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티키타카’ 실체 드러낸 바르셀로나 새 판짜기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5.03.23 11:06  수정 2015.03.23 12:31

역습 위주의 전술, 수아레스 후반 결승골이 증명

티키타카 핵심 샤비-이니에스타의 시대 사실상 끝

바르셀로나는 이번 엘클라시코서 티키타카를 완전히 걷어내는데 성공했다. ⓒ 게티이미지

FC 바르셀로나가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판짜기에 성공하며 장밋빛 청사진을 제공했다.

바르셀로나는 23일(한국시각), 캄프 누에서 열린 ‘2014-15 프리메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와의 엘 클라시코서 2-1 승리했다.

이로써 22승 2무 4패(승점 68)째를 기록한 바르셀로나는 레알 마드리드(승점 64)와의 격차를 벌리며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섰다. 반면, 전반 내내 압도적 경기를 펼쳤던 레알 마드리드는 순위 역전을 눈앞에 두고 무너져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티키타카로 대변되는 기존 바르셀로나의 전술이 확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날 바르셀로나는 볼 점유율에서 52.4%-47.6%로 근소하게 앞섰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 부임 이후 지금까지 압도적인 소유권을 갖고 경기를 펼쳤던 바르셀로나였기에 어색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불가피한 변화 시도였다. 이미 티키타카는 끊임없는 압박축구로 깰 수 있다는 공식이 나온 상태였고, 무엇보다 이 전술의 핵심인 샤비와 이니에스타의 노쇠화로 극단적인 패스플레이를 펼치기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레알 마드리드가 중원의 주도권을 잡은 모습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루카 모드리치를 중심으로 간결한 패스플레이를 선보였고, 무엇보다 수비 시 압박 강도를 높여 최대한 많은 시간동안 볼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철저한 실리 축구를 추구했다. 바르셀로나는 전반 19분 메시의 프리킥을 수비수 제레미 마티유가 헤딩으로 연결하며 선취골을 올렸다. 그러자 레알 마드리드는 동점을 위해 거센 반격에 나섰고, 중원 힘 싸움에 밀린 바르셀로나는 수비 라인을 최대한 내릴 수밖에 없었다.

비록 동점골을 얻어맞았지만 이때부터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전술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사실 경기 초반부터 바르셀로나의 주된 전술은 역습이었다. 주중 맨체스터 시티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을 치르느라 선수들 대부분이 지친 상태였고, 체력 관리를 위해 공격보다는 수비적으로 임하는 모습을 보였다.

역습의 선봉장은 역시나 ‘MSN 라인’으로 불리는 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삼각편대였다. 개인기가 워낙 뛰어난 이들 세 선수는 순간적인 돌파와 오버래핑으로 레알 마드리드 수비진에 혼란을 야기했다. 그 결과 레알 마드리드의 센터백 듀오 세르히오 라모스와 페페는 전반이 끝나기도 전에 경고를 받아 몸이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후반 들어 최후방에서 한 번에 찔러주는 패스가 MSN 라인에 연결됐다. 중원을 거쳐 느린 템포로 공격 찬스를 만들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MSN 라인이 공을 이어받으면 어김없이 반칙 또는 결정적인 골 찬스가 만들어졌다. 선수단 전체에 피로감을 줄이는 대신 공격수 3명의 장점을 극대화한 엔리케 감독의 승부수였다.

바르셀로나는 과르디올라 감독이 팀을 떠나고 티토 빌라노바 헤라르도 마르티노 감독이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티키타카의 색을 완전히 지우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엔리케 감독은 출범 초반부터 점유율을 버리는 대신 역습 위주의 효율적인 축구로 전임 감독들의 전철을 밟지 않았다.

결국 바르셀로나 축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는 티키타카의 상징과도 같은 샤비, 이니에스타의 후계자를 발굴하는 대신 수아레스, 네이마르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바르셀로나 전술의 시작과 끝은 여전히 메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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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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