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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캅 노욕? 하이킥 불꽃 다시 튈까


입력 2015.03.15 08:31 수정 2015.03.16 14:12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

과거 가공할 하이킥, 캐릭터 토르 '묠니르'급 위력

곤자가와 대결로 3년 여만에 복귀전..생존 여부 촉각

크로캅은 2007년 UFC 데뷔 후 두 번째 경기에서 곤자가에게 하이킥을 맞고 쓰러졌다. ⓒ 게티이미지

최근 UFC에 컴백한 '불꽃 하이킥' 미르코 크로캅(41·크로아티아) 황혼 행보에 대한 격투 팬들의 관심이 뜨겁다.

2011년 10월 UFC 137을 끝으로 옥타곤을 떠났던 크로캅은 이후 난무했던 은퇴설 속에도 끈질기게 파이터 생활을 이어갔다.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입식무대 K-1에서 ‘더티복싱’ 스타일로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보였고, 점차 MMA 활동도 병행하기 시작했다.

결국 다음달 12일(한국시각) 'UFN 64' 가브리엘 곤자가(35·브라질)전을 통해 옥타곤에 돌아온다. 3년여 만의 UFC 복귀다. 크로캅을 아끼는 팬들은 노쇠화로 인해 과거 기량을 상실한 노장이 쉬길 바랐지만, 정작 당사자는 격투기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 여전한 ‘열정’에 대한 박수도 쏟아지는 한편 ‘노욕’ 혹은 ‘집착’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다.

이에 대해 크로캅은 “큰 비밀도 대단한 철학도 아니고 그냥 내가 하는 일이고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훈련을 하고 뛰는 것 뿐이다”며 격투기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밝히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이 훈련하고 게임에 나서 지금도 싸우고 있는 이른바 ‘격투 바보’일 뿐이다.

식지 않는 열정의 크로캅을 상당수 팬들은 ‘천둥의 신’ 토르에 비교하기도 한다. DC코믹스와 함께 미국 만화계를 양분하고 있는 마블 코믹스의 인기캐릭터 토르는 슈퍼히어로 연합팀 '어벤져스(The Avengers)' 일원이다.

아스가르드의 지배자 오딘의 아들인 토르는 가장 용맹한 전사다. 싸움이 벌어지면 가장 먼저 뛰어나가 선봉에 서서 도발하는 상대를 피하지 않는다. 거칠어 보이지만 이면에는 따뜻한 부분도 많다. 겉보기에는 차가워 보이지만 정이 많은 크로캅과 닮은꼴이다.

토르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도끼처럼 생긴 망치 ‘묠니르(Mjolnir)’다. ‘파괴자’란 뜻의 묠니르는 천둥번개까지도 일으킬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무기로써 한 방에 거인들과 산들을 쓸어버릴 수 있다. 직접 휘두르는 것은 물론 적을 향해 던지면 부메랑처럼 상대를 부수고 다시 토르에게 돌아온다. 토르와 맞서는 상대 입장에서는 가장 두려운 무기라 할 수 있다.

크로캅에게 하이킥은 토르의 묠니르 같은 존재다. 전성기 크로캅은 레프트 스트레이트나 미들킥 등 다양한 치명적 무기를 장착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두려운 것은 하이킥이었다. 다른 무기에 당하면서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공포의 하이킥을 늘 염두에 둬야 했다.

남발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자칫 스쳐도 큰 충격을 받는 하이킥이 있기에 상대들이 받는 압박은 대단했다. 파이팅 스타일 자체가 고집스러울 정도로 단순했지만 대부분 상대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던 이유다. 그로 인해 토르에게 묠니르가 상징적 최종병기이듯 크로캅 역시 하이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파이터 중 한 명이 됐다.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UFC에 입성하던 시절 크로캅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하지만 반사신경-순발력 등에 의존하던 작은 체구의 헤비급 파이터 크로캅은 어느새 좋았을 때의 운동능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설상가상 링과는 전혀 다른 옥타곤에 대한 준비가 너무 미비했던 상태다.

결국, 크로캅은 옥타곤에 특화된 거대 사이즈의 상대들에게 연이은 치욕적인 패배를 당하며 자존심을 잔뜩 구긴 채 UFC를 떠나야만 했다. 알고도 막을 수 없었던 크로캅의 하이킥은 과거의 파괴력을 잃었다. 토르 같은 신이야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한결 같이 망치를 휘두를 수 있었겠지만 크로캅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그저 강했던 인간일 뿐이다.

UFC에 돌아온 크로캅은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열정으로 가득하지만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예전의 불꽃 하이킥을 되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크로캅을 아끼는 팬들은 다시금 불꽃 하이킥 작렬을 기대한다. 녹슬었다 해도 수만 번은 차고 또 찼을 하이킥을 정확한 타이밍에 꽂기만 한다면 누구라도 쓰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돌아온 노장 전사가 천둥 같았던 하이킥의 전설을 다시 꺼내 펼쳐보일지 주목된다.

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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