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라드, 맨유 고별전 46초 퇴장 ‘흑역사 5선’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3.23 09:29  수정 2015.03.23 09:34

맨유와의 고별전에서 교체 투입 46초 만에 퇴장

과거에도 큰 경기서 결정적 실책 수차례 범해

제라드는 큰 경기서 잦은 실수를 범했다. ⓒ 게티이미지

‘리버풀의 심장’ 스티븐 제라드가 46초 만에 퇴장이라는 믿기지 플레이로 고개를 숙였다.

리버풀은 22일(한국시간) 안필드에서 열린 ‘2014-15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유와의 홈경기서 1-2 패했다.

이로써 승점을 추가하지 못한 리버풀은 16승 6무 8패(승점 54)째를 기록, 4위 맨유(승점 59)를 넘는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승점 2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승리했더라면 맨유를 제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4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

가장 황당한 장면은 제라드의 충격적인 퇴장이었다. 사실 경기 전 선발 출전 여부를 놓고 많은 말이 나왔던 제라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리버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될 마지막 라이벌전이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브랜든 로저스 감독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제라드를 투입시켰다. 안필드 홈팬들은 리버풀의 레전드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그가 선보일 역전 마법에 기대감을 품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 1분도 지나기 전에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후반전 휘슬이 울리고 중원에서 볼 다툼을 벌이던 제라드는 맨유 에레라의 태클이 들어오자 재빨리 패스를 연결한 뒤 그대로 상대의 다리를 밟아버렸다. 이를 바로 앞에서 지켜본 마틴 앳킨슨 주심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곧바로 레드카드였다.

순간 안필드에는 정적이 흘렀다. 4만 여 리버풀 팬들은 46초만의 퇴장에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었고, 무엇보다 당사자인 제라드도 자신의 어이없는 반칙에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① 유로 2004 프랑스전 백패스

제라드가 속한 잉글랜드는 유로 2004 조별 리그서 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만났다. 전반 38분 프랭크 램파드의 선취골로 앞서나간 잉글랜드는 후반 추가 시간에 접어들자마자 지네딘 지단에게 동점골을 얻어맞고 말았다.

프랑스의 파상공세에 밀린 잉글랜드는 수비벽을 두텁게 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기 위해 볼을 돌리고 있었다. 프랑스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원에서 볼을 잡은 제라드는 골키퍼 쪽으로 백패스를 했다.

하지만 데이빗 제임스 골키퍼에게 공이 채 가기도 전에 이를 낚아챈 이가 있었다. 바로 티에리 앙리였다. 결국 앙리는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지단이 성공시키며 프랑스가 2-1 대역전승을 거뒀다. 이를 두고 제라드는 “완전한 내 실수였다. 너무도 어리석은 플레이였고 승점을 챙길 수 있었던 우리팀의 찬스를 내가 망쳐놓고 말았다”고 자책했다.


② 2004-05시즌 리그컵 결승 자책골

리버풀은 풋볼 리그컵(당시 칼링컵, 현 캐피털 원 컵) 최다 우승팀(8회)으로 2004-05시즌에도 결승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상대는 잉글랜드 최강으로 우뚝 선 첼시.

리버풀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욘 아르네 리세가 선취골을 넣으며 앞서나갔다. 중원의 힘 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리버풀은 지키기만 해도 우승컵을 거머쥘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후반 34분, 자책골이 나왔다. 주인공은 주장 완장을 차고 있던 제라드였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고 2골을 더 넣은 첼시가 3-2로 승리하며 우승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③ 2013-14시즌 EPL 우승 날린 백패스

리버풀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리그 우승을 거머쥐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제라드에게도 리그 우승컵은 허락되지 않았다. 빅4 해체 후 잠깐의 암흑기를 보냈던 리버풀은 지난 시즌 우승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특히 34라운드서 맨체스터 시티를 잡은 리버풀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눈시울을 붉혔고 선수들을 한데 모아 다음 경기에서의 파이팅을 주문했다. 모든 축구팬들은 제라드의 모습에 감동했고, 리버풀의 우승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마지막 관문은 36라운드 첼시와의 홈경기였다. 팀 분위기가 최고조였던 리버풀은 전반 막판 제라드가 범한 통한의 패스로 땅을 쳤다. 자신의 진영에서 패스를 받던 제라드는 넘어지는 실수를 범했고, 곧바로 뎀바 바에게 볼을 빼앗겨 골을 내주고 말았다. 결국 리버풀은 0-2로 패했고, 우승의 꿈도 물거품되고 말았다.


④ 2014 브라질 월드컵 우루과이전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D조에서 만난 잉글랜드와 우루과이는 나란히 1패씩 안고 두 번째 경기서 만났다. 만약 패한다면 사실상 탈락을 의미하는 외나무다리 승부였다.

선취골은 루이스 수아레스의 득점 감각이 빛난 우루과이 몫이었다. 그러자 잉글랜드는 후반 30분 웨인 루니가 자신의 월드컵 데뷔골로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경기는 과열 양상으로 치달았고 모두 숨죽여 지켜봤다.

후반 40분, 우루과이 골키퍼 무슬레라가 찬 골킥이 제라드의 머리에 맞았고, 뒤로 흐른 볼은 팀 동료였던 수아레스에게 정확히 배달됐다. 당시 수아레스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지만 제라드의 패스라 규정을 적용받지 않았다. 결국 수아레스의 추가골이 터졌고, 자력 16강 진출이 불가능해진 잉글랜드는 조별리그 최종전 코스타리카와 0-0 비기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이밖에 제라드는 2010-11시즌에도 통한의 패스 미스로 팀 승리를 날린 바 있다. 당시 37라운드에서 첼시와 만난 리버풀은 제라드의 백패스가 하필 디디에 드록바에 향했고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날 승리로 첼시는 우승을 확정지었고 리버풀은 7위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로 시즌을 마쳤다.

제라드는 1998년 리버풀에서 데뷔,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에서도 많은 승리와 감동을 안긴 살아있는 레전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범한 실수들이 크게 부각, 큰 경기에 약하다는 이미지를 지닌 채 리버풀을 떠나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맨유전 퇴장은 그의 커리어에 있어 최악의 흑역사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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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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