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츠바사'와 일본, 그리고 축구 DNA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10.16 14:21  수정 2014.10.16 14:25

만화 '캡틴 츠바사' 보며 영감 얻고 성장한 스타들 많아

일본 월드컵 우승? 축구DNA 격차 인정하고 현실 직시해야

“일본만화 ‘캡틴 츠바사’는 현실과 괴리가 있죠.”

JTBC 글로벌 토크쇼 ‘비정상회담’에 출연한 알베르토 몬디(30·이탈리아)가 뱉은 말이다.

알베르토는 “현실에서 일본축구는 월드컵 결승 문턱에도 가지 못했다. 그런데 캡틴 츠바사에서는 일본이 세계축구 정상에 선다”고 웃었다. 그러자 에네스 카야(30·터키)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하기 때문에 만화로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캡틴 츠바사’는 세계적인 축구선수들에게 영감을 준 작품이다. 지네딘 지단, 프란체스코 토티, 티에리 앙리, 페르난도 토레스 등이 ‘캡틴 츠바사’를 본 뒤 축구선수 꿈을 키웠다. 이들의 창조적 플레이는 ‘캡틴 츠바사’ 영향을 어느 정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한한 상상력을 가진 만화의 힘이다.

다만, 일본의 월드컵 우승은 몽상에 가깝다.

‘캡틴 츠바사’를 보며 자란 일본 선수들은 브라질월드컵에서 “우승이 목표 (최소 4강)”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실은 조별리그 탈락.

지난 14일 일본은 브라질에 또 0-4 참패했다. 일본은 최근 브라질에 4전 4패 1골 15실점을 기록했다. 일본이 축구에 쏟아 부은 돈은 천문학적이다. 브라질보다 더 세련된 훈련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하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러나 네이마르 한 명에게 농락당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자 일본에서 두 가지 반응이 나왔다.

현역 선수는 “브라질과의 실력 차를 좁히는 것은 자신의 노력에 달렸다”고 용기를 냈다. 축구팬들도 “전술적으로 잘 준비한다면 언젠가 브라질을 격파할 날이 온다”고 입을 모았다.

반면 일본 축구평론가 세르지오 에치고는 “브라질전에서 8골을 먹을 수도 있었다”면서 “지난 월드컵에서 이미 세계 톱클래스와의 격차를 확인했다. (그러나 아무도) 반성하지 않는다”고 비판을 가했다. 세르지오는 일본축구에 대해 비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평론가로 유명하다.

문제는 지나친 감이 있다는 점이다. 격려 이상의 과찬도, 비판 이상의 자괴감도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축구 미래를 위해선 좋을 게 없다.

축구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바로 세계 각국 축구DNA다.

지난 9일 '2014 AFC U-19 챔피언십'에 참가한 베트남 U-19 대표팀이 7년간 합숙 훈련하고 아스날에 수년간 유학 보냈지만 7일 훈련한 한국에 0-6 대패했다. 이것이 축구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도 한계에 부딪친다. 인구가 많다고 축구 수준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다. 대륙별, 국가별 축구DNA가 존재하고 그 격차가 크다.

피지컬 약한 일본은 몸싸움을 회피하는 패스축구를 연마했다. 하지만 세계무대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신체관절 움직임이 투박한 한국도 월드컵에서 ‘로봇축구’라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기대가 크면 실망감도 커진다. 캡틴 츠바사처럼 만화로 대리만족하는 방법도 좋지만,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더 발전적이다. 호기롭게 “월드컵 우승”을 자신하며 브라질행 비행기에 올랐던 일본이 1무2패(2득점 6실점)로 일찍 짐을 쌌다.

모두가 상처 입었다. 밤잠 설치며 “닛폰~닛폰”을 외치던 팬들은 절망감에 사로잡혔다. 혼다 케이스케와 가가와 신지, 나가토모 유토 등은 냉혹한 현실에 자신감이 곤두박질쳤다. 기대가 컸기에 후유증은 배가 됐다.

일본축구는 한 발 물러서서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맞붙은 코트디부아르의 탄력, 콜롬비아의 유연성, 그리스의 피지컬은 일본이 갖추지 못한 부분이다. 브라질만 만나면 대량 실점하는 이유도 축구의 모든 요소에서 일본이 열세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축구DNA 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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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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