 반영하고, 정기국회 중 특위 정도는 구성하는 데 마땅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 원내대표는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더불어 국회 내 대표적인 개헌론자이다. 현재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개헌추진 국회의원 모임 공동회장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독일식 의원내각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개헌특위 구성을 언급함에 따라 향후 개헌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블랙홀’ 발언 이후 개헌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지만, 당초 개헌을 강하게 요구했던 이 의원 등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은 아직까지 입장을 물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우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정기국회 중 특위 구성까지는 어려울지라도, 올 연말을 전후해 개헌 논의가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한 언론사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개헌 정족수 200명을 훌쩍 넘는 231명의 현직 국회의원이 개헌에 찬성한 점을 고려하면, 정기국회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마무리된 뒤에도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일방적으로 개헌 논의를 미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CBS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여야 국회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전화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설문에 응한 249명 중 92.77%인 231명이 개헌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6일 보도했다.
당내 대표적 '온건파', 원내수석부대표 인선이 정기국회 운영 변수
다만 개헌 논의를 제외한 정기국회 운영과 세월호 특별법 협상 등은 기존의 협상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원내대표 선출 직전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았던 우 원내대표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실질적 러닝메이트로서 그간 새정치연합의 정책 개발과 입법 작업을 총괄해왔다.
우 원내대표 역시 이날 간담회에서 “소득 중심의 경제성장을 위한 입법 활동을 활발히 할 것이다. 최경환노믹스가 말하는 경제활성화 법안과 우리가 말하는 소득 중심의 성장 중 어느 것이 국민과 민생을 위한 것인지 승부를 걸 것”이라면서 박 전 원내대표의 기존 정책기조를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히려 우 원내대표 체제에서는 기존보다 유연한 대여 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우 원내대표는 온건파로 대표되는 인물로, 온화한 성품 덕에 여야를 막론하고 두루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해왔지만 추진력과 야당으로서 투쟁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야당성 회복이 요구됐던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강성으로 분류되는 전병헌 의원에 패배하기도 했다.
우 원내대표는 협상 파트너인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대해 “정책위의장으로서 세월호 특별법 파트너로 수차례 만났다. 충분히 이야기가 통할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는 상대”라면서 “다만 우리가 보기엔 특별법과 관련 아직 얘기할 게 남아있다. 이런 것들을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향후 원내지도부 인선이다. 일반적인 입법 과정에서 협상을 당담하는 실무자는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이다. 이 때문에 원만한 국회 운영은 여야 수석부대표간 궁합이 얼마나 잘 맞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종전까지 여야 협상 파트너는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김영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였다. 김재원 수석부대표는 대야 협상과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도 손꼽히는 강경파로, 새정치연합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도 그간 김재원 수석부대표와 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차기 새정치연합 수석부대표는 온건파인 우 원내대표와 대비되면서 투쟁력이 뛰어난 강경파 의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우 원내대표는 “내일도 국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번 주말에 역량 있는 분들을 대상으로 충분히 논의를 수렴해 결정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당내 계파갈등, 당분간 소강상태 이어질 듯
아울러 우 원내대표의 선출로 계파갈등이 부각됐던 당내 상황은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 원내대표는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때 문재인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경력 때문에 범친노계로 분류되지만, 이후 행보에서는 뚜렷한 계파색을 보이지 않아왔다.
실제 우 원내대표는 이날 수차례 계파가 없음을 강조했다. 정견발표에서는 “나는 계파의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는다. 그렇게 정치하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당선 인사에서는 “협상도 130명이 하고 투쟁도 130명이 하는 강력한 야당, 국민과 통하는 품위 있는 야당이 되도록 모든 걸 바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계파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나는 원내대표 선거가 계파간 대립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한 것이다. 계파 문제는 지금 내가 답변하기에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을 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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