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전속결 문재인 인사, 오리무중 김무성 인사
당내 잡음에도 불구 당직 인선 속도 낸 문재인
당내 반발 잡지 못하고 멈춘 김무성 인사
탕평 인사 논란을 겪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인사를 마무리함으로써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광폭 인사’를 마쳤다. 반면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든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인사는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문 대표는 지난달 8일 전당대회 승리 이후 통합을 강조하며 각종 당내 현안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사 문제에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그는 ‘탕평인사’를 내세우며 계파 갈등이 치열했던 전당대회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힘썼다.
문 대표는 사무총장(양승조), 정책위의장(강기정), 전략홍보본부장(이춘석), 당대표 비서실장(김현미), 대변인(유은혜), 지명직 최고위원(추미애·이용득) 등 자신이 임명하는 주요 핵심 당직을 빠르게 인선했다. 특히 이들은 모두 비(非)친노계로 불리는 인물들이라 탕평인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문 대표의 인사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조직·재정·대외협력 등 사무처의 실무 전반을 총괄하는 수석 사무부총장에 친노 김경협 의원을 앉히고 조직부총장에도 친노 인사를 기용하려고 해 당내 많은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문 대표는 곧바로 당내 여론을 수렴해 조직부총장 자리에 김한길 전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관영 의원을 내정해 논란을 잠재웠다.
이후 지역분권정당추진단장과 공천혁신추진단장에 각각 김부겸 전 의원과 박영선 의원을 점 찍어둔 것으로 알려지며 문재인호에는 사실상 정원이 다 들어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면, 지난해 7월 14일 닻을 올린 김무성호에는 아직도 빈 곳이 듬성듬성 눈에 띈다. 당의 중장기적 과제를 연구하고 정책연구개발과 정책수립지원 등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여의도연구원의 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한 자리가 8개월 째 미완인 것.
여의도연구원장의 경우에는 임명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책의 중요성에 따라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을 거듭해오던 김 대표는 지난해 말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을 임명하려 했지만 서청원 최고위원의 큰 반발로 유보된 바 있다.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12월 22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당시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임명을 반대하며 김 대표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다 인사 내용이 담긴 서류를 집어던지는 등 화를 참지 못했다는 후문이 전해질 정도로 강력하게 거부했다.
이토록 강하게 서 최고위원이 반발한 이유는 박 이사장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지난 2005년 3월 당시 수도 이전에 반대하며 의원직을 버리고 탈당한 경험이 있는 인물로 19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성향의 ‘국민생각’을 창당해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박 대통령과 각을 세운 경험이 있다.
이 때문에 끝내 박 이사장의 여의도연구원장 선임은 물 건너갔고 아직까지도 공석인 채로 유지되고 있다. 1년 째 비어 있는 여의도연구원장의 공석인 상태가 지속될수록 분명 당으로서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명직 최고위원의 경우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인선 작업이 진행됐던 여의도연구원장의 경우와 달리 지명직 최고위원은 공식적으로 물망에 오르는 인물조차 없는 상태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친박계 이정현 의원을 호남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에 선출한 이후 계속해서 나머지 한 장의 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이 자리는 TK 인사, 여성중진 인사, 원외 인사 등이 차지할 것이라는 여러 추측들이 난무할 뿐이다. 김 대표는 계속해서 이와 관련된 질문에는 일체 답을 하고 있지 않다.
나경원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인선 움직임은 아직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당내 관계자들에 의하면 김 대표의 머릿속에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 대한 생각은 크게 들어가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새누리당의 한 고위층 핵심인사는 비공식 석상에서 “최고위원 한 명 없어도 아무 문제 없다”면서 “당이 어려워지거나 당력을 배가 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날 때 선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대표의 당직 인사는 그 내용에 따라 당내에서 호평을 받을 수도 있고 반대로 많은 잡음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의 반발이 있다 할지라도 주요 당직을 오랜 시간 동안 비워두는 것보다는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이 낫다.
그런 면에서 문 대표의 당직 인선 작업은 적극적이고 시원스럽다는 평가를 받는 반면, 김 대표의 인사는 지나치게 신중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8개월 째 미완의 상태인 김 대표의 인사는 과연 언제쯤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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