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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진당 해산 반대" 김이수 재판관도 "이석기는 위험"


입력 2014.12.19 17:01 수정 2014.12.19 17:21        김지영 기자

헌재 결정 '인용 vs 각하' 주요쟁점은 '이석기 주요세력' 여부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냐도 이견 보여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 해산 및 정당활동정지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선고에서 판결문을 읽고 있다. ⓒ데일리안
대한민국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통진당 해산 결정에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냈던 김이수 재판관이 자리하고 있다. ⓒ데일리안
헌정사상 첫 정당해산 심판에서 헌법재판소가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한 19일 오전 서울 대방동에 위치한 통합진보당 당사 사무실에서 대부분의 당직자들이 자리를 비워 적막감이 돌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헌법재판소가 19일 정부의 정당해산심판 청구를 인용, 통합진보당을 해산했다.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이 인용, 1명이 기각 의견을 냈다.

이석기 전 의원이 주축이 된 지난해 5월 12일 합정동 모임, 이른바 RO(혁명조직) 회합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9명의 재판관 모두 동의했다. 다만 RO 회합을 정당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의미하는지, 정당해산이 비례원칙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박한철 소장 등 "RO 회합은 통진당에 귀속" 김이수 재판관 "이석기 등 추종하는 소규모 세력"

먼저 박한철 헌재소장 등 인용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RO 회합 참석자들에 대해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종하고, 당시 정세를 전쟁 국면으로 인식하고 이석기의 주도 아래 전쟁 발발 시 북한에 동조해 국가기간시설을 파괴하고, 무기 제조 및 탈취, 통신교란 등 폭력수단을 실현하고자 회합을 개최했다”고 지적했다.

또 “내란 관련 회합의 개최 경위, 참석자들의 피청구인 당내 지위 및 역할, 이 회합이 피청구인의 핵심 주도세력에 의해 개최된 점, 회합을 주도한 이석기의 경기동부연합 수장으로서 지위, 이 사건에 대한 피청구인의 전당적 옹호·비호 태도 등을 종합하면, 이 회합은 피청구인의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인용 입장의 재판관들은 피청구인, 즉 통합진보당의 주도세력이 RO 회합에 참석했던 세력임은 근거로 RO의 목적과 활동이 피청구인의 목적과 활동으로 귀속된다고 주장했다.

유일하게 기각 의견을 낸 김이수 재판관도 합정동 모임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그는 “이석기 등의 발언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 남한과 북한의 자주세력이 힘을 합쳐 미국과 싸운다거나 대한민국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발상을 담고 있어 국민의 보편적 정서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런 모임을 되풀이하거나, 구체적 실현으로 나아갈 개연성을 고려하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다만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의 지역조직 차원에서 이뤄진 RO 회합은 비핵평화체제와 자주평일통일을 추구하는 당 전체의 가치에 반하고,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등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거나 중앙당 노선이 이석기 등의 영향을 받았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RO 활동과 통합진보당을 구분했다.

김 재판관은 또 비례대표 부정경선,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관악을 여론조사 조작사건 등에 대해서도 당내 민주주의 훼손, 민주적 의사결정 원리 무시, 실정법 위반 사실은 인정하나, 당 전체가 민주적 기본질서를 해칠 목적으로 조직적·계획적·적극적·지속적으로 위와 같은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 내 자주파, 구체적으로 인민혁명당의 조직원이었던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통합진보당의 의사결정 과정이 자주파에 의해 좌우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김 재판관은 RO 회합 참석자들을 이석기 등을 추종하는 ‘소규모 세력’으로 한정했다.

'진보적 민주주의' 놓고 "북한식 사회주의"vs"입증할 증거 없어"

가장 큰 쟁점 중 하나였던 강령의 위헌성에 대해서도 양측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렸다.

박 소장 등은 통합진보당 강령에 명시된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한다는 근거로 해당 용어가 자주파에 의해 도입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NL(Nation's Liberty·민중민주)로 불리는 자주파는 한국 사회를 제국주의 세력에 종속된 반봉건사회로 이해하고, 계급적 지배구조로부터 해방을 내세운다.

