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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박지원 진흙탕 싸움에 이인영 슬며시 '미소'


입력 2015.02.04 11:17 수정 2015.02.04 11:24        이슬기 기자

룰 변경 논쟁으로 막말 공방 오가, 선 긋는 이인영 후보에 반사이익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박지원 당대표 후보가 룰 변경 문제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논쟁에 선을 긋고 정책 행보를 이어가는 이인영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는 모양새다.(자료사진)ⓒ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8 전당대회를 앞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박지원 후보가 전당대회 룰 등을 두고 연일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각종 공방과 선을 긋고 ‘마이 웨이’식 정책 행보로 이인영 후보가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

당초 선거 초반에는 문 후보와 박 후보 간 경쟁 구도가 막강한 데다, 인지도 면에서도 차이가 커 이 후보가 소외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선거 정국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두 후보 간 네거티브성 난타전이 계속됐고, 이 틈을 노린 이 후보가 각종 민생 관련 정책을 밀고 나가며 오히려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후보는 4일 PBC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경선룰 변경 논쟁에 대해 “어떤 규칙이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 지금은 누가 봐도 정쟁의 도구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문제로 전락해버렸다”며 “이 문제에 뛰어들 용의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국민들은 이번 전대에서 절박한 민생의 문제에 대한 우리 당의 새로운 해법, 새로운 민생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하셨을 것”이라면서 “지금 여론조사 규칙 문제 때문에 우리당 전당대회가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인지, 아니면 정쟁만 일삼고 민생과 혁신을 외면한 탓인지 모두가 자성할 때”라며 ‘정책 선거’를 강조했다.

지난 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연 이 후보는 한반도 평화와 공생을 위해 △조건 없는 남북정상회담 개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추진 △한반도 내 군사 동맹 확대 자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주도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는 이같은 정책을 제시한 뒤, “새정치연합의 도약을 위해서는 이번 전당대회에서 한반도 평화와 공생을 위한 정책이 앞다퉈 나와야 마땅하다”며 “그러나 오늘의 전당대회는 계파 확대와 지역 독점을 위한 정쟁의 싸움터가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달 30일에도 민생 관련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일명 ‘이인영표 줄푸세’(비정규직은 줄이고 사내유보금은 풀고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운다)를 발표했다. 그는 특히 △향후 5년 간 비정규직 비율을 30% 내외로 줄이고 △대기업 사내유보금을 풀어 하청업체의 이윤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하며 △법인세 정상화를 골자로 한 조세체제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날 지상파 방송3사가 공동 주최한 TV토론회에서도 문 후보와 박 후보의 공방과는 선을 그은 채, 자신의 공약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적어도 1만원까지 올려 비정규직 임금이 최저임금을 통해 보존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정책 중심의 발언을 이어갔다.

아울러 같은 날 서울 상암동에서 대학생들과 티타임을 갖고 청년 취업 및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한 고충을 듣는 등 민생 현장 챙기기에도 적극 나섰다. 이보다 앞선 23일에도 광화문에 위치한 한 호프집에서 사무직 종사자들과 만나 ‘연말정산 세금폭탄’ 논란과 관련한 피해 사례를 청취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문 후보와 박 후보는 지난 2일 Jtbc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저질’, ‘비열’ 등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막말을 쏟아내, 역대 토론 중 비방의 강도가 가장 거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날 박 후보는 토론회 초반부터 경선 룰 변경 논란에 대해 “문 후보는 꼭 이렇게까지 해서 당 대표가 되려는 건지, 대통령 후보가 되려는 건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만약 작년 12월 29일 통과된 안을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았다면 비열한 것”이라며 “이 어처구니 없는 친노의 횡포와 만행에 대해 국민들과 당원에게 설명하고자 나왔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그러자 문 후보도 상기된 얼굴로 “가장 저질의 토론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정말 우리 당에 다시 기대를 걸면서 지지를 보내주고 계시는 국민들께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박 후보는 곧바로 “내일부터 투표인데 오늘 규정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저질”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두 분이 지금 이렇게 싸우고 있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담합을 했던 분들 아닌가. 이러니 누가 우리 당을 신뢰하겠느냐”며 “선수는 경기장에 입장하면 룰 문제에 초연해야하며 나는 두 분의 논쟁에 끼어들 마음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두 후보 간의 논쟁이 계속되자 그는 “자꾸 이런식으로 토론이 진행되면 퇴장하겠다”고까지 말했다.

앞서 전국을 순회하며 진행된 합동 연설회에서도 박 후보는 ‘당·대권 분리론’, ‘호남총리론’, ‘대선패배 책임론’ 등을 두고 문 후보를 공격하면서 난타전을 벌였고, 이 후보는 이같은 공방을 ‘낡은 세력’으로 규정하며 거리두기를 해왔다.

한편 당 중진의원실 한 관계자는 “Jtbc 토론회 때문에 당 지지도 더 떨어진다. 당연히 선거에서 경쟁은 있는건데, 지금은 선거 끝나면 아예 안 볼 사람들처럼 물어뜯으니까”라며 “이인영 후보가 룰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안 내는 걸 전략적으로 취하고 있는데, 그게 당내에서 꽤 먹히는 것 같다. 생각보다 이 후보 지지자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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