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혁신위, 시끄러운 개헌 피해 선거제도 개편으로?
김문수 부정적 입장 피력에 원혜영 "우선 같이할 수 있는 문제부터 논의"
혁신안 세부 내용 대립, 회동 이뤄져도 논의 과정에 진통 불가피
여야 정치혁신위원회가 헌법 개정 논란을 뒤로 하고 선거법 개정을 비롯한 정치혁신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개헌에 소극적이던 새누리당은 물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을 빌미로 연일 정부 여당에 공세를 퍼붓던 새정치민주연합도 실현 가능한 개혁부터 추진하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은 2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여당의 입장은 여러 가지가 있기 때문에, 또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이 부정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우선 같이할 수 있는 문제부터 논의해보자는 입장으로 정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원 위원장은 개헌을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개선을 주장해왔으나,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발이 거세지자 다소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도 수차례 공식석상에서 “5년 단임제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보고 헌법을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은 아직 못 봤다” 등 줄곧 개헌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여왔다.
대신 원 위원장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정치구조 개편으로 방향을 틀었다. 원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김 위원장에게 회동을 제안하면서 주요 의제로 재보궐선거 유발 정당에 대한 공직후보자추천 제한과 선거구 재획정, 비례대표제도 개혁, 오픈프라이머리제도 도입, 국회의원 세비 동결 등을 제시했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은 소수정당이 적극 요구해왔던 사안으로, 이와 관련해 원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에 국회의원 선거구를 획정하는 것을 1년 이전까지 끝내도록 돼있다. 최근에는 기간을 단축해서 6개월 이전까지 끝내게 돼있다”며 내년 6월까지 선거구제 개편을 법제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원 위원장이 말한 선거구제 개편은 광역시와 대도시의 선거구(현 소선거구)들을 중대선거구로 통합해 한 선거구에서 복수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경우, 최다득표자뿐 아닌 2~3위 득표자들에게도 당선 가능성이 열려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이 보다 수월해지고, 다수당의 의석이 줄어든다.
선거구 재획정을 비롯해 원 위원장이 내세운 혁신안들은 대부분 선거법과 국회법 개정 사안이다. 따라서 새누리당만 받아들인다면 청와대와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언제든 추진 가능하다.
다만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혁신안은 새정치연합안의 혁신안과 다소 차이가 있어서 논의 과정에서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원 위원장의 회동 제안에 대해 “정치혁신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화답했다. 새정치연합이 검토 중인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절대선이라기보다는 민심에 가장 가깝게 다가가려면 도입해야 한다”면서 도입 취지에 공감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원 위원장이 추진 의사를 밝힌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중선거구제가 소선구제보다 문제가 많다. 소선거구제가 가장 최선”이라며 “소선거구제를 하지 않으면 다수당이 나올 수 없게 된다”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선거구 재획정도 국회가 아닌 선거관리위원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정치혁신은 새정치연합의 혁신안 내용과 상반된다. 새정치연합 혁신안의 핵심이 정치구조 개편이라면, 새누리당의 혁신안은 국회의원 특권 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체포동의안 제도 개선과 ‘무노동, 무세비’ 방안이다. 두 사안의 경우 새정치연합은 물론 당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당내 의원들을 설득해 반드시 입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국민이 기준이다. 민심이 당심을 우선한다고 본다”며 “민위천(民爲天), 국민이 하늘이고, 식위천(食爲天), 국민이 먹고사는 경제가 하늘”이라고 강조했다. 혁신안 실천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의원총회를 개최를 요청할 것이며, 입법 조치를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과 원 위원장간 회동은 이르면 이주 중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원 위원장 측 관계자는 27일 ‘데일리안’과 전화통화에서 “어제 원 위원장이 김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로 모르던 사이도 아닌 만큼, 그쪽에서 (일정 등)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가능한 한 빨리 회동이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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