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반란’ 전자랜드가 연출한 짜릿한 이변
‘3연패’ 예상 비웃으며 우승후보 SK에 87-72 완승
포웰·차바위 등 고른 활약..끈끈한 조직력의 승리
인천 전자랜드가 짜릿한 이변을 연출했다.
유도훈 감독이 이끄는 전자랜드는 9일 잠실학생체육관서 열린 '2014-15 KCC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서울 SK전에서 리카르도 포웰(18점·9리바운드), 차바위(13점), 정영삼, 정효근(이상 12점) 정병국(11점) 등 선수단의 고른 활약에 힘입어 87-72 완승했다.
시리즈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대부분 SK의 우세를 전망했다. 우승 후보로까지 평가받았던 3위 SK에 비해, 6위 전자랜드는 올해 PO 진출팀 중 유일하게 5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로 6강에 턱걸이한 팀이었다.
상대전적(4승 2패)과 전력 차이, 심지어 4연승과 4연패로 정규리그를 마친 분위기도 천양지차였다. 일각에서는 SK의 3전 전승으로 시리즈가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그러나 길고 짧은 건 역시 대봐야 아는 법이다. 초반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작정한 듯 전자랜드의 외곽포와 속공이 불을 뿜었다. 포웰이 1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으며 기세를 올렸고 정효근과 정영삼이 잇단 3점슛으로 지원 사격했다. 전자랜드 선수는 투지 넘치는 골밑플레이와 압박수비로 예상을 깨고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SK에 크게 밀리지 않았다. SK가 보여줬어야 할 플레이를 전자랜드가 보여줬다.
SK도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2쿼터부터 서서히 추격의 고삐를 당기며 전자랜드를 압박해오기도 했다. 하지만 뜻밖의 불운이 또 발목을 잡았다. SK의 에이스 애런 헤인즈가 3쿼터 골밑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다쳤다. 헤인즈는 결국 코트로 돌아오지 못했다. 주포를 잃은 SK는 정규리그 때부터 약점으로 지적된 외곽슛마저 난조를 보이며 기세가 급격히 꺾었다.
전자랜드는 이날 3점슛 24개를 시도해 무려 14개를 적중시키며 58.3%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대부분이 개인 능력에 의존하거나 수비를 달고 우겨넣은 것이 아니라 완벽한 패스플레이에 의해 만들어낸 찬스라는 점이 더 인상적이었다.
앞선에서부터의 유기적인 압박으로 김선형에서 시작되는 SK의 속공과 세컨드 리바운드에 의한 실점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유도훈 감독의 수비전술이 적중했다. 개인 능력과 높이의 열세를, 전자랜드 특유의 조직력으로 완벽히 메워낸 팀플레이의 승리였다.
유도훈 감독은 올 시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6강에 만족하지 말라"며 독려했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통해 선수 각자의 주가를 높이라며 목표치를 지정해주기도 했다. SK에겐 당연히 질 것이라는 예상은 전자랜드 선수들의 자존심과 독기를 자극했다.
자칫 뻔해보이던 시리즈가 될 수 있었던 승부는 전자랜드의 이변으로 열기에 불을 지폈다. 5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이 단지 우연이 아니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저력이었다.
SK는 헤인즈와 김선형이 막히면 팀 전체가 꼬이는 약점을 되풀이했다. 홈에서 이미 1차전을 내준 가운데 헤인즈마저 가볍지 않은 부상으로 당한 것으로 보여 남은 시리즈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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