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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수용소 탈출한 신씨 "어머니 공개총살에도 눈물 안나와"


입력 2014.12.09 17:02 수정 2014.12.09 17:21        목용재 기자

"정치범수용소에서는 짐승으로 사는게 낫다" 인권유린 증언

완전통제구역인 14호 개천수용소에서 탈출한 탈북자 신동혁 씨(왼쪽)가 9일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유나이티드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북한 14호수용소의 인권유린 상황을 그린 다큐멘터리 ‘14호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언론시사회에서 수용소 내의 인권유린 사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데일리안

북한의 개천 정치범수용소(14호 관리소, 완전통제구역)에서 탈출한 탈북자 신동혁 씨(32)가 정치범수용소 내의 인권유린 사례를 증언하면서 “수감자들의 희망은 ‘표창결혼’뿐”이라고 말했다.

신동혁 씨의 부모는 14호 수용소에서 근면 성실하고 간수들의 통제를 잘 따라 ‘표창결혼’으로 신 씨를 낳았다. 표창결혼으로 신 씨가 태어나긴 했지만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생활하면서 가족으로서의 삶은 공유하지 못했다. ‘표창결혼’은 정치범수용소 내부 인원 통제 장치 가운데 하나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동혁 씨는 9일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유나이티드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북한 14호수용소의 인권유린 상황을 그린 다큐멘터리 ‘14호수용소 완/전/통/제/구/역’ 언론시사회에서 “완전통제구역인 14호 관리소에서는 늙어죽을 때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하며 살아야 하기 때문에 ‘희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희망’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표창결혼’”이라고 밝혔다.

신 씨는 “일을 잘 했다는 수감자의 경우 표창결혼을 받으면 ‘내가 열심히 죄를 씻기 위해 노력했구나’라며 스스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증명이기 때문에 그곳에 사는 죄수들에게는 ‘표창결혼’이 희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친어머니가 공개총살을 당했을 때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신 씨의 어머니가 자신의 어머니이긴 했지만 가족으로서 공유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신 씨는 “(어머니 죽음과 관련, 내 감정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저 스스로도 왜 그렇게 살았는지 연구하고 있다”면서 “사실 수용소 삶을 일상적인 단어로 표현할 수는 없다. 가족관계로 태어나도 부모가 자식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전혀 없는 곳이 정치범수용소”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용소 내부에서는 시스템에 의해 주어진 일만하고 주어진 옷만 입어야 한다. 똑같은 삶의 반복이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매일의 미래를 스스로 안다”면서 “이런 곳에서는 미래를 꿈꾸는 등의 행위는 할 필요가 없다. 부모가 자식을 낳는 일이 생긴다면, 그 아이가 목숨이 질기면 나처럼 살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죽는 그런 곳”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신 씨는 “수용소 안에서는 차라리 짐승으로 태어났어야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신 씨는 “정치범수용소 수감자들을 노예, 짐승으로 표현하는데 그 안의 짐승들은 사람들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서 “짐승들은 자유롭게 먹고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그곳에 살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새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곳에 있으면서 토끼를 많이 키워봤는데 토끼나 염소도 부모가 애를 낳으면 젖을 뗄 때까지 부모가 새끼를 돌본다”면서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도 남이나 다름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수용소 안의 짐승들이 ‘부모’라는 본능에 더 충실하다”고 말했다.

최근 북한 매체에 출현한 신 씨의 아버지와 관련해서는 “수용소에서 탈출하기 하루 전 날 아버지를 보긴 했지만 지금까지 살아 계신지는 몰랐다”면서 “10년여 동안 아버지를 살려뒀다는 얘긴데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이 있었을 것 같아 아버지 모습을 접한 후 며칠 동안 잠도 못자고 식사도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 당국에 아버지와 3국에서 만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이를 들어줄지 모르겠다”면서 “3국에서 만남이 안 된다면 내가 직접 북으로 들어가 아버지를 한번 뵙고 싶다. 북한이 계속 인권유린이 없다고 하는데 방북이 성사되면 내가 살았던 정치범수용소도 직접 다시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012년 독일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 ‘14호수용소 완/전/통/제/구/역’은 한국에서 최초로 상영된다. 신동혁 씨가 14호 수용소에서 살았던 23년간의 삶을 영화화했다. 이 다큐는 지난해 스위스 제네바 국제인권영화제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 작품은 워싱턴포스트 기자였던 블레인 하든에 의해 '14호 수용소 탈출-ESCAPE FROM CAMP14'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서적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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