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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게양 의무화? 오해와 불신에 폭발한 '넷심'


입력 2015.02.25 08:30 수정 2015.02.25 08:35        하윤아 기자

'게양 강제' 기사 제목에 네티즌 발끈 "유신 회귀냐"

정작 내용은 '국기꽂이 설치 권장'일뿐 제목이 문제

24일 광복 70주년을 맞아 전남 장흥군 탐진강을 가로지르는 장흥교를 따라 게양한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3·1절 전후 게양기간에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23일 태극기 게양 의무화와 관련한 법 개정에 나선다는 보도가 나와 네티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3일 한 언론에서 ‘태극기 게양, 법으로 강제한다’. ‘군사정권 시대 유산 국기 게양·하강식 부활하나’라는 제목의 보도가 나온 후 연일 온라인상에는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 “과거 시대로의 회귀다”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 아래에는 수백 개의 댓글이 이어졌고,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태극기 게양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거나 강제하려는 것에 상당한 반발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 아이디 ‘dara****’은 “이게 언제 적 발상이냐. 애국심 고취시키고 싶은 모양인데, 애국심이란건 강제로 주입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쓴 소리했고, 또 다른 아이디 ‘bsi0****’은 “게양하는 게 좋은 일이긴 한데 그걸 법으로 규정하면 안 되지”라며 “드디어 나라가 미쳐가는구나”라고 비난했다.

이밖에 트위터리안 ‘@welo******’도 해당 기사를 링크하면서 “나라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을 국가가 강제로 규정하는 것은 독재시대에나 가능한 발상입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해당 기사는 현재 SNS는 물론 복수의 블로그와 카페 등에서도 주요 이슈로 다뤄지면서 많은 네티즌들의 볼멘소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블로그와 카페 등에 게재된 대부분의 글은 기사 제목처럼 ‘정부가 태극기 게양을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이에는 “말도 안 된다”, “과거 독재 시절로 돌아가는 것인가”, “정부가 제정신인가 싶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제목과 달리 실제 해당 기사 내용은 ‘정부가 민간 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관련 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는 것이다. 내용상으로는 태극기 게양을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출입구에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목에서 언급된 ‘태극기 게양 강제’와 내용상의 ‘태극기 게양대 설치’는 엄연히 다른 사항으로, 다수 네티즌들이 태극기 게양 의무화 논란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이고 있는 것은 기사 제목에서 비롯된 오해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기 게양을 강제하는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지만, 정작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거주민들이 아파트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자율적으로 설치하도록 권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와 관련,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는 즉각 언론 보도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민간건물과 아파트 동별 출입구에 태극기 게양대를 만들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준비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다만 난간이 없는 아파트 등에는 국기꽂이가 없어 지자체를 통해 국기꽂이 자율 설치를 권장하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행자부는 앞서 지난 12일 ‘제96주년 3·1절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기관별 추진사항을 정리한 바 있다.

추진계획에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태극기 게양 의무화 혹은 강제와 관련한 내용은 없었으며, 다만 중앙행정기관과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전 국민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을 전개해 국민들의 애국심을 함양하도록 했다.

국토교통부 추진사항도 '국기게양 강제'가 아닌 '국가꽅지 설치 권장'이 골자다. 국토부 추진사항에는 △아파트 동별 출입구 국기꽂이 설치 권장 △상업용 민간 빌딩·건물 출입구 국기꽂이 설치 권장 △주택 신·증축 시 국기꽂이 설치 확인 등이 포함돼 있다.

다만 아파트 동별 국기꽂이 설치 권장과 관련해서는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 근거를 마련토록해 향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홍석 행자부 의정담당관은 24일 오전 SBS 라디오에 출연해 “약간의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태극기 게양은 물론 게양대 설치도 강제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 사무관은 “보도는 ‘민간 건물이나 아파트 단지에 태극기 게양대 설치 관련해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돼 있는데 그것은 사실과 거리가 좀 멀다”면서 “다만 아파트 구조상 난간이 없고 국기꽂이 자체가 없어 동별 출입구에 설치하는 시책을 논의했는데 현재는 주민들에게 자율권장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실제 행자부는 아파트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만들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검토했으나, 관계 부처인 국토부가 ‘또 다른 규제를 양산한다’며 반대, 결국 지자체 수준의 자율 권장 사항으로 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네티즌들은 ‘태극기 게양 강제’라는 기사 제목이 내용과 관련이 없다고 지적했다.

트위터리안 ‘@Law*****’는 “분명 해당기사 제목엔 ‘태극기 게양을 법으로 강제’라고 써 있지만, 정작 기사내용을 보면 법제가 만들어진 부분은 건물과 아파트 출입구에 게양대를 만들기 위해 비용을 지원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고, 네이버 아이디 ‘naff****’은 “물론 제목보고 클릭 유도해야 돈버는 구조니까 별 수 없겠다만 문제는 내용 안 읽고 제목만 보고 헛소리하는 네티즌이 꽤 많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네이버 아이디 ‘kjan****’ 역시 “(기사 제목은) 법으로 정해서 게양 안하면 벌금이든 뭐든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말이고 실질적인 기사 내용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하기 추진 운동이다”라며 태극기 게양을 강제하겠다는 기사 제목이 오해를 부르고 있다는 취지의 댓글을 달기도 했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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