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아시안컵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이 지난해 10월 A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불과 3개월 만에 나선 국제대회였다.
짧았던 대회 준비 기간과 계속되는 선수들의 부상 악재, 팬들의 높은 기대는 부담이었다. 무엇보다 화려한 선수 시절에 비해 지도자로서 별다른 성공 경력을 남기지 못한 슈틸리케의 능력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을 통해 짧은 시간에도 선수들과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7년 만의 결승 진출만으로도 대단하지만, 특유의 실리축구와 합리적인 결단력으로 다양한 돌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팬들에게 지금도 역대 최고의 대표팀 감독으로 꼽히는 2002년 히딩크 감독의 데자뷰를 느끼게 했다는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과거 스위스와 코트디부아르 대표팀, 독일 청소년 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했지만 메이저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과는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이번 아시안컵 준우승을 통해 그의 지도자 경력과 자질에 대해 막연하게 의문부호를 품고 있던 이들에게 자신의 역량을 입증했다. 2018 러시아월드컵까지 이어지게 될 슈틸리케호의 개혁 행보에도 확실하게 힘이 실릴 전망이다.
러시아 월드컵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마인츠), 이청용(볼턴),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호펜하임) 등 현재 대표팀의 주축들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다. 3년 뒤 러시아월드컵은 이들이 최전성기를 맞이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이번 아시안컵을 치르며 이들은 중압감이 큰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에서 다양한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과 이기는 경험을 쌓았다. 이승우나 장결희(바르셀로나) 같은 유망주들 역시 그때쯤이면 성인대표팀 합류도 기대할 수 있는 나이다. 박지성과 이영표의 그늘을 벗어나 지금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표팀을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최대의 적은 자만이다. 아시안컵은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 여기서 잠깐 잘했다고 또다시 현실에 안주한다면 대표팀은 지난 브라질 월드컵 때와 똑같은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귀국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의 환대에 감사하면서도 “우리가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경계한 이유다.
아시안컵은 많은 성과도 있었지만 한국축구의 약점 또한 드러냈다. 공격수 자원의 부족은 대표팀의 최대 고민거리다. 이정협(상주 상무)이라는 숨은 진주를 발굴했지만 아직 소속팀에서 주전이 아닌 만큼, 더 충분한 경험과 기량을 쌓아야 한다. 이동국(전북)과 김신욱(울산)의 뒤를 이을만한 차세대 공격수의 발굴이 시급하다.
노장 선수들의 자리를 메울 세대교체도 계속해야 한다. 오른쪽 풀백 차두리(서울)가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했고, 센터백 곽태휘(알 힐랄) 역시 34세의 노장이다. 대체자원들은 있지만 아직 경험이나 기술면에서 부족하다.
점유율 축구를 선호하는 슈틸리케 감독의 철학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볼트래핑과 경기 시야가 뛰어난 기술자형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차기 월드컵 예선부터 더욱 빡빡해지는 대표팀 일정에 맞춰 장거리 이동이 다반사인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관리와 국내파와의 조화도 팀 분위기 장악을 위해 필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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