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유망주였던 구자철은 조광래 감독이 이끌었던 2011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원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처진 스트라이커로 깜짝 기용돼 대박을 터뜨렸다.
구자철은 5골로 득점왕에 오르며 한국을 대회 3위로 이끌었고, 대표팀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로도 구자철은 꾸준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최적화된 움직임을 선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점으로 구자철의 위상은 급격하게 흔들리고 있다. 구자철은 홍 감독이 가 이끌었던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주장이었음에도 큰 실망을 안긴 선수 중 하나였다. 간결하고 예리하던 발재간은 무뎌졌고, 공격수도 미드필더도 아닌 어정쩡한 플레이로 겉돌기 일쑤였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구자철의 경기력은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대표팀은 여전히 4-2-3-1 전술을 구사하고 있으며 구자철은 여전히 원톱 아래 위치한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로 중용되고 있다. 대표팀이 현재 마땅한 원톱 공격수 부재로 2선 공격수들의 역할이 중요한 것은 4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달라진 것은 구자철의 기량과 입지뿐이다.
4일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도 구자철의 부진은 계속됐다. 구자철에게 볼이 연결되면 흐름이 끊기거나 공을 빼앗겨 역습의 빌미를 제공하기 일쑤였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공간을 넓게 활용해 아군의 공격 전개를 지원하거나, 직접 배후 침투를 통해 공격의 실마리를 찾아내지 못했다.
문제는 구자철의 이런 모습이 이날 경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보다 못한 슈틸리케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선발 멤버들을 대거 물갈이하면서 구자철도 교체했다. 대표팀은 오히려 구자철이 빠지고 난 후 전방에서부터의 압박과 공격전개가 훨씬 원활해졌다.
교체 투입된 남태희나 이명주가 구자철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모두 구자철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경쟁자들이다.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으면서 필요성을 절감케 했던 또 다른 유럽파 이청용이나 기성용과 비교해 구자철의 위상이 얼마나 하락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표팀은 후반 23분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비수 오사마 하우사위의 자책골과 교체 투입된 이정협의 쐐기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거뒀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다가오는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베스트멤버 구성에 대한 고민을 남겼다.
구자철로서는 2011년 이후 처음으로 대표팀에서 벤치멤버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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