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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밤' 먹여 살린 '아빠 어디가' 시청률 잣대의 아이러니


입력 2015.01.19 09:01 수정 2015.01.19 09:07        김명신 기자

'육아 예능 원조' '시청률 1위' 호평 불구

최근 인기 저조로 난항…결국 2년 만에 폐지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밤’을 부활시킨 ‘아빠 어디가’가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렸다. ⓒ MBC

"아빠와 아이들, 덕분에 2년 동안 정말 행복했습니다.(시청자 게시판 글)."

MBC 예능을 살린,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 ‘먹여 살린’ 프로그램이 또 다시 시청률 저조로 폐지됐다. 그것도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밤’을 부활시킨 ‘아빠 어디가’가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리게 돼 아이러니한 결과에 시청자들은 그저 씁쓸함만 내비치고 있다.

‘육아 예능의 원조’, ‘최고의 시청률’ 등의 타이틀로 인기를 모으며 연말 시상식까지 싹쓸이 했던 ‘아빠 어디가’. 2013년 1월 시작부터 화려했던 '아빠 어디가'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1박2일 여행기로 신선한 재미를 전하며 사랑받았고 '일밤'의 부활에 한 몫을 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3년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승승장구 하던 ‘아빠 어디가’는 타 방송사의 육아 예능 인기와 맞물려 시청률 하락세가 이어졌고 결국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MBC의 시청률 저조 프로그램에 대한 ‘단 칼’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번 폐지가 더욱 아쉬운 대목은 나름 ‘선전’한 프로그램에 대한 빠른 폐지다. 과거 시청률 1위로 ‘월요일밤 예능’을 장악했던 유재석 김원희의 MBC '놀러와'가 그랬던 것처럼(8년 장수), ‘아빠 어디가’ 역시 시청자들에게 이별의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했고 그렇게 사라졌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더욱 이별을 뭉클하게만 했다.

2012년 12월 ‘놀러와’는 413회를 끝으로 폐지됐다. 8년을 넘게 동거동락한 제작진, 출연진 모두 여느 때와 같은 이야기들과 웃음꽃으로 한 시간을 채웠고 그렇게 방송말미 자막으로만 "8년 동안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 감사 드립니다"라고 ‘일방적 통보’로 막을 내렸다.

이날 방송분은 폐지 통보를 받기 전 녹화분으로, 유재석 김원희를 비롯해 그 누구도 마지막에 대한 아쉬움이나 눈물, 하물며 인사조차 없이 떠났다. 자막 인사만 덩그러니 남았다. 평소 같았기에 씁쓸했고 아쉬웠다. 8년지기 유재석, 김원희는 서로에게 고마운 인사도 못했다. 얼마나 급작스럽게 폐지된 것인지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MBC는 당시 시청률 부진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칼 들기'에 나섰고, 시청률 부진의 명목으로 '놀러와'에 폐지를 통보했다. 갑작스레 통보를 받은 제작진은 트위터를 통해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고, 유재석 또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20%를 육박하며 월요일 심야 예능의 시초를 닦은 '놀러와'에게 단 1회의 마지막 녹화 여유도 주지 않았고 그렇게 시청자들과 이별했다.

사실 ‘일밤’ 역시 시청률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고 그렇게 시도된 프로그램이 스타 아빠와 2세의 1박2일 여행기 ‘아빠 어디가’였다. 대중은 TV를 통해 보여지는 스타의 사생활에 유독 높은 관심을 드러내고 특히 그의 2세, 자녀들에게는 더욱 이목을 집중한다. 자녀의 외모, 스타일, 성향 등이 세간의 초미 관심사다.

그런 관심사를 프로그램으로 옮겼고 스타와 베일에 가려졌던 2세의 사생활은 예능 코드와 접목돼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출연진들은 대박 스타가 되기도 했고, CF 등을 석권하며 이른 바 ‘몸 값’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일밤-아빠 어디가’는 ‘일밤’을 뺀 ‘아빠 어디가’로써의 이름값을 높이며 승승장구 하는 듯 했다.

그러다 타 방송사에서 선보인 육아 예능의 인기와 맞물려 시즌1과 2가 교체하면서 불거진 출연진 불화설에 폐지설까지 더해지면서 인기는 예전 같지 않았고 결국 이는 시청률 저조로 이어졌다. 그렇게 인기 하락세를 보인 ‘아빠 어디가’는 지난해 폐지설이 제기됐고, 급기야 시즌2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전해졌다. 하지만 일단 시즌2만 막을 내리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시즌3나 이후 일정은 물론 ‘미정’이다.

시청률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일밤’을 부활시킨 ‘아빠 어디가’가 시청률 저조로 막을 내렸다. ⓒ MBC

‘아빠 어디가’의 후속 프로그램은 또 다시 스타급들이 대거 출연하는 ‘애니멀즈’다. 서장훈, 박준형, 장동민, 강남, 조재윤, 은혁, 유리, 윤도현, 김준현 등이 출연하는 동물 예능으로, 어쩌면 그동안 금요일 심야 시간대 파일럿으로 선보이다 줄줄이 폐지한 ‘빤한 카드’ 중 하나의 포맷일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아빠 어디가’의 폐지가 더욱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스타 가족의 여행기라는 설정에 어설픈 아빠와 순수한 아이들이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아버지와의 교감의 중요성을 그리며 호평을 이끌어낸 ‘아빠 어디가’는 그렇게 2년 만에 작별을 고하게 됐다. 시청률의 잣대 속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시청자들은 그저 안타깝고 어렵기만 하다.

“미안했어, 그리고 고마워(윤후가 아빠 윤민수에게 한 마지막 고백).”

김명신 기자 (sini@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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