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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 북한 소행 아니라고? 한없이 가벼운 설훈


입력 2015.04.01 21:54 수정 2015.04.01 22:00        조소영 기자

<기자수첩>상임위원장 '어엿한 중진'…급에 맞지 않는 언행 아쉬워

천안함 폭침 주체와 관련 "북한의 소행이라 믿고 싶지 않다"는 등의 발언으로 입길에 오른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설훈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천안함 폭침 주체를 놓고 북한의 소행임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설 의원은 지난 30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천안함 폭침과 관련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닐 수도 있다고 본다",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설 의원의 발언은 일파만파 퍼져 설 의원의 국회 상임위원장(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사퇴 촉구를 비롯해 문재인 새정치연합 당대표의 '안보 행보'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문 대표는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해병대를 방문한데 이어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천안함 폭침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는 등 '종북 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문 대표가 특전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대중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설 의원의 언급으로 문 대표의 행보는 한순간에 '진정성 논란'을 겪게 됐다.

칼자루를 쥐게 된 새누리당은 곧바로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을 공격하고 나섰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아직도 북한 소행으로 (천안함 폭침을) 인정하지 않는 국회의원이 새정치연합에 있다는 사실이 충격"이라며 문 대표의 해명을 요구했다. 문 대표의 그간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특히 설 의원의 언급은 4.29 재보궐선거 내내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에 안보 공격을 받을만한 허점을 내보였다는 점에서 뼈 아프다.

설 의원의 설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2년 대선 때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불법자금 20만달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에 넘겨졌었고 지난해 9월에는 국회의장이 국회 상임위원장들을 불러 연석회의를 하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가 있던 날) 청와대에서 7시간 동안 뭘 했느냐. 대통령이 연애했다는 얘기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문제는 더 심각한 데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해 10월에는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 자리에서 자니윤(윤승종) 감사에게 "인간은 연세가 많으면 판단력이 떨어진다"며 "79세면 쉬셔야 하는데 일을 하려 드느냐"고 말해 '노인폄하' 논란이 일었다. 당시 설 의원은 62세였고 설 의원의 '정치적 대부'인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81세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다는 점 등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막말 발언"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왔다.

설 의원의 발언을 어떤 눈초리에도 구애받지 않는 '소신 발언'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시원하게 질러버리는 그의 화법에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이들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그의 위치가 가볍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설 의원은 3선 의원으로 '어엿한 중진의원'이다. 국회 상임위원회의 수장까지 맡고 있다. 파격적 발언으로 눈길을 끌려는 후배 의원들의 중심을 잡아주고 당내 선후배 의원들의 가교 역할을 해야할 때인 것이다. 그러나 설 의원의 언행은 여전히 초선과 같이 가벼워보인다. 자꾸만 반복되는 급에 맞지 않는 그의 언행이 아쉽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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