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시계' 송지나 작가표 기자 드라마 '힐러'
유지태, 6년 만의 안방극장 복귀작 화제
지창욱·박민영·박상원·도지원 등 주조연 탄탄
'모래시계' 송지나 작가가 쓰는 기자들의 이야기라는 말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여기에 청춘들이 그려내는 열혈 로맨스를 더했다. KBS2 새 월화드라마 '힐러' 얘기다.
드라마는 정치나 사회 정의 같은 건 재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살던 청춘들이 부모 세대가 남겨놓은 세상과 부딪치는 통쾌하고 발칙한 액션 로맨스다. 연출은 '제빵왕 김탁구'와 '영광의 재인'의 이정섭 PD가 맡았다.
4일 서울 역삼동 라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PD는 "'모래시계'를 보고 연출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는데 송지나 작가와 함께 한다는 게 꿈만 같았다"며 "배우나 연출자가 고민하게 하는 대본을 쓰는 작가"라고 송 작가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문보현 KBS 드라마 국장은 "올해 KBS가 내놓은 야심작"이라며 "유쾌하면서도 진지한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이날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은 밝고 경쾌한 분위기가 물씬 묻어났다. 기자를 소재로 했지만 세 주인공의 로맨스가 주를 이뤘다. 여기에 화려한 액션과 비밀스러운 사건 등이 적절하게 그려져 기대감을 자아냈다.
'힐러'는 1992년 일어난 사건을 중심으로 흐른다. '모래시계 세대의 자녀들'이 부모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과거의 매듭을 풀고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다.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게 특징이다.
배우 유지태가 거대 언론사 사주의 친동생이자, 기자들이 선망하는 상위 1%의 스타기자 김문호로 분한다. 안방 복귀는 SBS '스타의 연인'(2008) 이후 6년 만이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된 그에게선 중후한 멋이 묻어났다.
그가 연기할 김문호는 극 중 과거 세대와 현재 세대를 잇는 인물로 1992년 벌어진 사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캐릭터다. 영신(박민영)과 얽힌 1992년 그 날의 과거 사건에 죄책감을 지니고 살아오다 영신을 유명한 기자로 만들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유지태는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해서 정말 기쁘고 좋은 파트너들을 만나서 행복하다"며 "훌륭한 작품이 나올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고 자신했다. 기자 캐릭터를 위해선 "관련 영화나 미국 드라마 '뉴스룸' 등을 봤다"며 "손석희 JTBC 앵커 방송을 참고했고,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도 사석에서 만났다"고 강조했다.
유지태는 몇몇 영화를 통해 연출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좋은 배우와 연출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두 가지 역할을 균형감 있게 잘 해내려고 하는데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어요. 새 시나리오 작업을 틈틈이 하고 있죠."
그의 머릿속에는 연기, 영화, 가족, 복지(학교 만들기 등) 등으로 가득하다. "가족이 기본이에요. 연기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사실 기자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얻기란 힘들다. 유지태가 생각하는 '힐러'만의 강점은 무엇일까.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1992년이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혼란기라고 생각해요. '힐러'가 과거와 현재를 를 이어주는 교두보 역할을 할 거예요. '우리 세대가 이랬구나', '어른들이 이렇게 살아서 우리가 지금 성장할 수 있었구나' 생각할 수 있게끔 하죠. 제목 '힐러' 처럼 아픈 역사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드라마예요."
유지태의 상대 역으로는 박민영이 나선다. 박민영은 극 중 '똘끼충만' 인터넷신문 기자 채영신을 맡았다. 채영신은 유명하고 섹시한 기자가 되기만을 꿈꾸는 인물. 스토커처럼 쫓아다니는 신입기자 서정후(지창욱)와 꿈을 이뤄주겠다며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 김문호(유지태) 때문에 인생이 피곤해진다.
박민영은 "재미있는 캐릭터"라며 "사건에 중심에 있지만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인물로, 마음껏 망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작 MBC '개과천선'에서 로펌 인턴 역을 맡아 사회 정의를 외쳤던 박민영은 이번 드라마에서 진실을 좇는 기자 역을 맡았다.
"'개과천선' 이후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커졌어요. 함께 출연했던 김명민 선배가 작품 끝나고 바로 연기하라고 조언해줬죠. 일을 하고 싶은 욕구가 컸던 찰나에 '힐러'를 만나게 됐는데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풀어진 캐릭터예요."
기자 캐릭터를 위해 박민영은 다섯 달 동안 모든 포털 사이트 연예 기사를 정독했다고 한다. "캐스팅·시청률·실시간 검색어 기사 등을 알게 됐어요. 친한 기자들에게 물어보기도 하면서 기사 생활을 취재했는데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는 걸 느꼈죠."
외적인 모습에도 신경 썼다. 그는 "비비크림만 바르고 나온다"며 "머리도 대충 말리기만 한다"고 미소 지었다.
올 초 종영한 MBS '기황후'에서 타환 역을 맡아 열연한 지창욱은 극 중 어떤 의뢰든 완수하는 업계 최고의 심부름꾼 코드명 '힐러' 서정후 역을 맡았다. 스마트 기기로 무장하고, 짐승 같은 촉과 무술 실력으로 어떤 의뢰든 완수하는 인물. 영신을 조사하라는 의뢰가 떨어지면서 인터넷 신문사의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한다.
지창욱은 '힐러'에서 화려한 액션신을 선보일 계획이다. 그는 "모든 장면을 소화하려고 하는데 너무 버거운 액션신은 대역의 힘을 빌린다"며 "고난도 액션신은 연기하기가 어렵고 위험하다"고 토로했다. 이에 이 PD는 "지창욱이 몸을 날려서 연기한다"고 극찬했다.
지창욱은 다수의 뮤지컬과 드라마에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자신의 매력에 대해 그는 "평범함"이라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주연을 받쳐주는 조연진도 화려하다. 박상원은 김문호의 형이자 메이저 언론사 제일신문의 회장 김문식 역을, 박상면은 채영신의 양아버지이자 변호사 채치수 역을 맡았다.
도지원은 문식의 아내로 1992년 사고를 당해 딸을 잃어버린 후 하반신 불구가 된 비운의 여자 최명희를 연기한다. 김미경은 무서운 실력의 해커 조민자를, 우희진은 공중파 보도부 부장이자 문호의 상사 강민재를 연기한다.
'힐러'의 대본은 9회분까지 나온 상태다. 8일 오후 10시 첫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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