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영(왼쪽)은 '한국판 칼 말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꾸준함을 자랑한다. ⓒ 울산 모비스
1980~90년대를 풍미한 NBA 유타 재즈의 포워드 칼 말론(은퇴)은 전성기 '메일맨(우편배달부)'이라는 닉네임으로 불렸다.
매 경기 기복 없이 항상 20득점-10리바운드 이상을 올려주는 꾸준함 때문이다. NBA 통산 득점 2위이기도 한 말론은 17년 연속 평균 20득점 이상, 575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등 숱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문태영(36·울산 모비스)은 한국판 메일맨이라고 할 만하다. 올 시즌 14경기에 모두 출장한 문태영은 평균 29분 40초를 소화하며 17.1득점 6.9리바운드로 맹활약하고 있다. 전체 득점 4위이자 국내 선수로만 놓고 보면 1위다.
문태영은 창원 LG 유니폼을 입고 한국프로농구(KBL)에 처음 데뷔한 2009-10 시즌 이후 18.3득점 7.0리바운드 2.7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선수 중 평균 득점으로는 서장훈(19.2득점)에 이어 역대 2위다.
국내 선수 득점 1위 기록도 4회로 서장훈(7회)의 뒤를 쫓고 있다. 3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노장임에도 문태영의 꾸준한 득점력은 쇠퇴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데뷔 후 올해로 여섯 시즌동안 문태영이 결장한 것은 단 2경기에 불과할 정도로 내구력도 빼어나다.
올 시즌 다소 고전할 것이 예상됐던 디펜딩 챔피언 모비스가 선두를 독주할 수 있었던 것 역시 문태영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모비스는 시즌 개막 전 로드 벤슨의 퇴출과 이대성-함지훈의 부상, 양동근-유재학 감독의 대표팀 차출 후유증 등으로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지 못했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모비스는 파죽의 9연승을 달리며 승승장구했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 시즌보다 오히려 더 가파른 페이스다. 지금의 기세라면 정규시즌 40승 이상도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다.
문태영은 올 시즌 치른 14경기에서 지난 10월 26일 전자랜드전(9득점)을 제외하고는 모두 두 자릿수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다. 모비스 이적 이후 LG 시절처럼 전술적으로 혼자서 많은 슛을 독점하지는 않지만 효율성은 더욱 높아졌다. 많은 시간을 뛰지 않고도 짧은 순간에 집중력을 발휘하며 순도 높은 득점을 몰아넣는 비중이 높다.
13일 동천체육관에서 열린 LG전에서 문태영은 올 시즌 최다인 24득점을 몰아넣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문태영의 출전시간은 불과 24분으로 올 시즌 두 번째로 짧았다. 1쿼터부터 파울 개수가 많아지며 긴 시간을 뛰지 않았음에도 고비마다 투입돼 소금 같은 득점을 올렸다.
득점 뿐 아니라 리바운드와 수비 등 궂은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골밑까지 커버할 수 있는 문태영이 있기에 모비스는 함지훈이 아직 정상 컨디션이 아님에도 높이의 열세를 드러내지 않는다.
과거에는 일대일과 운동능력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았다면 이제는 정교한 중거리슛과 동료들을 활용하는 팀플레이에도 노하우를 터득했다. 올 시즌 평균 75.9득점으로 팀 득점 2위에 올라 있는 모비스는 문태영이라는 해결사가 있기에 승부처에서의 결정력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다. 올해도 여전히 모비스가 강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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