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훈 "찌끄레기 검사로 지낸 시간, 매 순간 행복"(인터뷰)

부수정 기자

입력 2014.10.24 11:52  수정 2014.10.26 09:56

'왔다! 장보리' 이재화 역으로 열연해 인기

"힘든 적 없어…초심의 자세로 돌아갈 것"

배우 김지훈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이재화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 MBC

"보리, 보리!"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극 '왔다! 장보리'에서 배우 김지훈은 능청스러운 이재화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극 중 장보리(오연서)의 수호천사인 그는 겉으로는 한없이 밝고 가벼워 보이지만 가슴 한 켠에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진중한 듯하지만 소년 같은 천진함을 가진 재화는 김지훈의 실제 모습과 많이 닮았다.

"초등학생들도 알아보는 찌끄레기 검사 역, 영광"

지난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훈은 드라마 종영 후 인기를 실감한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인기를 끌지 몰랐습니다. 시청률 20% 정도면 선방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잘 됐어요. 촬영할 때도 인기를 실감했는데 드라마가 끝난 뒤 알아봐 주시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아요."(웃음)

극 중 이재화는 재벌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계모와 동생에게 구박을 받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가정의 평화를 지켜낸다. 또 사랑하는 여자 장보리를 항상 격려하고 응원한다.

특히 보리가 '희대의 악녀' 연민정(이유리)의 음모로 코너에 몰릴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 모든 일을 해결해 준다. 보리의 딸 비단(김지영)에게는 아빠 노릇을 하는 순수한 남자다. 외모, 능력, 성격 빼놓을 것 없는 '왕자님'인 셈이다.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캔디녀와 재벌남의 사랑으로 로맨스 판타지를 충족시켜줬고, 인기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이 알아볼 정도다.

"초등학생들이 '찌끄레기 검사'라며 응원해줬어요. 어머님들도 많이 좋아해 줬고요. 전 연령층에서 사랑을 받아서 뿌듯했죠. 이런 캐릭터도 잘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2002년 드라마 '러빙유'로 데뷔한 김지훈은 올해로 데뷔 13년 차 배우다. 그간 '며느리 전성시대'(2007), '연애결혼'(2008), '천추태후'(2009), '이웃집 꽃미남'(2013), '결혼의 여신'(2013)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활동을 이어왔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 탓일까. 그는 연기보다 외모가 돋보이는 배우였다. '실장님 전문 배우'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은 것도 이런 이유다. 이번에 맡은 이재화는 김지훈의 다른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캐릭터다. 천성이 긍정적인 그와도 어울리는 역할이다.

"재화는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캐릭터예요. 겉으로는 밝지만 내면의 상처가 큰 인물이죠. 재화를 통해 보여줄 수 있는 게 많았어요. 최대한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되 진실성은 놓치지 않도록 노력했어요. 그간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표현할 수 있어서 만족스러워요."

극이 주인공 보리와 민정의 위주로 흐르다 보니 재화가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은 한정적이었다. 준비한 분량의 절반 밖에 나오지 않은 건 아쉬운 부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에 집중해서 연기했다고. 그중 보리와 첫사랑 은비가 같은 사람인 걸 알았을 때는 특히 신경 썼다.

김지훈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라며 "감정 변화의 폭이 컸던 신이자 재화가 주인공으로 돋보일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배우 김지훈은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이재화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극 중 비단(김지영), 이재화(김지훈), 장보리(오연서). ⓒ MBC

"촬영하면서 힘든 적 없어, 순간순간 행복"

김지훈이 지닌 강점 중에 하나는 배우들과의 '케미스트리'다. 누굴 붙여놔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장보리'에서는 보리뿐만 아니라 딸 비단과의 찰떡궁합이 돋보였다. 결혼도 안 한 그가 부성애 연기를 펼칠 수 있었던 건 비단이 덕분이었다.

"제가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정이라 처음엔 어려웠어요. 그런데 비단이를 통해 자연스레 모성애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지영 양은 연기 천재예요. 감정의 200%를 주는 친구라 서로 주고받는 게 수월했어요. 어린 친구와 친하게 지낸 모습들이 비단이 또래 친구들에게 잘 전달된 것 같아요."(웃음)

어떻게 보면 재화와 보리는 운명적인 사랑이다. 답답하리만큼 착한 보리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재화는 보리를 끝까지 믿고 아껴준다. 실제 김지훈이라면 보리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는 "운명적인 만남이라면 안 좋은 상황들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다. 남녀 간의 사랑에선 '사람'이 중요하지 다른 조건이나 환경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의 모습과 진실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실에서는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기 힘든 것 같다. 어렸을 때 금방 타오르고 식는 사랑을 했는데 나이를 먹다 보니 이성관이 조금씩 변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 신중해진다. 그래서 연애하기도 힘들다"고 전했다.

'왔다! 장보리'는 높은 시청률로 안방극장에 활기를 불어놓은 작품이다. 그러나 자극적인 설정으로 막장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이에 대해 김지훈의 생각은 확고했다.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 개의치 않는 스타일이에요. 국민적인 인기를 얻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장보리'는 해냈잖아요. 물론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 '장보리' 보려고 주말을 기다렸다는 시청자들이 있는 걸 보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상관없이 재화를 연기했어요."

그렇게 김지훈은 6개월간 재화에 매달렸다. 그래서일까. 매 순간이 행복했다고 한다. 힘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제게 '장보리'는 특별해요. 김지훈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널리 알린 계기가 됐죠.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얻어 행복합니다. '김지훈은 저런 역할 못 할 거야'라는 편견도 깼고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어요."

20대 때 치열하게 살았다는 그는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고 있다. 많은 경험을 통해 여유도 찾았고 확고한 가치관도 생겼다. 화려한 배우이자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가 꿈꾸는 삶은 무엇일까.

"눈앞의 이익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어느 정도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착한 삶'을 지향합니다. 또 가식없는 진솔한 모습을 보여줄 거예요. 대중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 자만해질 수도 있지만 늘 초심의 자세로 성실하게 일하는 게 목표예요. 스스로 떳떳한 배우이자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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