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통 터진 이란전…알고도 당한 침대축구
전반 공격 주도하다 역습에 무너지는 패턴 반복
선제골 이란, 어김 없이 침대축구로 시간 끌기
경기를 주도하다 선제골을 내주고 이내 침대축구를 맥없이 바라봐야 한다. 같은 패턴의 반복이지만 남은 것은 상처뿐인 패배였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11일 오후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평가전에서 0-1 패했다.
경기에 앞서 한국은 이란과의 역대 상대 전적에서 27전 9승 7무 11패로 밀린데다 원정 4경기에서 단 한 번도 승리한 적이 없었다. 따라서 원정 첫 승을 거둘 절호의 찬스였지만 골 결정력 부재에 패배의 아픔을 곱씹고 말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근호를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배치, 이청용과 구자철, 손흥민을 2선 공격수로 내세웠다. 4-2-3-1 포메이션의 중원은 주장 기성용과 박주호가 책임졌고, 윤석영-곽태휘-장현수-김창수가 포백, 그리고 골키퍼 장갑은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은 김진현이 꼈다.
해발 1000m 이상의 고지대라 컨디션 조절이 쉽지 않았지만 한국은 전반 초반부터 이란을 거세게 몰아붙이며 경기를 주도했다. 선제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했던 이유는 적응하기 쉽지 않은 환경적인 요인 외에 중동 축구 특유의 ‘침대 축구’를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침대 축구’란 경기가 유리하게 흐른다 싶으면 시간을 끌기 위해 그라운드에 눕는 것을 말한다. 쓰러진 선수의 표정에는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심한 고통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끌었다 싶으면 언제 아팠냐는 듯 벌떡 일어나 그라운드를 누빈다. ‘침대축구’는 축구를 기만하고 팬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명백한 비매너 행위다.
이란 역시 한국의 거센 공격에 밀려 수비 위주의 전술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두터운 수비벽이 공격을 막아내면 재빠른 역습 전개 과정을 선보여 중동 최강자다운 면모를 선보이기도 했다.
한국은 손흥민의 몸이 가장 가벼웠다. 손흥민은 전반 22분 페널티박스 왼쪽 부근에서 쏘아올린 슈팅과 전반 40분 결정적인 골 찬스를 잡았지만 아쉽게 골키퍼 선방에 막히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승부는 후반 막판에 갈렸다. 후반 37분 프리킥 기회를 얻은 이란은 네쿠남의 슈팅이 양쪽 골포스트를 잇달아 맞고 나오자 쇄도하던 아즈문이 헤딩으로 골을 우겨넣었다. 골키퍼 차징이 선언됐을 법한 장면이었지만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이어 예상대로 침대축구가 시작됐다. 골을 넣은 아즈문은 아무런 충돌도 없이 갑자기 쓰러져 시간을 끌었지만 주심은 경고 대신 라인 밖으로 나갈 것을 주문했다. 또한 터치아웃으로 한국의 공이 선언됐음에도 고의적으로 공을 내주지 않는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연출됐다.
한국은 지난해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에서 이란을 만나 홈과 원정에서 나란히 0-1 패한 바 있다. 그때와 이번 평가전은 놀랍도록 똑 닮아있었다.
후반 중반까지 주도권을 잡은 한국은 매서운 공격을 선보이다 역습 한 번에 무너지는 패턴이었다. 그리고는 침대축구의 무한 반복이었다. 한국과 이란은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조 편성 결과 준결승에서야 만날 수 있다. 과연 복수를 위한 극적인 맞대결이 성사될지 잔뜩 기대되는 아시안컵이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