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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 배영수, 결코 짝사랑 아니다


입력 2014.12.01 09:11 수정 2014.12.01 09:53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팬들 직접 잔류 청원하는 신문 광고 게재키로

구단에 서운해 돌아섰던 배영수에게 뜨거운 사랑

배영수는 삼성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를 넘어서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깊이 각인되어있다. ⓒ 삼성 라이온즈

삼성 라이온즈 팬들이 '프랜차이즈 스타' 배영수(33) 잔류를 청원하는 광고로 뜨거운 애정을 표하고 있다.

FA 자격을 얻은 배영수는 원소속팀 삼성과 우선협상기간 계약에 실패했다. 당연히 삼성 잔류를 예상했던 팬들과 야구계도 깜짝 놀랄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0년 프로 데뷔 이후 15년 동안 삼성 유니폼만 입고 있는 배영수는 '푸른 피의 에이스'라고 불릴 만큼 라이온즈의 살아있는 역사 그 자체였다.

배영수는 FA 시장에 나오면서 "나만 삼성을 짝사랑한 것 같다"고 말해 구단 대우에 서운함을 내비쳤다. 배영수는 계약기간과 조건에서 구단과 이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팬들은 지난달 28일부터 행동에 나섰다. 자발적으로 인터넷 카페를 개설하고 배영수를 위해 신문광고를 논의했다. 그동안의 활약에 대한 고마움과 삼성에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모금활동은 이틀 만에 목표액을 초과했다. 팬들은 이 돈으로 1일, 대구 지역신문에 배영수를 위한 광고를 게재하기로 결정했다.

팬들은 배영수 말에 화답하는 의미로 광고에 "당신만의 짝사랑이 아닙니다. 영원히 푸른 피의 에이스가 되길 바라며"라며 "당신은 언제나 우리의 희망이고 기적이었습니다. 그대의 모든 순간과 함께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하고, 영원히 '푸른 피의 에이스'와 함께 전설을 써가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라고 적었다. 배영수 활약을 담은 헌정 동영상도 별도로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특정 선수의 잔류를 위해 팬들이 직접 나서 청원을 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다. 그만큼 배영수가 삼성 야구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영수는 삼성 팬들에게 프랜차이즈 스타를 넘어서 희생과 헌신의 아이콘으로 깊이 각인되어있다. 2000년대 중반, 혹사의 위험 속에서 팀을 위해 혼신의 역투를 했고, 그 후유증으로 오랜 시간 재활과 슬럼프의 시련을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하며 감동을 안겼다. 전성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배영수는 삼성 팬들에게는 버릴 수 없는 아픈 손가락이다.

종반에 접어든 FA 시장에서 배영수는 이제 몇 안 남은 대어급 선수다. 선발투수를 원하는 구단들에는 풍부한 경험과 안정감은 매력적이지만 적지 않은 나이와 몸값, 보상 조건 등은 영입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성의 프랜차이즈스타 이미지가 강한 것도 타 구단들에게는 부담스러운 대목이 될 수 있다.

배영수는 투수로서 아직 자신의 가치를 좀 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 단지 금액의 조건이 아니라 투수로서 기회 보장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배영수가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워 영입 구단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말도 들리지만, 배영수 측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아직 어떤 구단으로부터도 영입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어떤 팀에 가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자신의 자리를 찾겠다는 입장이다.

삼성 팬들의 간절한 기다림은 과연 배영수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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