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가’ 무리뉴, 적으로 만난 즐라탄 감싼 이유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즐라탄은 예외
인터 밀란 시절 끈끈한 신뢰..세월 지나도 여전
첼시 조제 무리뉴 감독(52)은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독설가다.
세계적인 선수나 감독은 물론이고 심판, 구단주, 해설위원,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한 번 무리뉴와 대립하게 되면 그의 독설을 피해가지 못한다. 무리뉴의 화법은 호불호가 갈린다. 종종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무례한 독설과 함께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인 잣대 때문이다.
자신의 팀을 상대로 수비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팀에게 텐백 축구라고 조롱하다가, 정작 자신도 강팀을 상대로 수비축구를 펼친 뒤에는 비판하는 이들에게 "전술의 일부"라고 말을 바꾼다. 상대팀의 너무 거친 플레이를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다가도, 정작 자신의 선수들이 상대를 다치게라도 했을 때는 "축구는 거칠다, 그래서 어쩌라고?"라고 응수하기도 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무리뉴의 사고 구조를 졸렬하다고 비난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 무리뉴 감독이 이례적으로 상대편 선수를 감싸 안았다. 주인공은 파리 생제르망(PSG) 공격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34)였다.
12일(한국시각) 홈구장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14-15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이브라히모비치는 전반 30분 볼 경합 과정에서 첼시 오스카에게 뒤늦게 거친 태클을 했다는 이유로 퇴장 당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이 이끈 첼시는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PSG와 2-2 무승부에 그쳤다. 연장 혈투 끝에 PSG와 승부를 가리지 못한 첼시는 1,2차전 합계 3-3을 기록했지만 원정골 다득점 원칙에 따라 8강행 티켓을 PSG에 넘겨줬다.
경기 후 관심은 무리뉴 감독이 과연 기자회견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인가에 쏠렸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은 뜻밖에도 이브라히모비치의 퇴장을 언급했다. 오스카가 먼저 공을 건드렸지만 이브라히모비치가 발을 뻗거나 스터드를 높이 들지 않았던 점을 들어 경고 없는 퇴장은 과했다는 평가다. PSG 로랑 블랑 감독이나 이브라히모비치가 했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내용이다.
무리뉴 감독은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UEFA가 이브라히모비치의 징계를 경감하는 것이 옳다"면서 "이브라히모비치는 8강에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감독도 사람이다. 어이없는 패배에 실망이 클 법한 상황에서 오히려 자기편에게 유리했던 판정을 부정하고 상대 선수를 옹호하기는 쉽지 않다. 이브라히모비치의 퇴장을 이끌어낸 첼시 선수들의 액션이 지나쳤음을 인정하는 장면이 될 수도 있었다. 천하의 무리뉴가 경기 직후 상대 선수를 감싼 것은 이례적인 반응이었다.
무리뉴와 이브라히모비치는 2008-09시즌 인터 밀란에서 한솥밥을 먹은 바 있다. 당시 이브라히모비치는 리그 35경기 25골로 생애 첫 리그 득점왕과 우승 트로피를 이끌었다. 무리뉴와 이브라히모비치가 함께 한 시간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
지난해 8강전에서 첼시가 PSG를 격침시켰을 때는 당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이브라히모비치가 인터뷰 중인 무리뉴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무리뉴 감독의 갑작스러운 '대인배'적 언행은 비록 적으로 만났어도 존경할 만한 상대에게는 예우를 다한다는 자세를 엿볼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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