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 논란 고무된 새정치련 무기는 '한방' 아닌 '헛방'?
운영위 열어 '불붙이기' 시도 문제는 문건 확보 여부
일각에선 "결정적 정보 없으면서도 정치공세로 '허세'"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 새정치민주연합이 2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 소집으로 의제를 좁혀 거듭 새누리당의 동참을 촉구했다. 박범계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은 이날 회의를 열어 현재까지 공개된 문건과 발언 등을 토대로 개별 사안들에 대한 법리적 검토를 시작했다.
새정치연합이 운영위 소집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는 데에는 비선실세 논란을 장기화하고, 합법적인 절차로 의혹을 확대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실 담당하는 운영위는 여야 간사간 합의만으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등 기관 증인들에 대한 출석 요구가 가능하고, 상임위 차원의 전체회의인 만큼 국정조사나 상설특검과 비교해 절차가 간단하다.
이 때문에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 운영위는 김 비서실장 등 이른바 정권 실세들을 줄소환해 의혹을 제기하고, 답변을 요구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상임위 회의에서는 현직 국회의원의 발언에 대해 면책특권이 보장된다. 회의 발언은 일반적인 기자회견, 브리핑과 달리 명예훼손 등 법적 분쟁의 소지가 적어 제기할 수 있는 의혹의 범위도 넓다.
관건은 새정치연합이 확보한 문건과 정보의 실체이다. 당내 최고 정보통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은 지난 1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유출된 문건을 실제로 본 인물의 발언을 인용해 “사생활 문제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고, (공개된 문건에는 실제의) 10분의 1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세계일보가 보도한 문건 외에 청와대에서 유출된 추가 문건이 존재한다는 말이 된다. 새정치연합 진상조사단 관계자는 새정치연합이 확보한 정보가 세계일보의 비보도 문건인지, 보도된 문건과 별개의 추가 입수 문건인지에 대해 현재로써는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여기에 박 의원은 국가정보원과 경찰을 통해, 김광진 의원은 국정원과 기무사령부를 통해 비선실세 논란과 관련한 추가 정보를 입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박 의원의 정보가 최측근인 박영선 의원을 통해 공개됐던 점을 고려하면, 다시 박영선 의원을 통해 박범계 의원에 공유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범계 의원의 경우에도 세계일보 내 인맥을 활용해 비보도 문건의 유무를 확인하는 동시에 추가 정보 입수를 시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 진상조사단 측은 현재 입수한 문건과 정보들을 당장 공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운영위를 소집해 합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되, 공개의 효과를 고려하겠다는 계산이다.
진상조사단에서 활동 중인 한 의원은 “일주일 안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공개할 생각은 없다. 그동안 계속 언론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쏟아져 나올 텐데, 우리가 까봐야 기사거리 하나 던져주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며 “논란이 묻히거나 희석될 때, 진실을 가리는 기준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정치연합이 입수한 정보 가운데에는 당내에서 ‘critical(결정적인)’로 표현될 만큼 자극적인 정보가 많아 공개에 앞서 사실관계 확인도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현재 진상조사단은 세계일보의 명예훼손 성립 여부는 물론 검찰의 수사 과정상 문제, 의혹 당사자들의 혐의 등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검토를 진행 중이다.
다만 이 같은 새정치연합의 행태가 액션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언론에 나오는 것 외에 새정치연합이 아는 것이 없으면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각처럼 새정치연합이 의혹을 입증할 ‘결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향후 정국은 현재와 정반대로 흘러갈 공산이 크다. 우선 새정치연합은 언론 보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고, 언론 보도에서도 새로운 사실이나 문서가 공개되지 않는다면 새정치연합의 운영위 소집 요구는 명분도 약화한다.
이 경우 청와대 문건 논란은 새누리당의 주장처럼 ‘루머’로 종결돼 새정치연합이 추진하고 있는 ‘4자방(4대강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국정조사는 추진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입장에서는 ‘결정적 한 방’의 유무에 따라 ‘정윤회 문건’ 논란이 양날의 칼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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