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연대 없다'는 새정치련 물밑서는 '꼼수'?
야권후보 난립에 표 분산, 새누리당 후보 만만치 않아 연대 외면 어려워
4.29 재보궐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야권 후보가 난립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도 야권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야당 텃밭’으로 불리는 광주 서구을을 제외하고는 일찍이 후보를 확정한 새누리당과는 달리, 새 지도부가 들어선지 보름밖에 안된 새정치연합은 아직 공천 룰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재까지만 14명의 야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지고 나섰다.
관악을의 경우,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오신환 당협위원장으로 전열을 갖춘 반면, 야권은 8명의 후보가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일단 문재인 대표의 정무특보인 정태호 예비후보가 23일 출마를 선언했고, 구청장 출신인 김희철 전 의원도 지역내 선거운동에 돌입, 송광호 대호건설 대표도 새정치연합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여기에 민간단체 소속인 노종중·유정열·홍정식 씨도 무소속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성남 중원도 여야가 ‘1 대 다(多)’ 구도로 맞붙을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단독 공천을 신청한 신상진 전 의원을 후보자로 결정했다. 새정치연합의 경우, 출마를 고심 중인 은수미 의원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에서 국정홍보처장 겸 대변인을 역임한 김창호 교수와 새정치연합 발기인인 홍훈희 변호사, 지역 기반이 탄탄한 정환석 지역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조화훈 모찬자동차 대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문제는 두 지역 모두 새누리당 후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관악을은 오 후보가 ‘젊은 토박이’ 이미지로 일찍이 얼굴을 알리면서 지역 주민 사이에서도 경쟁력을 얻고 있다. 성남 중원 역시 야권 강세 지역이긴 하지만, 신 후보가 이 지역에서 17대·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으며, 19대 총선에서는 김미희 전 진보당 의원에게 불과 654표 차이로 낙선한 바 있다.
여기에 진보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이상규·김미희 의원이 각각 관악을과 성남 중원에 재도전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이 더욱 난립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제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지금처럼 야권이 분열된 상태로 갈 경우,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라는 자평이 나온다.
물론 새정치연합은 당 차원에서 야권연대 불가를 선언한 상태다. 문 대표가 전당대회 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권연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평소에 다른 정체성을 내세우면서 활동을 하는 정당들이 선거때마다 연대한다는 것은 정당정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으며, 전대 직후에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같은 당 황주홍 의원도 23일 PBC 라디오에 출연해 “정책적으로나 이념적으로 색채가 같지 않은 세력과의 연대가 선거 패배 원인의 하나였다고 판단하고 있고, 아직도 그 판단은 유효하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하지만 현실상 새정치연합이 야권연대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번 재·보선은 당내 거센 계파 논란을 딛고 어렵사리 당선된 문재인 지도부의 첫 시험대인데다, 세 지역 모두 당초 야당 인사가 자리했던 지역인 만큼, 한 곳만 잃어도 문 대표가 입을 타격이 크다. 지난해 7.30 재·보선처럼 당 차원의 단일화 대신 후보간 단일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7.30 재·보선 당시 서울 동작을 새정치연합 예비후보였던 기동민 후보와 천호선 정의당 대표의 경우, 지도부가 ‘당 차원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후보간 연대는 막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 모두 자진사퇴했다. 사실상의 야권연대인 셈이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당 차원에서는 손을 떼되 물밑으로 후보간 단일화를 허용하는 모양새를 취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울러 노회찬 전 정의당 공동대표도 지난 1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견을 전제로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당의 공조가 이뤄진다면 이를 바탕으로 새정치민주연합과 공조까지 고려할 수 있다”며 “지금은 다들 안 한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필요하다면 좀 모색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국민모임 측이 앞서 새정치연합에 대해 “새누리당의 정책노선으로 수렴하는 정당”, “야당의 길을 내팽개친 정당”, “서민과 약자는 버리고 우향우의 늪에 빠진 정당” 등으로 혹평하며 등을 돌렸던 만큼, 향후 방향 전환의 추이를 아직 지켜봐야 한다.
한편 광주 서구을 선거의 최대 변수인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이 이달 말까지 거취를 밝히겠다며 출마를 고심 중인 가운데, 새정치연합에서는 4명의 야권 후보 난립에 따른 표 분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새누리당은 지난 7.30 재보선에 이어 또 한 번의 ‘역전’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호남 돌풍’의 주역인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우리당이 결코 호남 선거를 포기하지 않는 전략으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아무래도 내가 호남 출신 최고위원이니까 나름대로 그런 역할이 있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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