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는 끝났지만 찢어진 상처 봉합 '산넘어 산'
'친노 재집권' 프레임, '룰 변경' 논란, 인사와 관계없이 한동안 지속될 듯
당선 기자회견서 "당 인사와 운영에서 사심 없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
8일 새정치민주연합 새 지도부가 출범했지만, 전국대의원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갈등으로 향후 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구체적으로는 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시행세칙 유권해석으로 불거진 ‘룰 변경’ 논란과 계파갈등 국면에서 친노계 재집권이 향후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후보는 이날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개최된 새정치연합 2.8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45.30%를 얻어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 문 대표는 권리당원 득표율에서 박지원 후보에 5.78%p 뒤졌으나, 선거인단의 15%를 차지하는 국민 여론조사에서 58.05%라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얻었다.
우선 최고위원회 구성은 문 대표에게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김한길 전 공동대표의 측근인 주승용 최고위원과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의 유승희 최고위원이라는 견제세력이 존재하지만, 전병헌 최고위원과 운동권 출신인 오영식 최고위원이 속한 정세균계는 넒은 의미에서 범친노로 분류된다.
여기에 운동권 출신인 정청래 최고위원은 당내 대표적인 강성파이면서 문 대표와 관계도 우호적이다.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 국면에서 정 최고위원은 문 대표와 함께 단식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관건은 문 대표가 향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누구를 임명하느냐이다. 당내에서는 문 대표가 자신의 측근을 기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당직자는 “만약 최고위원이나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자에 또 친노를 기용하면 문 대표는 끝이다. 본인 스스로 친노임을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반발이 엄청날 것”이라며 “문 대표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인사에서만큼은 가장 문재인스럽지 않은 사람, 가장 문재인과 다른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문 대표가 계파청산을 명분으로 김한길계, 박지원계 인사를 기용한다면 이는 최고위 구성을 기울게 해 문 대표가 자신의 의지대로 당을 운영하는 데에 장애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 결과적으로 문 대표가 누구를 기용하든, 계파주의를 둘러싼 뒷말이 흘러나오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악의 상황은 ‘경선불복’ 논란…가장 시급한 과제는 ‘정당성 인정받는 일’ 지적도
아울러 ‘친노 재집권’ 프레임과 ‘룰 변경’ 논란은 인사와 관계없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친노계가 집권한 새정치연합(옛 민주당)은 지난 2012년 두 차례의 전국단위 선거에서 패배했다. 특히 한명숙 전 대표는 19대 총선 때 옛 통합진보당과 연대로 종북공세의 빌미를 제공했으며, 18대 총선 때에는 문 대표와 이해찬 의원이 각각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로 선거 전면에 나섰으나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여기에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3년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으로 있으면서 발간한 대선평가보고서에도 대선 패배의 핵심 책임자로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계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친노계의 재집권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실제 문 대표와 당권을 놓고 경쟁했던 박지원 후보, 예비경선(컷오프)에서 탈락한 박주선·조경태 의원 등 비주류 인사들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문 대표의 대선 책임론을 지적하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촉구해왔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할 때 문 대표의 집권은 단기적으로 비노계의 반발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직자 인선과 다가오는 4.29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계파갈등은 일정 부분 해소될 소지가 있다.
반면, ‘룰 변경’ 논란을 둘러싼 후폭풍은 상당 기간 지속될 전망이다.
여론조사 시행세칙에 사실상 문 대표에 유리한 방향으로 유권해석이 내려진 뒤, 박 후보를 지지하는 일부 지역위원장들은 신기남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과 문희상 비대위원장, 김성곤 전준위원장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박 후보 역시 당 지도부의 계파 편향성을 지적하며 지지자들의 목소리를 옹호했다.
현 상황에서 벌어할 수 있는 최악의 사태는 ‘경선불복’, ‘부정선거’ 논란이다. 당장 문 대표의 당권 경쟁자였던 박 후보와 이인영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더라도,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사태처럼 각 후보의 지지자들이 종전 지도부의 중립성과 경선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문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인사와 당 혁신이 아닌 새 지도부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일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문 대표는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우선 이번 전당대회 기간 동안 보였던 그 분열의 모습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겠다”면서 “계파 논란을 내가 확실히 없애겠다.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이 중요할 것이다. 당 인사와 운영에서 사심 없고 공정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이어 “근원적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제도를 확립해서 계파 논란, 갈등의 소지를 근원적으로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문 대표를 비롯한 신임 지도부는 오는 9일 현충원 참배를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한다. 이번 현충원 참배에서 문 대표는 그간 참배하지 않았던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도 찾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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