이들은 “진보적 민주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경기동부연합, 광주전남연합, 부산울산연합의 주요 구성원 및 이들과 이념적 지향점을 같이하는 당원 등 피청구인의 주도세력은 자주파에 속하고, (피청구인은) 그들의 방침대로 당직자 결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하며 당을 주도해왔다”고 지적했다.

인용 입장의 재판관들은 또 “피청구인의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해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해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으며, 피청구인의 주도세력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대다수의 재판관은 통합진보당 강령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 수단이라는 정부 측의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반면, 김 재판관은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이른바 진보적 정치세력들에 의해 수십 년에 걸쳐 주장되고 형성된 여러 가지 논리들과 정책들을 선택적 수용해 종합한 것으로, 실질적으로 광의의 사회주의 이념으로 평가될 수 있으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청구인의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강령이 북한식 사회주의가 내포하고 있는 인민주권, 생산수단의 사적소유 및 경제활동의 자유 박탈, 수령 중심의 1당 독재를 전제조건으로 도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자주파가 북한을 무조건 추종하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는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의 강령이 북한의 이념과 유사한 부분에 대해서도 김 재판관은 “피청구인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내포하는 강령을 내세우고 있고, 북한은 적어도 대외적·공식적으로는 사회주의 이념을 내세우고 있으므로, 피청구인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과 일정 부분 유사한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비례원칙에 인용 측은 존치로 발생할 불이익, 기각 측은 해산으로 발생할 불이익 초점

이밖에 헌법 제37조를 근거로 한 비례의 원칙을 놓고도 양측은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행정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으로도 표현되는 비례의 원칙은 행정 주체가 특정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일정한 수단을 동원함에 있어서 목적과 수단(행정처분이나 처벌) 사이에 합리적인 균형관계가 유지돼야 한다는 원칙이다.

통합진보당 사례에서 비례의 원칙을 둘러싼 쟁점은 해산이라는 목적의 필요성과 정당해산으로 인해 침해되는 헌법상 기본권이다. 구체적으로 정당해산은 통합진보당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수단이어야 하며, 이 경우에도 정당해산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같은 조치로 인한 불이익보다 커야 한다.

헌법 제37조 1항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할 수 있는 경우를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때로 한정하고 있다. 문제는 정당해산이 국가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인지와 이로 인한 이익이 국민의 투표권, 정당의 자유 침해로 발생하는 불이익보다 크냐이다.

먼저 인용 측은 통합진보당 존치로 발생하는 불이익에 초점을 뒀다. 이들은 “대남혁명전략에 따라 대한민국을 전복하려는 북한이라는 반국가단체와 대치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또 위법행위가 확인된 개인의 형사처벌로는 정당 자체의 위협요소가 제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인용 측은 이어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남아있는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언제든지 그들의 위험적인 목적을 피청구인의 정책으로 내걸어 곧바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상당한 정당보조금을 받아 활동하면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려는 피청구인의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당해산 결정으로 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면서 얻는 권익은 피청구인 자유의 근본적 제약이나 민주주의 일부 제한이라는 불이익에 비해 월등히 크고 중요하다”며 “결국 피청구인 해산결정은 민주주의 질서의 위험을 실효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부득이한 해법으로 비례원칙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 재판관은 정당대산으로 발생할 불이익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해산 결정으로 초래될 사회적 불이익은 민주주의 사회의 순기능에 장애를 줄 만큼 크다”며 “정당에 대한 강제적 해산 결정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정당의 자유 및 자율적 의사결정 원리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특히 김 재판관은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으로 판결돼 해산될 경우, 순수하게 진보적 정책들에 공감해 입당한 대다수의 일반 당원들의 정치적 뜻이 왜곡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원 중 대남혁명론에 동조해 민주주의 질서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형법과 국가보안법 등을 통해 그들을 피청구인의 의사결정 과정으로부터 효과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면서 “정당해산 여부는 원칙적으로 선거 등 정치적 공론의장에 넘기는 게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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