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했더니 역시나...새누리 혁신안 의총서 무산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제시안에 반발 기류 확산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다양한 안들을 제시하며 ‘보수혁신’을 꾀하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이하 혁신위)가 당내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11일 오전 국회에서는 혁신위의 안에 대한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혁신 의원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결과보고를 하며 의원들의 추인을 받으려 애썼다.
김 위원장은 “혁신위 일을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국민의 눈높이에 우리 정치를 맞추고자 하는 기준”이라며 “‘왜 혁신위에서 국회의원의 문제를 마음대로 논의하느냐’는 말이 당연히 나올 수 밖에 없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혁신위에서 먼저 의결을 해서 언론에 발표를 먼저 한 점에 대해 늘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면서 “국감기간과 혁신위 활동 기간이 겹쳐서 보고 드릴 기회를 처음으로 갖게 된 것에 매우 죄송하다”라고 이해를 구했다.
그간 혁신위는 수차례의 회의를 거쳐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계류 72시간 경과 시 자동 가결 △정치인 출판기념회 전면금지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 동결 △국회의원 ‘무노동 무임금’ 적용 △체포동의안 기명 표결 및 회기 중 영장실질심사 자진출석 △국회의원 겸직금지 규정 강화 △국회의원 선거구 재획정 권한 독립 등의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같은 김 위원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내 여론은 싸늘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 입장에서는 특권 내려놓기라는 민감한 문제를 두고 현역 의원들이 쉽사리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격렬한 저항의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진행된 비공개 회의에서 김성태 의원은 “혁신위를 혁신해야 한다”면서 “혁신위의 결과물은 일시적인 우리 국민들을 위한 일회용 쇼에 불과하다”라고 정면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태 의원 역시 “출판기념회에 문제가 있으면 손을 보면 되지, 그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민식 의원도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혁신위의 결과물을 보면 절박함이나 치열함이 떨어진다”면서 “뭔가 액세서리를 몇 개 바꾸고 화장을 고치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날 의총 발언대에 올라 혁신위가 당의 근간이나 골격을 바꾸는 노력을 하기 보다는 불체포특권, 선거구 획정, 세비 등 언론 이슈를 따라가는 것에 급급한 모습을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혁신위 안에 대해 찬성하는 의원들이 거의 없었다”며 “정당개혁이나 공천제도, 선거제도 개혁 등 골격에 해당하는 것부터 고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의원 스스로 특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했다”며 “의원들이 (혁신안에 대해) 문제 제기 하는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건데 언론이나 국민들이 지적한다면 몰라도 김 위원장이 위원들 밥그릇 챙긴다고 하는 인식을 갖는 것은 엄청 잘못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노근 의원도 의총에서 박 의원과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의 가치, 내용, 정책, 제도 개선에 방점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혁신위의 안은 일종의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의총에서 혁신위가 내놓은 출판기념회 금지 문제와 내년도 세비동결,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털어놨다. 모든 사람은 출판의 자유가 있는 것인데 출판기념회가 문제가 되면 그 횟수를 제한하거나 책을 정가로 파는 식으로 수정을 해야지 전면금지를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무노동 무임금안과 관련해서도 여야 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회의가 열리지 않은 것을 두고 개인 의원에게 책임전가 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은 처사이며 여론의 눈치를 본 안이라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당과 정치자금법의 관계나 당청관계, 당의 가치 등에 방점을 둬야하는 데 신문에 나온 것을 갖고 인민재판 하듯이 한다”면서 “(비가 오면) 우산으로 받쳐서 그 때만 피하는 식”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와 같이 강력한 당내 반발에 따라 향후 혁신위의 활동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혁신위 소속 한 의원은 “(이같은 반대는)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의총에서) 좀 더 잘하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있었고 칭찬도 있었다”면서 “구체적인 안에 대해서는 출판기념회 금지와 무노동 무임금, 세비동결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의원들이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고 한 말”이라며 “혁신위가 오늘 발표한 특권 내려놓기는 혁신위 작업 중 10분의 1도 안되는 것인데 이걸 갖고 혁신위 활동 전체를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내 강력한 반발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보냐’는 질문에 “의원들이 혁신위의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내용을 알면 큰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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