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독이 든 성배' 안첼로티 감독, 레알 무관 희생양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5.05.27 09:42  수정 2015.05.27 09:50

안첼로티 경질, 팀의 실패 감독에게 떠넘긴 결정

즉흥적이고 근시안적 운영 지속..팀 미래 어두워

레알 마드리드가 카를로스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을 공식 발표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라 데시마(챔피언스리그 10번째 우승)의 영광도 '독이 든 성배' 앞에서는 어제 내린 눈에 불과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26일(한국시각)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과의 결별을 공식 발표했다. 플로렌티노 페레스 레알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안첼로티 감독과 충분한 대화를 가진 끝에 계약해지를 결정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팀 재정비를 위해 필요했던 결정"이라며 부득이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은 표면적으로 올 시즌 '무관'에 그친 팀 성적 때문이다. 그러나 한 꺼풀 벗겨보면 결국 안첼로티 감독에게만 올 시즌 팀의 실패를 떠넘긴 것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레알의 전력이나 이름값을 감안하면 올 시즌 1개의 우승 트로피로 들어 올리지 못한 게 뼈아프겠지만, 안첼로티 감독은 그렇게 쉽게 버리기에는 아까운 지도자였다. 당장 부임 첫해 내로라하는 명장들이 10여년 넘게 실패했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올 시즌도 라 리가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 문턱까지 갔다.

무엇보다 올 시즌의 레알 마드리드는 안첼로티 감독이 원하는 대로 구성되지 못했다. 구단 운영진은 수익성과 스타성을 명분으로 빅네임 영입에 열을 올렸고, 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오히려 팀 공헌도가 높은 기존 스타들을 내치는 행태를 반복했다.

지난해까지 레알 전력의 핵심으로 활약하던 앙헬 디 마리아와 사비 알론소 등이 팀을 떠난 것은 안첼로티 감독의 의사와는 무관한 결정이었다. 여기에 카림 벤제마와 가레스 베일, 하메스 로드리게스, 루카 모드리치 등 주전 선수들도 돌아가면서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올 시즌의 레알은 겉보기에 화려한 전력과는 달리 공수 밸런스와 중원 구성에 허점이 있는 팀이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필두로 한 압도적인 공격력으로 그나마 이를 만회해왔다. 지난 시즌에 비해 불안정한 전력을 이끌고도 레알이 각종 대회에서 우승권까지 근접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안첼로티 감독의 지도력을 칭찬해야 마땅했다.

더구나 안첼로티 감독은 선수단과 팬들 사이에서 여전히 높은 신망을 얻고 있었다.

조세 무리뉴, 파비오 카펠로 등 개성강한 선수단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종종 갈등을 빚기도 했던 카리스마형 감독들과 달리 안첼로티 감독은 스타 선수들을 슬기롭게 포용할 줄 알았고, 구단 운영진이나 팬들-언론과도 크게 반목한 일이 거의 없었다. 극성스럽기로 유명한 레알에서 감독직을 수행한 인물로서 이 정도로 여론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한 인물도 드물다.

물론 안첼로티 감독도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레알은 올 시즌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유벤투스 등 비슷한 전력의 강팀 혹은 수비조직력이 뛰어난 팀들을 상대로는 약했다. 하지만 그 역시 안첼로티 감독에게만 일방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장면이다.

레알의 후임 사령탑으로는 현재 나폴리를 이끌고 있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레알 수뇌부가 팀 성적의 부담을 감독에게만 돌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즉흥적이고 근시안적인 운영을 반복한다면, 팀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레알이 2000년대 이후 몇 차례 단발성 우승에도 전체적인 성적에서는 바르셀로나에 밀리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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