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청와대 위기대응 시스템 부재 노출 결국은 인적 쇄신?


입력 2014.12.18 16:43 수정 2014.12.18 16:48        최용민 기자

전문가들 "사람 문제 이전에 리스크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청와대 전경.ⓒ데일리안 DB

'정윤회 동향보고서' 문건 유출로 논란이 된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전무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 됐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위기관리에 빨리 대처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검찰은 '비선 실세'의 국정 농단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결론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관천 경정(전 청와대 행정관)이 문서를 유출했고 자살한 최모 경위가 언론에 문서를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수사로 이번 사건이 일단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청와대가 보여준 대응은 많은 문제점을 낳았다. 그 중심에는 김기춘 비서실장, 윤두현 홍보수석, 민경욱 대변인이 있다.

'비선 실세'에 의한 국정 농단이라는 전례 없는 사건이 터졌지만 앞장서서 사건을 정리해야 하는 김 실장은 전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여기에 적극적인 언론 대응으로 의혹이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윤 수석의 부재, 민 대변인의 모호한 답변 등 청와대의 위기관리 능력은 전무했다.

김기춘 비서실장, 문건 유출 보고 받고도 조치 안한 이유가...

일단 이번 사건을 대하는 김 실장의 태도는 사람들에게 많은 의구심을 들게 만들었다. 세계일보를 통해 알려진 '정윤회 동향보고서' 문건의 핵심 내용이 바로 김 실장의 사퇴 문제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청와대 비서실장은 비서들의 수장으로 비서들에게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조율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 위치에 있는 자리다.

그러나 김 실장은 이 문건을 보고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특히 지난 4월 청와대 문건이 유출됐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도 명확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문제 확산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 정부 때 의전비서관과 대변인을 지낸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기춘 실장이 초기에 보고를 받았으면 이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며 "현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청와대가 말이 없는 것이고 뭘하고 있는게 없어 보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김 실장이 현 정부의 실세가 아니었다는 말들이 나돌고 했다. 실세는 '문고리 권력 3일방'으로 불리는 3명의 비서관과 정윤회씨가 아니었냐라는 것이다. 청와대 공식 시스템이 문고리 3인방으로 인해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고 이에 김 실장이 전혀 나설 수 없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비서실장이 나서서 문고리 3인방에게 직접 소명을 요구하거나 해명을 요청할 수 없는 위치가 돼 버렸고 문고리 3인방이 비서실장의 옥상옥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의 보좌진을 통해 시스템을 유지하니깐 어떠한 좋은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보좌진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때문에 비서실장이나 홍보수석 등이 실권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표면적으로 이번 사건이 청와대 인사 문제를 둘러싼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과 '문고리 권력 3인방'의 알력 싸움으로 비춰졌음에도 불구하고 비서관들의 최고 수장이라는 김 실장은 보이지 않았다. 김 실장이 사실상 이번 사건에 손을 놓으면서 비서관들의 백가쟁명식 언론보도가 나오고 의혹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통화에서 "이번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비서실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단정한 뒤 "엄청난 권한은 행사하는 것 같은데 결정적인 상황에서 책임은 지지않고 권한만 행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력은 문고리 3인방에게만 주고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한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언론 앞에 나서야 하는 홍보수석은 어디에...

여기에 언론 대응을 통해 적극적으로 위기를 관리해야 할 윤 홍보수석은 말 그대로 투명인간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 윤 수석은 단 한번도 브리핑을 갖지 않았다. 홍보 수석은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에 대해 명확하게 알려야 할 의무를 가진 직책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홍보수석은 모든 언론 대응을 민 대변인에게만 맡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6월 홍보수석에 임명된 이후 윤 수석이 언론 브리핑을 가진 건 한손에 꼽을 정도다. 이 때문에 지난 11월 윤 수석이 갑자기 춘추관 기자실로 내려와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개헌 발언에 대한 의견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 소장은 통화에서 "민경욱이라는 사람이 홍보수석인가요?"라며 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누구인지 잘 알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국정을 홍보하라고 만들어 놓은 홍보수석이 일반인도 아닌 정치에 관심이 있는 리서치 소장에게도 존재감이 없다는 것은 국정 홍보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서 언론 대응의 단일 창구였던 민 대변인도 직접 책임질 당사자는 아니지만 오락가락하고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언론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대부분 "확인되지 않는다", "확인해 보고 알려주겠다", "그건 청와대 관여 사항이 아니다" 등등으로 일관했고 기자들이 같은 내용을 2번, 3번 물어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대변인이 깊숙한 정보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변인 입장에서 정확하게 밝힐 수 없는 문제가 있을수도 있지만 대부분 답변은 정확하게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비춰졌기 때문이다. 대변인도 청와대 자체 취재가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위기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할 때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청와대 안팎에서는 위기를 관리하고 정확하게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사건을 "청와대 내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청와대 공식 시스템이 사실상 무력화된 부작용으로 나타난 문제"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청와대 내부의 권력 다툼에서 나온 것 아니냐. 이거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인적 쇄신을 통해서 일신하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인적 쇄신을 단행해도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은 "가장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지"라며 이런 사안 터졌을 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장 필요한 게 투명하고 공정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비선이라든지 측근의 과도한 개입이나 좋지 않은 것들을 막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청와대는 18일 개각 및 청와대 비서진 교체 등 ‘인적쇄신’여론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여론을 잘 듣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개각이나 인적쇄신 얘기가 나오는데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라는 질문에 “쇄신요구에 대해 (청와대가) 귀를 닫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분들이 제시하는 여러 쇄신안에 대해서도, 언론에서 제시하는 방안들, 고귀한 의견들에 대해 눈여겨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정윤회 동향보고서’문건으로 촉발된 '비선 실세'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청와대가 비서실 개편과 개각 등 인적쇄신에 나설지 주목된다.

최용민 기자 (yongm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최용민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