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4’ 안현수, 상처받은 천재의 해피엔딩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입력 2014.12.28 15:20  수정 2014.12.29 09:15

2014년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 완성

한국 스포츠계엔 큰 오점, 자성의 목소리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 연합뉴스

‘빅토르 안’ 안현수(29·러시아)만큼 각본 없는 대작을 완성한 스포츠 스타가 있을까.

안현수는 2014년 세계 스포츠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러시아는 쇼트트랙 금메달 3개를 안겨준 안현수 덕분에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안현수가 한국에서 계속 스케이트 탔다면 러시아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했다.

안현수는 러시아로 귀화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얻은 상처로 인해 한국에서도 동정론이 일었고, 한국 팬들은 조국을 등진 그를 열렬히 응원하는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하지만 안현수는 소치 올림픽 직후 자신을 둘러싼 몇 가지 오해에 대해 해명하며 한국 내 여론의 반응에 부담감을 드러냈다.

안현수는 “파벌은 있었지만 그게 (귀화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면서 “정말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 하고 싶었다. 나 때문에 한국에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그의 바람과 달리 한국은 시끄러웠다. ‘이번 기회에 파벌을 뿌리 뽑자’는 공론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파벌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유도 천재’로 불렸던 재일교포 4세 추성훈(37·아키야마 요시히로)도 한국서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태극마크를 원했지만, 판정시비로 얼룩진 대표선발전에서 탈락했다.

크게 낙담했지만, 사랑하는 유도는 포기할 수 없었기에 2002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일본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냈다. 시상대에서 “한일 국기 사이 가운데만 응시했다"고 말한 추성훈의 마음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안현수도 한국에서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전무후무한 세계선수권 5연패(2003~2007), 월드컵 메달 51개(개인 최다), 2006 토리노 올림픽 3관왕 등 화려한 전성기를 보낸 세계 1인자였다. 그럼에도 명예는 껍데기에 불과했고, 오히려 여유와 안정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2000년대 후반 파벌 논란이 불거졌고 안현수는 소속팀마저 해체되면서 선수 생명마저 위협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갈 곳 잃은 안현수는 ‘좋아하는 쇼트트랙만은 계속 하고 싶다’는 일념으로 러시아행을 선택했다. 2011년 러시아 빙상연맹과 모스크바 시청의 초청으로 안현수는 실전훈련에 돌입했다. 잡다한 걱정 없이 운동에만 매진할 수 있다는 점이 행복했다. 자연스럽게 러시아 귀화를 받아들였다.

안현수는 소치 동계올림픽 1000m 결승에서 1위로 통과한 후 엎드려 울었다. ‘차가운 감성’으로 유명한 러시아 국민마저 울렸다. 안현수는 금메달 소감에서 “관중의 함성을 들으니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안현수는 건재했고 전율의 환호 속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추성훈과 안현수처럼 한국에는 운동 외적인 문제로 빛을 보지 못한 이들이 부지기수다. 상당수 재능을 타고난 유망주들이 타국에서 자비를 털어 살길을 모색한다. 피겨 불모지에서 태어난 김연아가 대표적이다. 밴쿠버 올림픽 전까진 이역만리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다행히 안현수의 쇼트트랙 인생은 ‘해피엔딩’이 됐지만, 한국 스포츠계에 던진 과제는 아직 남아 있다. 제2의 안현수를 막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왔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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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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