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시양 "내 연기 인생도 '칠전팔기'"(인터뷰)
엠넷 '칠전팔기 구해라'서 강세종 역 맡아
"배우로서 성장, 감동 주는 연기자 되고파"
훤칠한 외모, 아이큐 172 멘사 회원, 카이스트 출신. 지난달 27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엠넷 뮤직드라마 '칠전팔기 구해라'의 강세종은 훈남의 표본이다.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이 남자. 한 여자를 향한 순애보까지 갖췄다. 겉으론 툴툴거리지만 뒤에선 다 챙겨준다. "이런 남친 없나요?"라는 여성 팬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지난 3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시양은 극 중 강세종처럼 반듯하고 차분했다. 신인 치곤 늦은 나이 28세 때 영화 '야간비행'으로 연기에 입문했다. 군대도 갔다 왔겠다, 걸림돌이 없다. 위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
1만 대 1 뚫고 합격…오디션만 다섯 번
'칠전팔기 구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제작진이 만든 뮤직 드라마다. '슈퍼스타K2' 이후 이야기를 통해 음악에 대한 청춘들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보여줬다. 극 중 '완벽남' 강세종의 진짜 꿈은 가수다.
캐릭터를 위해서는 춤과 노래 연습은 필수였다. 곽시양은 '어마무시'한 경쟁률을 뚫고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오디션만 다섯 번 봤어요. 매번 다른 노래와 춤을 준비했는데 세 번째 볼 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여기까지 와서 떨어지면 억울할 것 같았어요."
뮤직 드라마에선 노래와 연기, 두 가지를 병행해야 한다. 어설프게 했다간 이도 저도 아닌 장르가 된다. 화살은 주인공에게 꽂힌다. 곽시양은 신인임에도 비교적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소화해 합격점을 얻었다.
"초반엔 부담됐는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어요. 촬영 한 달 전부터 노래와 춤 연습에 매진했어요. 촬영 중에도 마찬가지였고요. 쉽진 않았는데 캐릭터를 꼭 맡고 싶어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기 생각을 조곤조곤 말하는 그를 보니 '엄친아' 강세종이 겹쳐 보였다. "남모르게 챙겨주는 모습과 장남으로서 짊어지고 있는 책임감이 닮았다"는 그는 누나가 셋이나 있는 막내다. 그래서일까. 장난기도 많고, 친해지면 애교도 부린다고. 감정 표현에도 솔직하단다.
세종은 동생 세찬(진영)이가 구해라(민효린)를 좋아하는 걸 알고 해라에 대한 마음을 숨긴다. 곽시양은 "처음엔 이해가 안 됐는데 동생을 위해서라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고 털어놨다.
해라를 처음 본 순간부터 좋아한 세종은 요즘엔 찾아보기 힘든 순정파다. 실제 연애 스타일을 묻자 "한 여자만을 바라보는 스타일"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 그렇게 생겼나요?"라는 농담 섞인 말이 나왔다.
"세종이로 살면서 행복했고, 재밌었고, 설렜다"는 그는 "'칠전팔기' 멤버들과 헤어지는 게 가장 아쉬웠다"고 했다. "또래 친구들이라서 팀워크가 최고였죠. 한 명이 노래하면 우르르 몰려와서 다 같이 부르고 한 명이 악기를 연주하면 옆에서 합주하기도 했고요.(웃음)"
곽시양은 "모니터할 때 '내가 왜 저렇게 연기했지?'라고 생각했다"며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채찍질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걸 쏟는 세종이와 제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같은 처지의 청춘이기 때문에 공감도 했고요."
곽시양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많다고 했다. "악기를 다룰 줄도 알고 노래도 제법 할 수 있어요. 연기할 때 갖춰야 할 순발력과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것도 배웠죠. 응원해주는 팬들도 생겼고요. 팬들 앞에서면 아직도 부끄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어요. 하하."
"다양한 캐릭터 맡고파…소처럼 일할 것"
곽시양은 지난해 영화 '야간비행'으로 데뷔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신인이 덜컥 도전했다. 그는 "그냥 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패기와 열정은 신인의 특권이었다.
"성장 드라마라고 느꼈어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어쩌겠어요? 남녀 간의 사랑도 있지만 동성 간의 사랑도 사랑이라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도 다녀온 그는 "어안이 벙벙하면서 실감이 안 났다"며 "소중한 경험을 했다"고 미소 지었다.
사실 곽시양은 중학교 때 SM 엔터테인먼트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냈다. "한 매체를 통해 SM에 있었다고 스쳐가듯 말했는데 'SM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서 난감해요."
남들처럼 평범한 사람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에 SM을 나왔다. 이후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큰 키'를 내세울 수 있는 모델을 택했다. 하지만 모델의 길도 험난했다. 교통사고를 당해 재활치료를 받고 나니 모델 워킹을 할 수 없었다. "아 왜 이렇게 안 풀리지?"라고 주저앉을 법도 한데 이 해맑은 청년은 "어쩔 수 없지. 다른 길을 찾으면 돼"라며 훌훌 털었다.
그러다 군대에 갔고 제대할 때쯤 드라마를 보는데 느낌이 '확' 왔다. '누군가의 삶을 표현하고 싶다', '배우라면 내가 살아있다는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신념이 가슴을 두드렸다. "이전까진 마냥 연예인이 되고 싶었어요. 시간은 계속 흐르고 방황도 많이 하다 명확한 목표를 잡은 거죠."
반대하시던 아버지는 TV 광고를 통해 그의 모습을 처음 접했다. "놀라시긴 했는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셨어요. 이젠 제가 나온 드라마를 '본방사수'하겠다고 하신다니까요.(웃음)"
적지 않은 나이에 데뷔해 조바심이 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는 여유로웠다. "제게 닥친 상황들을 감수하려고 해요. 긍정적인 자세로 최대한 멀리 내다봐야죠."
자신을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표현한 곽시양에게 맡고 싶은 역할을 묻자 기다렸다는 듯 캐릭터가 줄줄 나왔다. "'파스타' 이선균 선배 같은 역할도 하고 싶고요. 검사, 의사 등 전문직 배역과 달달한 로맨스도 욕심나요. 그리고 남자라면 액션 연기에도 도전해야겠죠?"
닮고 싶은 선배로는 진구를 꼽았다. 마음이 울리는 애절한 연기를 펼쳤다는 이유에서다. 그가 꿈꾸는 '배우 곽시양'도 그렇다. 진실한 연기로 누군가의 심장을 건드리고 싶은 게 그의 바람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제 연기를 보면서 공감했으면 해요. '야간비행'을 본 어떤 관객이 이메일로 '그간 힘들었는데 용기가 생겼다'고 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지친 분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배우이자 사람 곽시양이 되고 싶어요."
"소처럼 일하고 싶다"는 그에게 올해 계획을 물었다. "작품 네 편을 하고 싶어요. 아직은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색해서 최대한 많은 작품을 통해 대중과 만나고 싶죠. 기회만 주어진다면 닥치는 대로 다 할 거예요."
드라마 제목처럼 연기 인생도 '칠전팔기'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이 '칠전팔기' 단계"라고 했다. "힘든 일도 있고 좌절할 때도 있겠죠. 그렇지만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힘이 생겼어요. 뭐 안 되면 되게 하면 되죠.(웃음)"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