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폭력 난무'했지만 그래도 시민의식은...
<기자수첩>공공재 파손·불법 쓰레기 투기는 옛말 "기초질서는 지켜졌다"
세월호 1주기 이후 첫 주말인 18일 오후 광화문 광장은 청와대 쪽으로 행진하려는 집회 참가자와 이를 저지하려는 경찰 사이에 오고가는 고성으로 가득찼다. 그리고 이곳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당시 일부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량의 창문을 깨거나 계란을 던지는 등 막아서는 경찰에 거칠게 항의했고, 경찰은 이러한 극렬 시위자들에 대해 캡사이신과 소화기 분말, 물대포를 쏘며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양쪽 모두 수십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추모 집회가 순식간에 물리적 충돌 상황으로까지 번지면서 일각에서는 광화문 광장 주변에 위치한 문화재 훼손과 공공재 파손 가능성, 집회 도중 발생할 수 있는 쓰레기 처리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다음날인 19일, 광화문 광장은 간밤에 벌어진 일을 예상할 수 없을 만큼 고요하고 깨끗했다. 광장에 설치된 시설물은 우려와 달리 파손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길거리에 작은 쓰레기조차도 찾아볼 수 없었다. 세종대왕 동상 뒤쪽에 조성된 화단 일부가 짓밟혀 뭉개져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광화문 광장 시설물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서울시 관계자에게 물으니 “18일 집회에서 과격한 시위가 있었지만 파손된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18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인 19일 오전 9시까지 근무를 섰던 서울시 청소관리 담당자의 얘기도 마찬가지였다.
“시위 당시에는 물병이나 이런 쓰레기가 많았지만 끝나고 나서 (광화문 광장을) 한 바퀴 돌아보니 시위대도 쓰레기를 치워서 한쪽으로 모아놓고 경찰도 물품들을 챙기면서 쓰레기를 치웠다”는 것이다.
시위로 인한 문화재와 공공재 훼손, 쓰레기 문제에 대해 여러 곳에서 우려와 걱정을 표했지만, 다행히 성숙한 시민의식과 일말의 책임감 덕분에 그 이상의 심각한 문제로 번지지 않았다.
광화문 광장 등 종로구 관할 지역의 청소를 담당하고 있는 종로구청 관계자도 “쓰레기 부분과 관련해서는 예전에 집회하는 분들에 비해 요즘은 많이 좋아졌다. 예전보다는 그렇게 마구 어지르고 가지는 않아 청소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종로구 관계자는 집회 빈도가 높을수록 투입된 경찰의 끼니 해결용 일회용 도시락의 폐기량도 많아지는 최근의 상황이 조금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집회 이후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일회용 도시락 폐기물이 서울시에서 각 구청에 권고한 쓰레기 폐기량 20% 감축 목표를 지킬 수 없게 되는 데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난감하다는 것이다.
짓밟힌 화단 문제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서울시 측의 입장이다.
광화문 광장과 서울 광장의 녹지 관리를 맡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부분이 훼손됐지만 서울시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꽃으로 화단을 복구할 예정이기 때문에 비용이 따로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지난 주말 세월호 집회에서 무고한 일반 시민들의 통행권이 침해받고 폭력이 공공연히 행해지면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실로 한숨이 새어나오는 일들이 벌어졌고, 여전히 ‘폭력시위’와 ‘과잉진압’이라는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사회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재 훼손이나 불법 쓰레기 투기와 같은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초질서와 시민윤리가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에서, 분열과 반목이 팽배한 이 사회의 그나마 작은 희망을 봤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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