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와 서울 삼성이 올 시즌 극심한 부진으로 프로농구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 전주 KCC
시즌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 '2014-15 KCC 프로농구'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선두 울산 모비스와 2위 원주 동부 등 상위권 팀들은 7할대 승률의 고공비행을 거듭하고 있다. 30승 고지를 넘어선 3위 서울 SK도 승률 0.696로 7할에 육박한다.
반면 일찌감치 6강 진출이 좌절된 2약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은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KCC는 8연패 수렁에 빠져있다. 아직 유일하게 두 자릿수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고, 승률은 1할대(0.191) 머물고 있다. 이대로라면 2011-12시즌 기록했던 구단 역사상 최저 승률(13승41패 0.241)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
KCC는 최근 허재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 허재 감독이 사퇴하기 직전까지 KCC는 이미 5연패 중이었다. 감독 사퇴로 인한 분위기 반전을 기대했지만 KCC는 이후로도 3경기 내리 패했다.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물려받게 된 추승균 감독대행이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일각에서는 다음 시즌 감독 승격이 유력한 추승균 대행의 경험을 쌓기 위한 허재 감독의 배려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6강 진출이 좌절된 상황에서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 하지만 이는 한마디로 핑계일 뿐, 노골적인 잔여 시즌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었다.
KCC는 올 시즌 4강 이상의 전력으로 꼽혔다. 그러나 주축 선수인 김민구의 음주 사고로 인한 부상이탈을 필두로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 주축들의 부상이 겹치며 급격하게 몰락했다. 2012-13시즌부터 KCC 구단 역사상 최초로 3년 연속 6강 탈락이라는 불명예 기록도 눈앞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허재 감독 사퇴로 부담이 늘어난 것은 남겨진 선수들과 추승균 대행뿐이다. 팀이 가장 어려운 시기에 10년이나 지휘봉을 잡았던 허재 감독은 마무리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고 홀로 발을 뺐으면서도 오히려 동정론을 얻었다.
반면, 선수들은 연패를 끊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지만 남은 경기에 대한 동기부여가 제대로 유지될 리가 만무하다. 이대로라면 KCC는 남은 시즌 동네북이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삼성의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최근 16경기에서 고작 1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무려 11연패를 당하다가 지난 6일 비슷한 처지의 KCC를 상대로 겨우 연패를 끊었지만 최근 다시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지난 3경기에서 삼성의 평균 득점은 52점이었다. 아마추어나 여자농구에서 볼법한 스코어다. 지난 14일 전자랜드전에서는 고작 47점을 넣는데 그치며 22점차로 대패했다. 공교롭게도 전자랜드는 지난해 12월 23일 경기에서 삼성에 시즌 최소득점-최다점수차 패배(46-100)의 굴욕을 안긴 팀이기도 하다.
KCC와 달리 삼성은 시즌 전부터 어느 정도 약체로 예상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신인 김준일과 외국인 1순위 리오 라이온스 등을 지명하면서 어느 정도 전력이 보강됐다는 기대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팀 성적은 오히려 더 곤두박질쳤다. 고액 연봉자들의 부진과 공수 밸런스의 불균형 속에 라이온스마저 고양 오리온스로 트레이드하면서 전력은 더욱 약해졌다.
초보 사령탑인 이상민 감독의 경험 부족도 뼈아프다. 리빌딩 과정이라는데 위안을 찾으려고 해도 김준일의 가능성을 확인한 것 외에는 올 시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시즌 막바지로 가면서 조직력 등이 더 나아지기는커녕 저득점과 대패가 속출하며 오히려 총체적인 난국이 거듭되고 있다.
시즌 막바지가 되면 어느 정도 긴장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프로라면 성적을 떠나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은 유지해야 하는 게 팬들에 대한 예의다. KCC와 삼성의 동네북 행보는 가뜩이나 인기 하락으로 고전하고 있는 프로농구 이미지에도 좋지 않은 영향만을 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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