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표팀은 자케로니에서 아기레로 감독만 교체했을 뿐, 여전히 패스축구를 신봉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본축구가 서서히 몰락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 자케로니가 와도 브라질 지코를 사령탑에 앉혀도 일본의 기본 전술은 달라지지 않았다. 피지컬이 왜소한 일본은 몸싸움을 회피하는 ‘패스축구’가 현실적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각급 대표팀은 물론 J리그까지 패스로 경기를 풀어간다.
처음에는 통했다. 1990년대 일본축구는 걸출한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37)를 중심으로 공한증을 극복하며 아시아 선두로 급부상했다. 그러나 전술에 변화가 없다. 한두 번은 통했지만 세 번째는 통하지 않는다. 수십 년째 똑같은 팀 색깔에 아시아 각국대표팀이 익숙해졌다.
미얀마서 열리고 있는 U-19 아시아 청소년축구대회가 단적인 예다. 중국 대표팀은 9일 C조 첫 경기에서 일본을 2-1 격파했다. 중국은 일본의 패스축구를 무력화한 뒤 빠른 역습으로 승리를 챙겼다. 이로써 한국-베트남-중국-일본이 속한 그룹에서 일본은 예선 탈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U-19 대표팀마저 탈락한다면 올해 일본축구는 전멸이다. 이미 U-16세 대표팀이 8강서 한국에 무릎 꿇었다. U-23세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도 한국에 완패했다. J리그는 올해도 4개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조기 탈락했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피지컬이 왜소하다고 패스축구만 부르짖는다면 성장할 수 없다. 요즘 여자축구도 몸싸움을 즐긴다.
일본이 존경하는 ‘무적함대’ 스페인마저 2014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패스축구의 한계를 절감했다. 특히, 스페인은 10일 유로2016 지역예선에서 슬로바키아에 1-2로 졌다. 전문가들은 “스페인 축구협회가 (패스축구 신봉자) 델 보스케 감독을 재신임한 것은 실수다. 스페인의 티키타카는 브라질월드컵을 기점으로 종말을 고했다”고 꼬집었다.
‘티키타카 모조품’ 일본도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일본대표팀은 자케로니에서 아기레로 감독만 교체했을 뿐, 여전히 패스축구를 신봉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시도하지 않고 30년째 똑같은 전술만 고집하다 퇴화하는 분위기다.
반면 한국축구는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패를 무릅쓰고 미지의 영역에 계속 도전장을 던졌다.
1980년대 한국축구는 ‘태권축구’로 아시아를 호령했다. '극동 아시아'에서 가장 긴 다리를 바탕으로 스케일 크고 위협적인 축구를 구사했다. 빠른 발을 앞세운 양사이드 공격이 활발했다. 하지만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한계를 절감했다. 상대팀 기를 죽이기 위한 러프 축구는 경고카드 수집으로 이어졌다. 비효율적이고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외신의 혹평까지 들었다.
1990년대 한국축구는 변화를 모색했다. 독일에서 활약한 차붐 차범근, 우크라이나 전설 비쇼베츠 등을 사령탑에 앉혀 ‘실리축구’를 구사했다. 탄탄한 수비와 원톱 최용수의 골 결정력이 빛났다. 최용수는 당대 아시아 최고의 폭격기였다.
그러나 1998 프랑스월드컵 본선에서 또 한계를 절감했다. 당시 세계무대에서 유행하던 전술은 전방위 압박과 멀티 플레이어로 대변되는 공격축구였다.
2000년대 한국축구는 또 변화를 모색했다. 이번에는 거스 히딩크 감독을 데려와 네덜란드 토털사커를 접목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2 한국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하지만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면서 과도기를 겪었다. 코엘류-본프레레 감독 등이 경질됐다. 몰디브와 비기고 오만, 베트남, 사우디에 연패했다.
2010년 한국은 또 한 번의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조광래 감독 부임 후 바르셀로나 티키타카를 벤치마킹, ‘한반도 티키타카’를 구사했다. 그러나 일본에 0-3 완패하며 종말을 알렸다.
2012년 한국은 홍명보의 아이들로 나서 런던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이뤘다. 청소년 세대부터 이어진 ‘조직력’으로 대업을 달성했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은 ‘런던올림픽 세대’를 너무 믿었고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젊은 피’만으로는 월드컵에서 경쟁하기 벅차다는 점을 알게 됐다. 무참히 깨지면서 터득한 교훈이다.
이제 한국대표팀은 독일 출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영입 ‘실리축구 2탄’을 준비 중이다.
독일축구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왔다는 점에서 한국과 유사성이 있다. 또 슈틸리케 감독은 슈퍼스타로 성장한 메수트 외질, 토니 크로스, 마리오 괴체, 마누엘 노이어 등을 키워낸 인물이다. 원석이 많은 한국축구도 또 한 번의 진보가 가능하다.
일본축구는 후퇴가 두려워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시행착오 없는 성공은 없다. 패스로 획일화된 일본축구는 1980년대 '아시아 3류'로 돌아가기 싫다면 한국의 영욕 어린 도전사를 복습할 필요가 있다. 한국축구는 역사적으로 1보 후퇴 뒤 2보 전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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