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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정성룡 비난? 슈틸리케 '선의'와 '오해'


입력 2014.12.11 09:16 수정 2014.12.12 14:02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논란 도마 올랐던 선수들 감싸는 선의와 배려 돋보여

일시적 부진으로 인한 비난 아닌 과정상 문제 비판은 되새겨야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슈틸리케 감독. ⓒ 연합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울리 슈틸리케(60·독일) 감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일부 선수들을 감싸 안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1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서 진행된 아시안컵-동아시안컵 대비 제주도 국내 최종훈련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특정 선수에게 쏟아진 비난에 대해 언급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예로 든 것은 박주영과 정성룡이다. 모두 지난 월드컵 이후 국민적 비난을 들었던 선수들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의 부진 때문에 대표팀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논리는 안 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어 "정성룡의 경우 월드컵에서는 부진했다. 그러나 이후 K리그와 대표팀에서는 좋았다. 그래서 이번 대표팀에 발탁했다"면서 "소속팀에서 활약이 이어진다면 과거의 부진에 대한 비난은 잠시 지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주영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유지했다.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 소속팀에서 골이 없어 고민 중"이라면서도 "선수의 열정이 가장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의욕이 있는 선수라면 경험과 나이와 상관없이 발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굳이 연연하지도 않겠다며 가능성을 남겨둔 발언이다.

외국인 출신 사령탑으로서 국내 축구계의 여론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에서 견해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부임 초기부터 선입견 없이 '제로 베이스'에서의 경쟁을 선언한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표팀 발탁 여부와 별개로 논란의 도마에 오른 선수들까지 감싸 안는 슈틸리케 감독의 배려와 선의가 두드러지는 장면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약간 오해하고 있는 부분도 있다. 지난 월드컵 이후 박주영과 정성룡 등 몇몇 선수들에 향한 비판은 단지 '월드컵에서 부진했다'는 결과 때문만이 아니라 '왜 부진할 수밖에 없었나'하는 과정의 문제였다.

오늘날의 축구팬들은 단지 월드컵 한두 경기 결과를 두고 연연할 만큼 수준이 낮지 않다.

월드컵 당시 축구팬들이 진정 분노한 것은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해야 할 대표팀이 구성 단계에서부터 '의리축구' '원칙파괴' '황제훈련' 등 과정에서부터 온갖 구설에 휩싸이며 ‘그들만의 대표팀’이 되어버린 것에 따른 실망과 좌절이었다.

박주영과 정성룡은 월드컵 대회 전후로도 소속팀에서의 경기력 저하는 물론 국가대표로서 경솔하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도마에 올랐던 선수들이다. 그들을 향한 비판은 결코 '근거 없는 비난'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주장도 충분히 납득이 가지만, 과거의 실패와 시행착오에서 얻은 교훈을 절대 망각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훗날 슈틸리케 감독이 언젠가 고비에 놓였을 때, 변덕스러운 여론과 축구계의 낡은 관행이라는 망령들이 언제고 다시 슈틸리케 감독의 선의를 망가뜨리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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